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티크', 동성애? 먹음직스러운 유쾌한 성장영화

김건우 기자 / 입력 : 2008.10.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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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는 예쁜 영화다. 먹음직스러운 케이크가 관객을 유혹하고 주지훈 김재욱 등의 꽃미남들이 등장한다.

영화는 요시나가 후미의 만화 '서양골동양과자점'을 원작으로 한다. 일본에서 170만 부가 팔린 이 작품은 드라마로 제작돼 큰 인기를 끌었다. 민규동 감독은 동성애 코드를 유쾌하게 끌어내 주인공들 내면에 가지고 있던 아픔을 건강한 웃음으로 그려냈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감독 민규동, 제작 수필름 영화사집)에는 네 명의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엉뚱한 재벌2세 사장, 마성의 게이인 천재 파티쉐, 절대미각의 복서 출신 견습생, 사고뭉치 보디가드가 그들이다.

이들은 각각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민규동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겉이 아름다운 케이크"와 같은 것이다. 그 맛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외모와 경력을 가지고 있다. 케이크가 재료 배합률에 따라 환상적인 맛을 만들어내듯 '앤티크'는 네 명의 캐릭터들이 서로 관계설정을 하면서 하나로 완성된다.

아픔은 위로할 수는 있지만 극복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선택은 자신이 하는 거야"라는 대사처럼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이겨내는 것. 영화는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앤티크'가 색다른 지점에 있는 것은 치유 과정들이 즐겁다는 점이다.


엉뚱한 재벌 2세 사장 진혁(주지훈 분)은 케이크를 싫어하면서 앤티크를 오픈한다. 겉으로는 케이크를 여자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여기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공포 영화를 연상할법한 이유지만 영화에는 유쾌하게 그 이유가 숨어 있다. 게이인 선우(김재욱 분)는 고등학교 때 진혁을 좋아했던 경험이 있고 후반부에 밝혀지는 이유 때문에 앤티크에서 일을 한다.

영화는 불편할 법한 두 사람의 관계를 뮤지컬 같은 음악과 댄스로 즐겁게 그려냈다. 천재 파티쉐답게 선우가 케이크를 만들 때 환상적인 여인들이 그 맛을 표현한다. 쉽게 말해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와인을 마실 때 아름다운 자연풍경이 펼쳐졌다면 영화 '앤티크'에서는 여인들의 향연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민규동 감독은 불편해할 법한 관객들의 빗장을 허술하게 한 다음 본격적인 동성애를 이야기한다. 선우의 옛 애인이었던 쟝(앤디 질렛 분)과 견습생 수영(유아인 분), 보디가드 기범(최수호 분)등과의 미묘한 동성애 감정들은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일부 학자들은 인간은 양성애를 가지고 있어 상황에 따라 동성애자가 될 수도 있고 양성애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영화는 마성의 게이 선우를 중심으로 성 구분 없이 사람에 대한 끌림으로 동성애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극 중에서 게이는 선우와 쟝 뿐이지만 진혁, 수영, 기범도 동성애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있다.

민규동 감독은 전작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조재경(천호진 분)과 민태현(김태현 분)의 만남에서 이 같은 시도를 했다. 이혼남 조재경의 남자 가정부로 민태현이 일을 하게 되고 두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영화는 마지막에 조재경이 민태현의 가슴을 때리면서 끝난다. 이루어질 수 없지만 끌리는 감정, 그것이 사랑임을 이야기한다.

'앤티크'의 동성애는 전작들에 비해 수위가 높다. 선우와 쟝이 함께 하룻밤을 보내고 키스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하지만 그것이 크게 거북하지 않다. 영화는 게이들의 삶을 강조하지도, 동성애가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선우를 연기한 김재욱은 마음 가는 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지만, 어떤 영화보다도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11월13일 개봉. 15세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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