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지 "박경리선생 직접 감자 캐 쪄주시기도..."

김태은 기자 / 입력 : 2008.05.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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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서희' 최수지가 5일 타계한 소설가 박경리씨를 회고하며 애통해했다.

최수지는 고인의 대표작인 '토지'가 KBS에서 두번째로 드라마화됐을 때 여주인공 서희 역을 연기했다. 그는 특히 고인이 직접 최종 캐스팅을 해 화제가 됐다.


미군의관인 남편을 좇아 대구 미군부대 내 거주중인 최수지는 이날 전화통화를 통해 "마음은 각별했다. 꼭 한번 인사 드려야지 했던 것이 여기까지 왔다. 송구스럽고 부끄럽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맞아 특별히 '토지'를 드라마화하기로 하면서 내가 서희로 발탁돼 심리적으로 무척 부담스러웠다. 톱스타들이 물망에 올랐기에 당시 신인이었던 나는 꿈도 꾸지 못했는데 박경리 선생님이 캐스팅해주셨다고 후에 귀동냥으로 알게 됐다"고 회고했다.

최수지는 KBS 12기 공채탤런트로 데뷔, 87년 청소년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에 출연한 것이 전부인 상태였다. 갓 20살인 그가 2년여동안 이어진 대하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된 것은 연출은 맡은 주일청 당시 KBS PD가 고인에게 후보들의 화면을 가져가 최종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박경리 선생님이 정말 아껴주셨다. 캐스팅된 후 원주에 계신 선생님을 찾아뵀는데 직접 캔 감자도 쪄주셔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을 잘 안만나주신다고 들었는데 만나주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기억했다.

이어 "선생님이 문학인으로서 대단한 위치에 계신데다가 강인한 분이라고 들어서 두려운 마음도 있었는데, 내 손을 꼭 잡아주시는데 너무 따뜻하셨다. 당시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기 직전이었다. 마음이 교감되서 그런지 눈물이 났다"고 덧붙였다.

또 "어깨를 도닥거리시며 '걱정하지 말고 흐름대로 따라가며 연기하라'고 웃으시면서 말씀해주셨는데 그것에 연기하는 내내 힘이됐다"며 "이후 삶을 살아가면서도 '흐르는대로 받아들여라'는 그 말씀이 현실에서 힘들 때마다 가끔씩 떠올랐고 열심히 살아가는 계기가 됐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69년 6월 집필을 시작해 1994년 5부로 완성된 대하소설 '토지'는 만석꾼 최씨 집안의 몰락과 재기과정이 경상남도 하동군 평사리(平沙里)와 간도의 용정(龍井), 그리고 진주와 서울 등 도시를 무대로 펼쳐진다. 중심인물인 최씨 집안의 후예 서희는 강인하고 아름다운 한국 여성상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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