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논란을 연상시키는 구호를 외친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의 논란과 관련해 재차 생각을 밝혔다.
허지웅은 2일 장문의 글에서 "최근 혐오 논쟁에 패턴이 있습니다. 사건이 벌어집니다. 공론화됩니다. 공분이 폭발합니다. 후속 보도와 관심이 이어집니다.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때 렉카 정치인이 등장합니다. 커피를 마실 자유가 있다는 등 사실상의 2차 가해와 논점 흐리기에 나섭니다. 논쟁을 확대 재생산하여 진영에 유리한 정치적 수단으로 바꾸어놓습니다"라며 "빠르고 정확한 처벌이 있다면 어떨까요. 원칙에 따라 조기에 처리할 수 있다면? 어렵습니다. 한국에 광주와 전라도를 모욕하고 차별하지 않는 공간은 없습니다. 얼마나 크고 사소하고 빈번한지의 차이만 존재합니다. "저는 광주의 아픔에는 공감하는데요"라며 피로를 호소할 때 가장 효과적인 모욕이 됩니다. 모두 공기 같은 겁니다. 즉, 문화입니다. 더 많은 이목이 쏠렸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면 형평성에 어긋납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정치의 역할이 컸습니다. 긴 시간 구호와 모욕만을 주고받았습니다. 피해자를 위로하고 구제한다는 다툼은 결국 광주를 영원한 2차 가해의 늪으로 밀어 넣었습니다"라며 "특정 지지층에 한정하지 않는 혐오 문화가 형성, 반복, 강화됩니다. 이미 문화로 뿌리내린 걸 더 큰 분노와 처벌로 해결하기는 난망합니다. 본보기로 삼는 것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렉카 정치인들은 본보기 여론을 활용하는 방법을 학습하며 진화하고 있습니다. 혐오의 씨를 뿌렸으니, 수확도 하겠다는 겁니다"라고 지적했다.
허지웅은 "이걸 정말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원점을 타격해야 합니다. 정치인의 입에서 나오는 혐오 발언을 규제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합니다. 전 국민 대상 말고요.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에 한해서요. 거기가 진짜 정확한 좌표입니다. 본보기 말입니다. 혐오 발언으로 인정될 시 해당 정치인에게 비가역적인 손해를 끼칠 수 있어야 합니다"라며 "그게 어렵고 지지부진할 거면 그냥 아무도 광주 이야기 안 하는 건 어떨까요. 혐오 문제 해결 안 할 거면 그냥 피차 잊고 사는 게 서로에게 더 나은 삶이 아닐까 합니다"라고 전했다.
앞서 허지웅은 배재고 스타벅스 응원 논란에 대해 "광주에 필요한 건 연민도, 동정도 지원도 아니다. 동의다.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5월의 광주와 전라도는 여전히 조롱거리다. 역사를 모르는 아이들은 밈으로 소비한다. 말리면 억압이라 여긴다. 맥락은 몰라도 광주는 당연한 약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광주를 조롱하는 데에는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 오랫동안 참았으니까 앞으로도 참을 수 있지 않으냐는, 그런데 참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냐는 비아냥도 섞여 있다. 긴 시간 동안 광주는 구호가 아니면 조롱이었다. 한 번도 동등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앞서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 선수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광주제일고와 경기 중 상대 더그아웃을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라고 구호를 외쳤다가 물의를 빚었다.
이에 광주제일고는 심판진을 통해 항의했고, 심판은 배재고 측에 주의를 줬다. 배재고 측은 사과문을 게재했고, 서울시교육청이 나서 조사하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징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허지웅 글 전문
최근 혐오 논쟁에 패턴이 있습니다. 사건이 벌어집니다. 공론화됩니다. 공분이 폭발합니다. 후속 보도와 관심이 이어집니다.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때 렉카 정치인이 등장합니다. 커피를 마실 자유가 있다는 등 사실상의 2차 가해와 논점 흐리기에 나섭니다. 논쟁을 확대 재생산하여 진영에 유리한 정치적 수단으로 바꾸어놓습니다.
빠르고 정확한 처벌이 있다면 어떨까요. 원칙에 따라 조기에 처리할 수 있다면?
어렵습니다. 한국에 광주와 전라도를 모욕하고 차별하지 않는 공간은 없습니다. 얼마나 크고 사소하고 빈번한지의 차이만 존재합니다. "저는 광주의 아픔에는 공감하는데요"라며 피로를 호소할 때 가장 효과적인 모욕이 됩니다. 모두 공기 같은 겁니다. 즉, 문화입니다. 더 많은 이목이 쏠렸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면 형평성에 어긋납니다.
정치의 역할이 컸습니다. 긴 시간 구호와 모욕만을 주고받았습니다. 피해자를 위로하고 구제한다는 다툼은 결국 광주를 영원한 2차 가해의 늪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정치인이 혐오 문화를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욕을 한다. 넘어간다. 다음 번에는 더 큰 모욕을 한다. 문제가 되면 해명을 한다. 빠져나올 수 없을 때는 사과를 한다. 모욕과 차별이 반복되며 혐오해도 되는 대상과 범위가 결정된다. 어디까지 괜찮고 안 괜찮다는 표현의 수위가 설정된다. 왕따는 나쁜 거지만 아무튼 왕따는 쟤니까 알고는 있으라는 낙인이 찍힌다. 그렇게 특정 지지층에 한정하지 않는 혐오 문화가 형성, 반복, 강화됩니다.
이미 문화로 뿌리내린 걸 더 큰 분노와 처벌로 해결하기는 난망합니다. 본보기로 삼는 것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렉카 정치인들은 본보기 여론을 활용하는 방법을 학습하며 진화하고 있습니다. 혐오의 씨를 뿌렸으니, 수확도 하겠다는 겁니다.
이걸 정말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원점을 타격해야 합니다. 정치인의 입에서 나오는 혐오 발언을 규제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합니다. 전 국민 대상 말고요.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에 한해서요. 거기가 진짜 정확한 좌표입니다. 본보기 말입니다. 혐오 발언으로 인정될 시 해당 정치인에게 비가역적인 손해를 끼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어렵고 지지부진할 거면 그냥 아무도 광주 이야기 안 하는 건 어떨까요. 지역 혐오 사건으로 오르내리는 거 광주 사람 중 반기는 이 하나도 없습니다. 전국구 왕따라는 낙인 효과만 강화되는 걸 수십년 반복했습니다. 그걸 누가 좋아합니까. 원래에도 상징만 남았지 현실로부터 잊혀지고 버려진 곳이었잖아요. 혐오 문제 해결 안 할 거면 그냥 피차 잊고 사는 게 서로에게 더 나은 삶이 아닐까 합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