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매'-'스포트라이트'에 촛불정국이?

현실묘사 드라마, '흥미롭거나 혹은 불편하거나'

조철희 기자 / 입력 : 2008.07.0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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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일지매'의 2일 방송분 중 관군과 백성들의 대치장면은 최근 촛불시위에서의 시위대-경찰 대치장면을 연상시킨다.


최근 우리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드라마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촛불시위가 등장하거나 '효순·미선양 미군장갑차 압사사건'을 풍자하기도 한다.

드라마를 통해 현실을 바라볼 수 있어 흥미롭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드라마를 보면서 현실을 잊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껄끄럽다는 불만도 있다.


인기리에 방영중인 SBS '일지매'는 과감하게 현실 풍자를 시도하고 있다.

사극인 '일지매'는 지난달 12일 방송분(8회)에서 예상치 못하게 촛불시위가 연상되는 장면을 연출해 화제를 낳았다. 주인공 용이(이준기 분)가 사람들과 함께 대궐 앞에서 시위를 벌인 것. 당시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가 정점에 달해 있던 시기여서 이 장면을 본 시청자들은 주저없이 촛불정국의 현실을 떠올렸다.

3일 방송에서는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을 더욱 적나라하게 풍자했다. 어린 양순(박유선 분)이 청나라 칙사의 아들인 정치홍(정성윤 분) 패거리의 '음주 승마'로 목숨을 잃었다. 양순의 죽음에 분노한 저자거리 사람들은 시위에 나섰다. 급기야 관군과 대치하는 장면도 등장하는데 촛불시위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는 모습이 저절로 떠오르는 장면이다.


이날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효순이 미선이 사건이 생각나 안타까웠다", "백성과 포졸들의 대치 모습이 마치 촛불집회의 한 장면 같았다", "요즘 우리나라 현실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는 시청소감을 프로그램 홈페이지 게시판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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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 현장 화면을 드라마상에서 내보냈던 MBC '스포트라이트'


같은 시간대에 방영중인 MBC '스포트라이트'의 주요 에피소드 역시 현실에서 일어난 유명 사건들을 연상시킨다.

극 초반에는 탈옥수 신창원 사건이 연상되는 에피소드를 방영했고 이후로도 굵직한 사회 현안을 중심 소재로 삼아 이야기를 전개했다.

심지어 지난달 12일과 18일에 방영된 10·11회에서는 비교적 짧은 분량이지만 촛불시위 현장 화면을 이야기 흐름에 엮어 그대로 내보내기도 했다.

현실에 대한 풍자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일지매'와 달리 '스포트라이트'는 기자 사회를 그린다는 기획의도를 바탕으로 현실을 보다 깊숙하게 파고들고 있다.

극중 뉴시티 분양비리 에피소드는 몇해전부터 서울에 광풍을 몰고 온 뉴타운 개발사업을 연상케 했고, 조상민 변호사가 양심선언을 하며 기업비리를 폭로한 대목은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극 초반 방송사와 신문사의 이전투구를 다룬 부분이나 최근 국정원 직원이 등장해 기자를 협박하는 모습 등은 사실관계를 과장해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청자들은 "부조리한 우리 현실을 용기있게 잘 표현해주고 있다"면서도 "거북할 정도로 현실 사건들을 집요하게 조명해 드라마로서의 흥미가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제작진의 노력이나 작품성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방영 기간 내내 10% 수준에 머무르는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현실을 지나치게 가까이 한 것이 대중성을 놓친 이유 중 하나다.

허구성을 토대로 하는 드라마가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제작진은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그러나 이 부담은 우리 드라마가 다양성을 키우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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