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합된 할리우드, 떠들썩한 일본, 한국은..?

[칸에서 쓴 편지]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 입력 : 2008.05.2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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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시작된 제61회 칸국제영화제가 어느덧 폐막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영화제 내내 오락가락했던 날씨는 오늘에서야 비로소 수평선까지 파란 하늘로 변했습니다. 따가운 햇살마저 반가운 기분이 들더군요.

영화제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스타더군요.


영화제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분위기가 살짝 가라앉나 싶더니 마돈나와 샤론 스톤이 단번에 분위기를 바꿔버렸습니다. 21일 마돈나가 샤론 스톤과 함께 뤼미에르 극장 앞에 펼쳐진 레드카펫에 서자 수많은 취재진과 인파가 몰렸습니다.

두 사람에 앞서 이번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체'의 배우들이 레드카펫에 섰는데 사람들의 시선은 온통 뒤에 등장한 마돈나에 쏠렸습니다. '체' 출연 배우들이 허둥지둥 극장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24일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의 출연배우들이 레드카펫에 설 때는 더 많은 환호가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요즈음 칸 현지에서 화제는 일본 엔터테인먼트 그룹 에이벡스에 관한 것입니다. 그동안 음반 사업에 주력했던 에이벡스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사업 진출에 관한 청사진을 공개했었죠.

그랬던 에이벡스가 이번 칸영화제를 단단히 별렸던 모양입니다. 21일 마티네즈 호텔에서 열린 에이벡스 파티에 무려 38억원을 썼습니다. 한국영화 한편 제작비를 파티에 쏟아부은 거죠. 전날 '적벽' 파티가 6억원 규모라며 화제를 모았는데 하루 사이에 이야기가 쏙 들어갔습니다.

그랜드볼룸 전체를 일본 '젠' 스타일로 꾸민데다 일본에서 초답의 달인과 사케의 명인, 교토의 게이샤와 가부키 명인을 모두 데려왔습니다. 붓글씨의 명인이 파티 참석자들의 이름을 써주기도 했답니다.

오우삼 감독의 '적벽'에 400억원을 쏟아부은 에이벡스는 영화 주제곡을 자사 소속 가수에 부르게 했죠. 이날 파티에 주제곡을 부른 알란이 등장해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에이벡스 사장단이 일본식 겉옷을 입고 단상 위에서 큰 상자에 담긴 일본주 뚜껑을 망치로 깨는 모습은 일본색의 절정이었습니다.

파티에 다녀온 한국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 제작사가 파티를 할 때는 과연 한국문화의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할까라는 이야기가 오고 갔더랬습니다.

칸 해변가를 따라 길게 이어진 크로와제 거리에는 유명한 호텔들이 나란히 서있습니다. 영화제에서 공식초청한 영화인들과 배우들에 배정된 호텔도 크로와제 거리에 있죠. 이 거리를 걷다보면 한 호텔 앞에 자연스럽게 발길이 머물게 됩니다.

공식숙소 중 하나인 칼튼 호텔이 바로 그곳입니다. '인디아나 존스4'를 비롯해 '배트맨 다크나이트' '월이' '행콕' 'X 파일 극장판' '나니아 연대기 캐스피언왕자' 등 할리우드 영화들의 초대형 간판이 칼튼 호텔 전면을 온통 도배했습니다.

폭스, 파라마운트, 디즈니, 워너 등 각기 다른 스튜디오들이 만든 영화들이 한 데 모여 장관을 이룬 것을 보며 할리우드의 힘을 느끼는 것은 비단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오는 7월 한국 극장가에는 지난해부터 기대를 모아온 세 편의 영화가 차례로 극장에 걸립니다. 이번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나쁜 놈, 이상한 놈'이 17일 개봉할 예정이며,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곳에'가 24일, 곽경택 안권태 감독의 '눈에는 눈,이에는 이'가 31일 개봉합니다.

세 작품 모두 기대를 모으는 작품들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하다보니 아무래도 관객을 나눠가질 수 밖에 없겠죠. 좋은 시기를 맞춰 개봉일을 잡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며, 전략적으로 심사숙고해 정한 것일테죠.

하지만 파이는 한정돼 있는데 꼭 이렇게 아둥바둥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칼튼 호텔 앞에서 했더랍니다. 2004년 '실미도'가 이룬 1000만 관객을 '태극기 휘날리며'가 이은 행복한 경험은 요원한 일일까요?

CJ엔터테인먼트가 '비열한 거리'와 '친절한 금자씨'를 미국에서 리메이크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으며, 쇼박스가 '적벽'에 투자하는 등 최근 한국영화계는 해외 합작 프로젝트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흔히 한국영화 위기 탈출구로 해외 합작 프로젝트를 꼽습니다. 꼭 그렇지는 않지만 조그만 시장에서 치열하게 다투다보니 나라 밖으로 눈을 돌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흘 전 크로와제 거리에서 강제규 감독을 만났습니다. 알려졌다시피 강제규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감독 데뷔를 준비중입니다. 8월 중 시나리오가 나올 것 같다며, 12월에 촬영이 들어가는 게 희망사항이라고 하더군요. 캐스팅은 아직도 먼 일이랍니다.

한국영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분들이 한국에서든, 해외에서든, 모두 좋은 성과를 내길 바라는 마음에 칸에서 두번째 편지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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