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운제이, 잘 자란 '남자' 느낌이 나는 이유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입력 : 2008.05.2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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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에서든 늘 짓궂은 제스츄어로 말끝마다 ‘에이(A)~~~’를 외치는 남자가 한 명있으니, 바로 크라운J! 그가 그렇게도 ‘A’를 외치는 건 아틀란타의 약자 'A'라고 하는데... 혹여라도 이 모습을 보면서, ‘나 원 참 아틀란타 갖다온 걸 자랑하는거야? 뭐야?’라며 그의 가벼운 겉모습만 보고 그를 철없는 청년이라고 판단하지 마시라! 정말 속깊은 청년이니까...

며칠 전 크라운J의 어머니가 방송에서 공개됐다. 세련돼 보이는 숏컷트와 도도해보일 정도로 깔끔한 미모, 거기에 우아한 말투까지... 방송을 보던 대부분의 시청자들 중엔 놀랐던 분들도 꽤 계셨으리라. 늘 껄렁껄렁하게 'A'를 외치는 크라운J를 보면서, ‘아니 크라운J 엄마... 되게 미인이고 고상하시네?’라고 생각한 분들도 꽤 계셨으리라. 친구같고 누나같은 모습이었던 그의 어머니에 대해, 크라운J는 이런 정의를 내렸다. ‘저희 어머니는요, 제 눈이고 얼굴이고, 심장이예요’


그렇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어머니는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 하지만, 지금부터 펼쳐질 크라운J의 ‘어머니’ 이야기에서 왜 그가 그런 정의를 내렸는지 알게 될 것이다.

말끝마다 ‘에이’를 외치는 우리의 크라운J, 여기서 이미 눈치채셨으리라. 맞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을 미국에서 유학하며 보냈다. 흔히들 미국 유학이라고 하면, ‘집이 좀 사나보네’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그에겐 사치스러울 정도로 분에 넘치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가 조심스럽게 털어놓은 얘기는 이랬다.

당시 아버지는 안 계시고, 어머니랑 외할머니랑 살았고, 어머니는 혼자서도 자식 잘 키우겠단 일념으로 크라운J를 미국으로 보냈다고. 하지만, 어머니 혼자 가장의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에 타지에 내놓는 아들도 돌보지 못한 채 처음 3일만 함께 지내고 바로 서울로 돌아가야만 했다.


홀로 남은 크라운J, 처음 미국에 갔을 때 말이 통하지 않아 왕따를 당하기도 하고, 어려운 생활 때문에 가끔은 친구 집에서 얹혀살아야 할 때도 있었지만, 그를 버티게 한 건 단 하나, 그의 어머니였다. 여자 혼자의 몸으로 아들도 키우고, 또 당신의 어머니까지 모시며 산다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우리는 가끔 내 한 몸 간수하는 거에도 힘들 때가 있지 않은가!

어찌되었든... 아들을 미국에 보냄과 동시에 호텔 고객 관리 일을 시작하게 된 어머니는 그 일만으로도 모자라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하게 됐단다. 호텔일이기 때문에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하고 저녁 6시에 퇴근을 하면, 잠깐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 7시부터 직장인들 영어를 가르치는 과외 일을 아르바이트로 하셨단다. 그러니 생각해보라. 매일 매일을 새벽5시부터 밤9시, 10까지 일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거의 자정이 되는 이 생활을 반복했으니 그 어머니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까!

또 거기에 없친데 덮친격으로 당시 IMF까지 겹쳐서 800~900원 하던 환율이 1800~1900원으로 올라가게 됐으니, 크라운J의 미국 생활비를 보내주는 어머니는 너무나 힘든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도 몇 년이 지나 군대 갈 때가 되어서야 알게됐다. 아들이 걱정할까봐 어머니가 오랫동안 털어놓지 않으셨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부인, 인영(‘우리 결혼했어요’ 프로그램 상황상에서 말이다)에게 로맨틱한 깜짝 이벤트를 해주는 걸 볼 때, ‘에이’를 연발하던 껄렁껄렁한 청년의 모습은 싹 사라지고 ‘잘 자란 남자’의 느낌이 드는 건, 어쩌면 어머니의 삶을 깊이 이해하는 속 깊은 청년이어서가 아닐까.

크라운J, 그 어머니의 자식 사랑, 고단했던 인생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갑자기 이런 말이 떠올랐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를 창조했다]란 명언말이다.

우리도 오늘 ‘내 어머니’에게 ‘고마워요’ 한 마디 해보는 건 어떨까? 아니,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면 무뚝뚝하게라도 ‘엄마, 이거 써’라며 살짝 몇 만원이라도 용돈으로 드려보는 건 어떨까?

<이수연 SBS '진실게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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