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옮겨붙은 촛불집회 불씨

MBC '스포트라이트', 촛불집회 통해 기자 세계 보여준다

조철희 기자 / 입력 : 2008.06.1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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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밤 방송된 MBC '스포트라이트'에서 등장한 촛불집회 장면. 방송장면 캡처모음


2008년 대한민국의 현재진행형 핫이슈인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가 드라마에까지 불씨를 옮겼다. 국내 최초로 방송기자의 세계를 그린 MBC 수목미니시리즈 '스포트라이트'(연출 김도훈)가 12일부터 촛불집회를 중심 소재로 다루기 시작한 것.

이날 밤 방영된 10회분 말미에서는 방송기자인 주인공들이 광화문 촛불문화제 취재를 맡아 현장에 나서면서 드라마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주인공 서우진(손예진 분)은 촛불문화제 취재에 지원해 후배인 이순철(진구 분)과 함께 방송 중계차 안에서 모니터로 집회 현장 중계 화면을 지켜봤다. 이들은 "이게 몇 명이야? 붉은악마 몇 배나 되겠다", "사진 찍다 깔려 죽는 거 아니야?"와 같은 대화를 나눈 뒤 집회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특히 6월10일 대규모 인파가 몰린 촛불집회 장면이 드라마에 그대로 나오면서 불과 48시간 만에 현실 사건이 드라마화 되는 방송사상 초유의 일이 펼쳐지기도 했다.

다음 주 방영되는 11회~12회에서도 촛불문화제 에피소드가 계속 전개될 예정이어서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드라마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에는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시청자들의 글이 많이 올라왔다. 대체로 기대감을 드러내는 글들이 눈에 띄었다.

한 시청자는 "촛불집회에 관해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가 된다"며 "민감한 사안인데 제작진이 힘든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진실 보도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기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드라마의 기획의도인 만큼 촛불집회는 피할 수 없는 문제"라며 "무엇보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은 의미 있는 드라마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촛불집회에 매번 참여한다는 한 시청자는 "촛불집회 내용이 나와 가슴이 벅차올랐다"며 "힘내서 더욱 뜨겁게 촛불을 들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민적 관심이 뜨거운 촛불집회가 황금시간대 드라마에 등장하자 특히 촛불집회를 지지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매우 뜨겁다. 심지어 다음 아고라에서는 '촛불문화제를 다룬 스포트라이트를 응원합니다'란 '응원서명'까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스포트라이트'의 노재필 제작PD는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촛불문화제 에피소드를 다루지는 않을 것"이라며 "비단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뿐만 아니라 거대한 국민적 염원이 담긴 집회에서 기자들이 어떻게 판단하고 방송사 보도국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시청자에게 사실을 전달하는지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PD는 또 "현재 진행 중인 사회 현안을 다뤄 부담됐지만 기자들의 프로정신과 건강한 기자상을 말하려는 취지여서 이 사건을 정면으로 다룰 수 있었다"며 "시청자들께서도 정치적 관점에서 봐주시기 보다는 고민하는 기자들의 모습을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부 시청자들이 드라마가 현실 사건을 다루는데 거부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특히 가치판단이 개입돼 정치적 맥락으로 흐를 수 있는 점도 우려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불가피하게 드러나는 가치판단의 경우 여러 등장인물들이 서로의 입장에서 논쟁을 벌이는 과정을 통해 균형을 잡겠다는 입장이다.

제작진은 11~12회에서 촛불집회 취재과정 중 서우진이 느끼는 시민으로서의 감정과 사실을 보도해야 하는 기자로서의 입장 사이에서 겪는 갈등을 그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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