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몸값, 1500만원으로 억누를 수 있을까①

[스타★리포트]스타출연료 상한제의 허와 실

김수진 기자,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7.09.1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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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열린 드라마제작사협회의 기자회견 당시 모습.


"톱스타 및 작가 회당 출연료 및 고료를 최고 1500만원으로 제한하자. 물론 숫자는 상징적인 의미다."

지난 7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CODA)의 기자회견에서 가장 주목 받았던 말이다. CODA는 이날 성명문을 통해 스타급 배우의 출연료는 회당 2500만∼4000만원, 작가들의 극본료도 비슷하다며 이들의 출연료를 최고 회당 1500만원으로 하자는(시행기간 2007년 9월 7일부터 2009년 12월 31일) 상한선을 제시했다. 또 이를 위해 방송사에게 스타 캐스팅 요구를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과연 1500만원 상한선이 가능할까?

실제 스타급 배우들은 CODA에서 밝힌 대로 회당 3000만원 이상의 출연료를 받고 있다. 20부작 드라마를 제작한다면 주연 1명에게만 6억원이 돌아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스타급 작가 역시 이 수준의 고료를 받고 있고, 여기에 스타 연출자와 주연급 기타 배우들의 출연료를 합친다면 제작비 내지 스태프 임금을 제외하고도 수십억원의 전체 제작비가 불가피하다.

드라마 PD나 제작 관계자들은 편당 수억원, 전체 100억원대의 제작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해외 수출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한 공중파 드라마 PD는 "PPL로 충당할 수 있는 제작비에는 한계가 있다. 국내 방송사에서 받는 금액을 아무리 높여도 100억원대 드라마가 손해를 보지 않는 방법은 없다"고 토로했다.


제작사들의 제안은 최근 드라마 수출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서도 스타들의 개런티는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나온 절박한 호소인 셈. 사실 이들의 제안은 제대로 이뤄지기만 한다면 현재 제작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우려를 사고 있는 드라마 제작비 거품을 걷어낼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영화계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배우 차승원 등이 스스로 자신의 몸값을 낮춰 화제를 모은 바 있고, 제작자와 스태프, 매니지먼트사들이 함께 한국영화위기 타개에 대한 대책을 모색중이다.

하지만 문제는 드라마 제작사들이 제시한 스타몸값 상한제가 어느 정도 현실성을 지니고 있느냐 여부. 일단 지상파 3사 드라마국은 이들의 제안에 대해 어느 정도 동조하면서도 과연 1500만원이라는 상한선이 지켜질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는 분위기다.

한 지상파 드라마국 고위관계자는 "이제 와서 스타의 출연료와 고료를 낮추겠다는 것이 이미 수백, 수십회의 계약을 만료시킨 스타와 스타작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지난해 인기드라마를 집필한 모 스타작가는 드라마 제작사 두 곳과 이미 100회씩 계약을 마쳤다"고 지적했다.

다른 지상파 드라마 관계자는 "CODA에서 지난 7일 스타출연료 상한액 15000만원을 제시했지만 오랜만에 출연하는 스타급 모 출연자는 회당 출연료 5000만원을 제시했다. 1500만원이 과연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액수인지는 미지수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실 제작사들은 스타몸값 낮추기 자체보다는 드라마 제작의 수익 확보가 우선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타몸값 1500만원 상한제는 이같은 배경에서 나온 제안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 드라마 제작 환경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장기적으로 돈으로 스타를 잡아 몸값만 계속 올리는 신생 제작사들을 견제하고 방송사에 대응해 부가판권 및 저작권을 확보하자는 게 이들의 속내라는 것이다.

드라마 제작사의 경우 드라마 기획에서부터 캐스팅과 제작에 이르기까지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지만, 전파를 타는 방송사에게 모든 공을 넘겨줘야 하는 것이 현실. 심지어 연말 시상식에서도 배우와 방송사는 언급되지만 제작사는 이름조차 불리어지지 않기 때문에 저작인격권을 박탈당했다는 불만까지 터져나온다.

스타몸값 1500만원은 그다지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현정이 10년만에 드라마를 통해 연예계로 복귀하면서 회당 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저 화제가 된 것이 불과 지난해 초의 일.

한 드라마 관계자는 "1500만원 상한제가 문자 그대로 실현되지 않더라도 현재 드라마 제작현실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하는 스타몸값 과열 양산을 조금이라도 식힐 수 있는 계기가 되기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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