
최병길 PD가 배우 고(故) 이순재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며 추모했다.
최 PD는 25일 고 이순재의 비보를 접한 뒤 SNS에 "공교롭게도 선생님과 같은 작품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것도 참 쉽지 않은 일인데"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놀라웠던 것은 선생님께서, MBC 탤런트실에 있는 드라마PD들 사진과 이름들을 다 외우고 계신다는 것이었다. 작품을 같이 하지 않은 사람들까지도"라고 고인의 사려 깊은 마음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걸 알게 된 건, 어느 연극 공연 무대 뒤. 그 공연은 이순재 선생님께서도 출연하시던 공연이었는데, 나는 다른 배우 응원 차 무대 뒤를 찾았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나를 보시더니 '최 감독! 와줘서 고마워!' 하시면서 알아 봐 주셨다. 어찌나 황송하고, 감사하던지"라고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또 "그 이후도 아쉽게 작품에 모실 기회는 없었으나 일하지도 않았던 일개 연출자까지 부러 찾아 외우시고 기억하시는 모습은 정말 배우의 모습을 떠나, 진심을 다해 일하는 장인의 그것이 아니었을까"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디 평안하시길"이라고 덧붙이며 고 이순재에 대한 애도의 뜻을 내비쳤다.
유족에 따르면 이순재는 이날 새벽 별세했다. 향년 91세.
고 이순재는 1956년 연극 데뷔작 '지평선 너머'를 시작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청기와집',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게트', '우리 읍내', '춘향전', '빠담빠담빠담', '세일즈맨의 죽음', '돈키호테', '앙리 할아버지와 나', '그대를 사랑합니다', '리어왕' 등에 참여하며 무대 열정을 잃지 않았다. 드라마 '동의보감', '보고 또 보고', '삼김시대', '목욕탕집 남자들', '야인시대', '토지', '사모곡', '허준', '상도', '이산',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 '개소리'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고 이순재는 지난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중단하고 건강 악화로 재활 치료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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