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왕의 남자'의 1175만 돌파로 한국영화 흥행기록의 새 역사가 씌어졌다. 2004년 2월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가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고 '태극기 휘날리며'가 1000만 고지를 넘어 같은해 5월 한국영화 최고 관객 동원 기록을 세운 지 약 2년만이다.
그 사이 한국영화 흥행 순위는 쉴새없이 새로 쓰여 지난해에만 '웰컴 투 동막골'과 '가문의 위기' 등이 흥행 베스트 10에 새로이 이름을 올렸고, 70일도 채 지나지 않은 올해에는 '왕의 남자'와 '투사부일체'가 베스트 10에 진입하는 등 쉴틈없는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왕의 남자'가 새롭게 1위를 차지한 지금, 다시 들춰보자. 치열한 경쟁 가운데 최고 흥행작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은 10편의 우리 영화들.
◆1위. '왕의남자'.. (1175만∼·상영중)
감독 이준익. 제작 이글픽쳐스 씨네월드. 개봉 2005년 12월 29일. 2000년 초연한 연극 '이(爾)'가 원작. 가진것 하나 없지만 어느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는 자유로운 광대 장생과 모든 것을 가졌으나 진정한 자유와 기쁨은 누릴 수 없었던 임금 연산, 여자보다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광대 공길이 영화를 이룬 세 축.
공길 역의 이준기가 '예쁜남자 신드롬' 속에 젊은 층에 어필하고, 탄탄한 정치드라마와 풍자극이 중년 관객을 사로잡으면서 이른바 국민 영화의 자리에 등극했다. 신명나게 재현된 남사당패의 놀음과 화려한 미술을 보는 재미도 쏠쏠. 순제작비 44억원. 이름난 스타도 없지만 훌륭한 연출과 각본, 연기가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며 충무로의 저력을 일깨웠다.
◆2위. '태극기 휘날리며'.. (1174만)
감독 강제규. 제작 강제규필름(현 MK픽쳐스). 개봉 2004년 2월 5일.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대표적 성공사례. 순제작비만 147억원을 들여 민족의 비극 6.25를 스크린에 되살렸다. 한국판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고 불릴 정도의 실감나는 화면과 대규모 스케일은 그 장점. 이념도 전쟁도 갈라놓을 수 없었던 진한 형제애라는 보편적인 주제와 장동건과 원빈이라는 최고의 한류스타가 어우러져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3위. '실미도'.. (1108만)
감독 강우석. 제작 시네마서비스. 개봉 2003년 12월 24일. 한국 최초로 10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대작. 실미도의 684부대 북파특수부대원들이 1971년 8월 서울 대방동 유한양행 앞에서 버스에 탄 채 군경과 총격전을 벌이다 자폭한 현대사의 비극을 담았다. 묵직한 소재와 어울린 설경구 안성기 허준호 정재영 등 선굵은 남자배우들의 연기가 힘을 더했다. 흥행과 더불어 북파공작원 문제가 새롭게 주목받기도 했다.
◆4위. '친구'.. (818만)
감독 곽경택. 제작 진인사필름. 개봉 2001년 3월 31일. 고등학교 시절부터 20년을 함께 한 네 친구의 진한 우정과 질긴 인연을 잔혹한 조폭의 세계와 함께 실감나게 그려냈다. 부산 출신 감독과 그 친구들의 자전적 이야기로도 잘 알려졌는데 부산 올로케이션으로 담아낸 복고풍 화면과 투박한 사투리가 큰 인기를 모았다. "마이 묵었다 아이가", "너나 가라, 하와이" 등은 두고두고 회자된 명대사. 유오성과 장동건의 열연이 돋보인다.
◆5위. '웰컴 투 동막골'.. (800만)
감독 박광현. 제작 어나더선데이. 개봉 2005년 8월 4일.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전쟁이 뭔지도 모르는 강원도의 어느 산골마을 동막골에서 만난 남과 북, 미국의 군인들 사이의 화해와 화합을 그렸다. 장진 감독의 동명 히트 연극을 영화화했다. 그저 순박한 마을 사람들과 군인들의 좌충우돌, 정겨운 강원도 사투리가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진영 신하균 강혜정 등 출연진의 탄탄한 연기와 멧돼지사냥 및 팝콘 눈 등 환상적인 화면도 인상적.

◆6위. '쉬리'.. (620만)
감독 강제규. 제작 강제규필름(현 MK픽쳐스). 개봉 1999년 2월 13일. 남북 화해무드를 깨뜨리기 위해 한국에 잠입한 북한 특수부대원과 이에 대응하는 우리 특수요원의 활약을 그렸다. 최초의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꼽히며 우리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한석규 김윤진 최민식 등이 출연했으며 순제작비로 당시로선 유례가 없던 거액 24억원을 투입, 대담한 스케일과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어우러진 절절한 멜로 라인 역시 흥행 요인의 하나.
◆7위. '투사부일체'.. (604만∼·상영중)
감독 김동원. 제작 시네마제니스. 개봉 2006년 1월 19일. 학교로 간 무식 조폭의 좌충우돌기를 그려 300만을 훌쩍 뛰어넘는 관객을 모은 2001년작 '두사부일체'의 뒷이야기. 2006년 초 흥행몰이에 성공하며 조폭 코미디의 부활과 속편 강세를 입증했다. 정준호 정웅인 정운택 김상중 등 전편의 주요 배우들이 빠짐없이 모여 교사가 된 조폭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8위. '공동경비구역 JSA'.. (583만)
감독 박찬욱. 제작 명필름(현 MK픽쳐스). 개봉 2000년 9월 9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벌어진 남북 병사들의 총격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미스터리 구조로 푼 휴먼 드라마. 남북한 병사들의 진한 우정과 비극을 탄탄한 각본에 담았고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등의 호연도 어우러졌다.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가 주는 애틋함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2001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9위. '가문의 위기'.. (566만)
감독 정용기.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 개봉 2005년 9월 7일. 2002년 530만 관객을 동원한 '가문의 영광'의 속편. 1편이 서울대 출신의 사위를 맞기 위한 조폭가문의 노력을 그렸다면 2편은 검사 며느리를 보게 된 조폭가문의 이야기다. 조폭 대모를 천연덕스레 연기해낸 김수미의 카리스마가 압권. 신현준 김원희 탁재훈도 익살넘치는 연기를 보였다. '투사부일체'와 함께 최근의 '조폭코미디-속편열풍을 대변한다.
◆10위. '살인의 추억'.. (550만)
감독 봉준호. 제작 싸이더스(현 싸이더스FNH). 개봉 2003년 4월 25일. 여전히 미해결인 가운데 공소시효까지 끝난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미스터리 수사물. 김광림의 연극 '날 보러와요'가 원작이다. 감으로 수사하는 시골형사와 과학수사를 내세운 서울형사를 대비시켜 80년대 후반의 시대상과 정서, 병폐를 절묘하게 꿰뚫었다. 송강호와 김상경 박해일 등의 열연, 치밀한 연출이 빛나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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