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 "좋은 여자보다 좋은 배우 될래요"

정상흔 기자 / 입력 : 2006.04.07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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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껌벅이는 눈망울은 얼핏 어수룩해 보이지만 입매는 깐깐하고 새치름한 느낌이다. 하지만 8년차 배우 배두나는 영화 10편, 드라마 9편의 노하우를 통해 인생을 면밀히 또 멀리 볼 줄 알았다.

13일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이는 여고생들의 좌충우돌 밴드 결성기를 그린 일본영화 ‘린다 린다 린다’ 주연까지 감행한 배두나. 다음달부터 애니메이션 혼합 드라마 ‘썸데이’ 촬영에 들어가는 등 그녀의 선택은 대부분 산뜻하고 남다르다. 심오하고 묘한 아우라를 발산하는 그녀와의 인터뷰를 6명의 인물을 통해 조명한다.


나는 일본 코드? ‘린다 린다 린다’의 야마시다 노부히로 감독

“출연작 ‘플란더스의 개’ 봉준호 감독님이 일본 모리오카영화제에서 ‘린다’ 감독님을 알게 돼 제 얘기가 나와 소개 받은 뒤 출연하게 됐어요. 2004년 9월 7일부터 딱 28일간 일본 마에바시의 한 폐교에서 촬영했어요.

일본영화는 사전에 철저한 리허설을 거쳐 촬영이 효율적으로 진행되는 점이 특징이에요. 고교 때 아주 기본적인 일본어는 미리 배워뒀지만 촬영장 분위기를 읽지 못해 답답한 면도 없지 않았죠.


하지만 한국인 유학생 송은 마치 나를 위한 배역인 것처럼 딱 맞았어요. 처음에 노래를 정말 못하다가 실력이 늘게 된 것도 실제랑 같아요.”

배두나는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같은 경우 일본 기자들도 눈물을 펑펑 흘린다며 자신의 어느 부분은 일본 감성과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많이 크신’ 봉준호 감독, “두나도 많이 변했다”

“얼마 전 봉 감독님의 ‘괴물’ 촬영을 끝냈어요. 2년 전 기획단계부터 감독님께서 같이 하자고 하셨고, 감독님의 ‘살인의 추억’에 나온 변희봉 송강호 박해일 선배님들이 다 제 가족으로 출연해요.

예전에 ‘플란더스의 개’를 함께 했을 때는 감독님도 첫 데뷔, 저도 첫 주인공이라 대본도 함께 분석하고 작품을 만들어가다시피 했는데 이번에 만난 감독님은 너무 커보이셨어요.

그래서 제가 ‘예전의 감독님이 아니신 것 같아요” 했더니 감독님도 “너도 옛날의 배두나가 아닌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배두나는 봉 감독과 작업한 유일한 히로인으로서 두 번째 작업은 예사 관계가 아닌 듯. 이 지적에 “영화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의 미국 토드 솔로즈 감독을 좋아하는데 알고 보니 ‘린다’ 감독이랑 서로 작품에 관심이 많은 사이더라고요. 뭔가 제 주변의 분들은 서로 다 통하는 면이 있나 봐요”라며 미소지었다.

같은 배우니까 영원한 조언자, 어머니 김화영씨

“저는 사실 까다롭고 소심해 결정을 내릴 때 많이 몸을 사리는 편이에요. 하지만 엄마는 배우라 배우의 맘을 잘 아시니까 늘 용기를 주세요. 엄마는 연기를 너무 사랑하셔서 오빠도 강제로 영화감독을 만들려다가 실패하시기도 했답니다.”

집안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이 배우에게 주목받는 삶이 불편하지는 않은지 찔러봤다.

“어떨 땐 내가 배우를 안 했으면 더 좋은 점을 가만히 생각해봐요. 그런데 일을 해서 얻는 게 더 많더라고요. 하여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니까…”라는 담백한 대답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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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서고 싶지만 아직 먼 관객

“저도 물론 대중 가까이 가고 싶어요. 하지만 크게 연연해하지 않아요. 흥행하고 싶지만 다 때가 올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우선은 하고 싶은 것을 하자’예요.”

배두나는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삶을 희구한다. 외국 도시에 떨어져 지하철을 타고 거리를 마냥 걷는 것을 즐긴다고. 또 그곳에서 새로 알게 된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며 어울려 논다.

특히 한 작품 끝낸 뒤 찾아드는 막막함, 허전함은 정말 견디기 힘들어 부랴부랴 가방을 싼다. 그리고 “그 여행의 끝은 언제나 미국 시카고에서 유학하고 있는 남동생”이라며 피붙이에 대한 애착을 살짝 드러냈다. 이후 다시 만나는 서울은 포근하고 안락해 아주 소중하게 느껴지는 도시란다.

되고 싶은 나, 되지 못한 나

“현실 속에서 되지 못한 인물, 한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연기가 좋아요. 보통 연기는 가짜라고 하지만 몰입하면 진짜 그렇게 되거든요.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하지만 늙어죽을 때까지 배우를 하겠다는 결심은 아직 안 섰다. 그녀는 “연기가 안 좋아지면 그만둘지도 몰라요. 지금은 연기를 알고 싶고 또 배우이고 싶어요. 쉽게 질릴 것 같지는 않지만 하고 싶을 때까지만 할 것 같아요”라고 털어놨다.

배우가 아니라면? “정말 감독은 아니예요. 저는 그런 천재가 아니고 뒷심도 없어요. 사진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은 좀 있어요. 이번에 제가 찍은 ‘괴물’ 스틸 사진 파일이 이만큼이에요”라고 했다.

아직 오지 않은 ‘두나’의 남자

촬영 외에는 꽃꽂이를 하면서 집에 거의 붙어 있는 배두나도 늘 사랑하는 상태를 꿈꾼다. 일할 때 멋있는 프로패셔널한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한단다. 하지만 그와 결합하는 결혼은 늦게 하고 싶다.

“노출연기는 여자로서 쉽지 않지만 그게 맘에 걸려 하고 싶은 배역을 놓치고 싶지는 않아요. 딱 한번 해봤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수치스러웠어요. 그런데 그걸 해내고 나니까 나 스스로 장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은 여자보다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진=구혜정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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