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기영, 10년 세월이 만든 고집의 결정체(인터뷰)

이수현 기자 / 입력 : 2008.10.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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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기영 <사진제공=플럭서스뮤직>


이름 앞에 가수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지 10년이 넘었다. 히트곡도 많이 냈고 주위에서 인정도 받았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 손도 덥석 잡으면서 수다를 떠는 소탈한 매력을 가졌다. 무대 위에서는 카리스마가 넘치지만 무대만 내려오면 천상 옆집 언니 같은 사람이 바로 박기영이다.

박기영은 최근 베스트 앨범 '어쿠스틱+베스트'로 돌아왔다. 타이틀곡 '그대 나를 보나요'를 비롯해 클래지콰이 보컬 호란과 부른 듀엣곡 '동행', 스윗소로우의 성진환과 부른 '아이 두(I Do)' 등 3곡의 신곡과 지난 10년 간 발표한 히트곡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한 노래 등 총 15곡을 수록한 앨범이다.


EBS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해서 어쿠스틱 공연을 선보인 뒤 이른바 '필받아서' 만든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을과 어울려 귀에 착 감기는 어쿠스틱 멜로디는 옛 추억에 잠기게도, 새로운 편곡으로 색다른 맛을 느끼게도 한다.

"이제서야 노래가 어떤 것인지 좀 알 것 같아요. 30대가 되니까 무르익어가는 느낌이 좋고 나이 먹는 것도 기대돼요. 앞으로의 10년이 벌써부터 설레요. 풋풋함은 기대하기 힘들겠지만요."

이번 앨범에서 눈에 띄는 곡은 '동행'. 여성 보컬끼리 듀엣곡을 부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는 말에 "노래 부를 때 밖에서 볼 때 묘한 분위기였다고 놀림도 받았다"며 웃었다. 박기영에게 호란은 마냥 예쁜 동생이라고 했다.


"제가 먼저 앨범 같이 내보자고 그랬어요. 이 앨범은 특별한 앨범이니까 '주위 사람한테 선물 받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친한 사람들한테 도와달라고 조르고 다녔거든요. 공연 게스트를 한 번 같이 섰는데 느낌이 너무 좋더라고요. 호란이는 저랑 음색과 음역이 워낙 달라서 오히려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노래 부르는 걸 업으로 삼은 지 10년이 넘어가면서 그에게는 고집 같은 자존심이 생겼다. 그냥 노래를 하는 게 가수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라는 가수의 의미를 알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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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기영 <사진제공=플럭서스뮤직>


싱어송라이터로 활약해온 박기영은 그만큼 더 노래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이 때문에 그는 "음악 프로그램에 나가기 싫다"는 역설적인 결과를 내놨다. 노래에 대한 애정이 넘치고 자신의 노래를 많은 이들에게 더 알리고 싶은 게 당연한 마음이겠지만 그가 음악 프로그램에 나가기 싫어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예전엔 몇 번 나갔었어요. 음악 프로그램에서 2위까지 올라가보기도 했고요. 하지만 TV에 나갈 땐 주어진 시간에 맞춰서 곡 길이를 줄여야 하잖아요. 그게 싫었어요. 노래가 그 길이가 된 건 내용을 풀어내기 위해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노래를 한다는 건 그 노래의 매력을 100% 보여줘야 하는 건데 그걸 자르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이런 이유 있는 고집이 그를 TV에서 만나기 힘든 가수로 만들었다. 또 하나, 박기영을 TV에서 보기 힘든 이유가 있다.

"예능 프로그램은 잘 못하겠어요. 1대 1로 대화하는 프로그램은 제가 그냥 주도할 수도 있고 재미있게도 할 수 있지만 여러 명이서 함께 하는 프로그램은 제가 종종 딴 생각도 하고 대화에 관심이 없어지더라고요.

공연을 처음 시작할 때 관객의 온도는 무대보다 낮아요. 그걸 무대의 온도만큼 끌어올리는 시간이 걸려요. 하지만 그 두 개의 온도가 같아지는 순간 난리가 나는 거죠. 그 순간이 좋아요. 그래서 저는 카메라보다 무대가 잘 맞는 사람인 거 같아요."

TV는 힘들지만 카메라가 아닌 관중들의 눈을 마주볼 수 있는 무대에는 얼마든지 서고 싶어하는 박기영이다. 그는 콘서트 무대뿐만 아니라 연극 무대에도 설 계획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연극 할 거에요. 연기는 오래 전부터 해보고 싶었거든요. 무대에 서는 건 똑같잖아요. 추상미씨와 친한데 언니한테 배역 하나만 달라고 조르고 있어요.(웃음)"

그는 최근 스페인으로 순례 여행을 다녀온 뒤 책 '박기영 씨, 산티아고에는 왜 가셨어요?'를 발간했다. 33일간 800km를 걸었다는 그는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처럼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었다고 이야기 했다.

"산티아고 여행 굉장히 꼼꼼하게 준비했던 거예요. 출발 1개월 전부터 단백질 식사하면서 몸 만들고 운동하고 여행 준비물 챙기고. '자아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불현듯 떠나야겠더라고요. 다녀와서요? 염려 많던 제 성격이 고쳐지더라고요."

앞으로도 라디오와 라이브 무대를 통해 팬들과 만나겠다는 박기영은 "내년까지 오래 활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음악이 주는 가장 큰 목표는 '치유'라고 믿고 있는 박기영의 앞으로의 활동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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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기영 <사진제공=플럭서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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