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니핑크' 감독 "여성에게 가정생활은 오히려 특혜"

정상흔 기자 / 입력 : 2006.04.0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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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영화 ‘파니 핑크’의 도리스 되리 감독이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4월6일~14일) 참석차 6일 내한했다.

도리스 되리 감독은 7일 오후2시 서울 신촌 아트레온극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여성들에게 일상에 기초한 안식처가 있다는 점은 일종의 특혜다. 나는 남성 스태프와 달리 촬영 후 귀가해 주부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에 잘난 척하지 않는 예술가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리스 되리 감독은 올해 서울여성영화제의 ‘새로운 물결’ 부문에 신작 ‘내 남자의 유통기한’을 출품했다. 이 영화는 패션 디자이너 이다가 일본여행중 만나 결혼한 남편과 겪는 갈등을 그린 작품.

도리스 되리 감독은 1955년생으로 작가, 오페라연출가 등 전방위로 활약중. 영화 ‘남자들’ ‘천국’ ‘네이키드’ 등을 연출했다. 특히 독신여성의 무미건조한 삶을 그린 ‘파니 핑크’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다음은 감독과의 일문일답.

-한국을 방문한 소감은?


▶그동안 영화제에서 여러 차례 초청해 줬는데 못 왔다가 이번에 오게 돼서 기쁘다. 오늘 훌륭한 한식을 먹었다. 반찬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원래 여성의 상황을 그 나라 음식을 통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전통음식 준비법을 딸에게 전수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편이다.

-‘내 남자의 유통기한’은 어떤 작품?

▶패션 디자이너를 지망하는 한 여성이 가정을 어떻게 꾸려가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남편과 일을 나누기로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나는 젊은 학생들에게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라고 말하지만 문제도 있다고 말하는 편이다.

-본인 소개를 해달라

▶나는 영화교수, 영화감독 시나리오작가, 소설가, 오페라연출가, 주부이다. 나는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한 가지에 실패해도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다보니 한국뿐만 아니라 독일에서도 출산율이 낮아졌다. 나도 가끔 지치는 게 사실이다.

-현대사회에서 여성의 커리어와 매력을 조화시키는 방법은?

▶어려운 질문이지만 그것은 여성의 특혜라고 본다. 여성들은 일상에 기초를 둔 안식처가 있다. 나는 영화 촬영 후 남성 스태프와 달리 집에 돌아가 아이와 놀아 줬다.

그래서 잘난 척하지 않는 예술가가 되지 않고 일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점은 내 작품에서 자주 다뤄지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 표현한 사랑의 의미는?

▶사적인 생활은 정치적인 생활의 표현방법이다. 내 영화를 통해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고 본다. 요즘은 남녀관계가 복잡한 사회다. 예전에는 여성들이 남성에게 의존했는데 최근 100년동안 여성들이 독립적으로 점차 변해 왔다. 그래서 공존하는 사랑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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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녀주인공 직업으로 어부와 패션디자이너를 택했나?

▶직업선택은 독일 전래동화와 연관된다. 동화는 어부가 마법 물고기를 잡아서 세 가지 소원을 이룰 기회를 얻게 된다는 내용이다. 새 옷, 구두를 사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여성들의 보통 생각과 패션 디자이너는 관련이 있다. 여성들은 남성보다 변화 가능성이 더 많기 때문에 패션 디자이너라는 직업과 통한다고 봤다.

현대여성들의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선택은 더 어려워졌다. 일례로 내 딸은 미디어가 제공하는 여성 이미지로부터 협박받는 수준이다. 그래서 젊은 여성들이 자신의 미래를 판단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내 남자의 유통기한’은 오히려 동화 ‘인어공주’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이 큰 성공을 거두지만 가족 및 모든 것을 다 잃을 위기에 처한다는 점은 인어공주와 통하는 면도 있다.

-한국의 맞벌이 부부들이 영화에 크게 공감할 것 같다

▶강한 남자 콤플렉스 시대는 예전에 끝났다. 이제는 슈퍼 우먼에게 수동적으로 반응하면서 여성의 능력을 갉아먹는 단계다. 즉 ‘넌 슈퍼우먼하려면 해. 니 맘대로 해’ 하고 직업을 갖지 않는 남자들도 꽤 된다.

-한국 직업여성에게 조언 한 마디

▶나는 보통 직업에 너무나 집중한 나머지 다른 일에 전혀 무관심한 여성들을 자주 본다. 모든 것을 빨리 끝내 인생에서 중요한 면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남녀가 서로 같이 전진할 수 있도록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여성들의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일례로 나는 서울여성영화제에 참석하고 영화제작자인 남편은 이 행사 뒤에 열리는 칸국제영화제에 간다. 부부가 자주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상 깊게 본 한국영화는?

▶한국영화를 볼 기회가 별로 많이 없었다. 인상깊은 한국배우가 있기는 하지만 이름이 어려워 기억할 수 없다. 한국에서 ‘왕의 남자’가 성공을 거뒀다고 하지만 이런 영화는 독일에서 볼 기회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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