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변화'를 통해 '도전'하다①

[스타★리포트]키워드로 본 2007 한국영화

윤여수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7.12.0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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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위기, 위기!'


2007년 한해 충무로를 짓누른 단어는 '위기'였다.

스크린쿼터 축소 시행,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잇따른 공습으로 인한 흥행 부진, 위축된 투자분위기, 높아진 제작비와 수익률 악화 등 한국영화는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올 한 해 한국영화를 '위기'로만 단정할 수는 없다. '위기' 속에서 한국영화 관계자들은 또 다른 '변화'를 위해 '도전'했다. '변화'는 '위기'의 공감대 위에서 모색됐고 그것은 또 다시 기회를 위한 '도전'이기도 하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가 2007년 한국영화를 돌아보며 '변화'와 '도전'을 대표 키워드로 꼽은 이유이다.


#위기, 변화, 도전

스크린쿼터 축소와 스크린 독과점의 심화, 재능있는 감독들이 준비하던 영화들이 엎어졌다는 잇단 소식들이 대문 앞에 누워버린 빚쟁이 마냥 영화 관계자들의 심경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2.9%였던 한국영화 수익률은 2007년 -62.1%로 낮아졌다.

또 시장점유율 역시 지난해보다 낮아져 지난 10월 말 기준 46.4%였으며 올해 9월까지 81편의 한국영화 가운데 흑자 영화는 고작 5편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국영화계는 이 같은 수치가 드러내는 '위기' 뒤에 '기회'가 숨어있다는 말을 믿었다.

그리고 '변화'를 위한 '도전'에 나섰고, '도전'은 일정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7월 제작, 배우, 투자 및 배급, 각 기술 스태프 등 한국영화 전반에 걸쳐 각 부문 종사자들이 한마음으로 한국영화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한국영화 대타협 선언'을 내놓았다.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제작비 낮추기'를 핵심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논의가 본격적이고도 조직적으로 시작된 시점이었다.

또 이에 앞서 4월에는 10개월에 걸쳐 진행된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한국영화산업노조의 단체협약 교섭이 마침내 타결됐다. 좀 더 체계적인 제작비 관리는 이제 한국영화를 이끄는 또 다른 힘이 되고 있다.

#몸값

IMF 시절 금모으기 운동이 벌어졌던 것처럼 영화계에서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그 한복판에는 배우들이 있었다. 배우들은 스크린쿼터 시위에만 앞장 선 게 아니라 몸값을 줄이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송강호, 김혜수, 이범수 등 배우들이 통상적으로 자신들이 받던 출연료보다 더 적은 개런티로 영화를 찍는 일에 동참했으며, 외부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상당수 배우들도 이에 동참했다.

스타가 출연했지만 흥행은 그다지 성공한 작품이 없다는 이른바 '스타 티켓 파워 무용론'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논의 자체가 의미없는 분석일 뿐더러 배우들의 몸값 낮추기는 그런 지적과는 별도로 한국영화 살리기에 함께 한다는 취지로 진행됐다.

#전도연

5월1일 '스파이더맨3'로부터 시작된 상반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공습은 여름을 여름이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한국영화계를 춥게 만들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을 피하려다보니 개봉 시점이 밀리면서 제 살을 깎아먹는 일들도 더러 벌어졌다.

하지만 이 즈음 프랑스의 바닷가에서 훈풍이 불어왔다.

전도연이 '밀양'으로 제60회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자 박세리가 IMF 시절 양말을 벗고 워터 헤저드에 들어가 공을 쳐 우승했을 때처럼 그랬듯 영화인들은 너 나할 것 없이 제 일처럼 기뻐했다.

이후 전도연은 청룡영화상과 대한민국 영화대상, 영평상 등 올 한 해 국내 주요 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밀양'에서 드러낸 연기력은 절창이었고 전도연을 2007년 '최고의 여배우'로 꼽는 데 주저할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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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

올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은 '디 워'였다.

그러나 전국 840만명의 관객을 모은 '디 워'의 위력을 예감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용가리'가 가져다준 심형래 감독에 대한 불신과 공개 전까지 드러나지 않은 실체 등으로 인해 '디 워'의 흥행은 미처 예상되지 못했다.

하지만 '디 워'는 개봉 첫날부터 한국영화 흥행 기록을 다시 쓰기 시작했고 이 같은 흥행 위력은 미국으로까지 이어져 현지 전역 2267개관 개봉이라는, 한국영화 최대 성과를 이끌어냈다. 미국에서 개봉한 한국영화로서 최대 수입을 얻은 것은 물론이다.

이 같은 상업적 '성공'과는 별도로 '디 워'는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 핵심은 주로 영화의 내러티브를 둘러싼 것이었고 이는 곧, 작품성 논란이었다. 이로 인해 '애국심 마케팅'이란 말도 등장했다.

# 합작

올해 한국영화의 위기론을 부채질했던 것 중 하나는 한국영화 수출 급감이었다. 제작 규모가 커진 데 비해 시장이 작은 한국영화로서는 해외 수출은 커다란 돌파구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영화인들은 이 위기를 다른 방법으로 타개하려 생각을 바꾸었고 곧 행동에 나섰다.

한국영화의 수출 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과의 합작 영화들을 본격적으로 계획하기 시작한 것이다. '적벽'이나 '삼국지' 등에 대한 투자 뿐만 아니라 기술 인력을 투입한 '집결호', 제작 전반에 참여한 '어거스트 러쉬' '웨스트 32번가' 등 다양한 합작 영화들이 선을 보였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이재한 감독은 일본에서 작품을 제작하며, '중천'을 제작한 나비픽쳐스는 북경지사를 통해 현지 영화를 기획 중이다.

이 같은 흐름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롯데 등 국내 투자배급사 '3강' 등은 내년도 사업계획에 합작영화 등 해외 시장 공략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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