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구멍 깊숙이' 린다, 70년대 미국을 흔들다

[형석-성철의 에로&마초]

김형석 / 입력 : 2008.12.2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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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러블레이스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목구멍 깊숙이'라는 영화 제목은 한두 번쯤은 들어봤을 듯싶다. 1972년에 나온 이 영화는 미국 포르노그래피 역사에서 가장 논쟁적이었으며 가장 큰 흥행을 기록한 작품이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았던 린다 러블레이스는 무명의 포르노 배우의 순진무구한(?) 연기는 당시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목구멍 깊숙이’라는 의미의 ‘딥 스로트’(deep throat)라는 단어는 미국 사회에서 꽤 의미 심장하게 쓰인다. 결국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어냈던 워터게이트 사건의 배후 인물은 일명 ‘딥 스로트’였다. 또한 미드계의 전설이 된 '엑스파일' 시리즈에도 정체불명의 캐릭터로 ‘딥 스로트’가 등장한다. 이처럼 미국 사회에서 미스터리한 존재를 일컫는 ‘딥 스로트’가 사실은 포르노 제목이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이며, 이 사실은 '목구멍 깊숙이'라는 영화가 지녔던 사회적 파장에 대한 반증일 수도 있다.


'목구멍 깊숙이'는 1970년대 초반 미국인들에게 일종의 문화적 탈출구였다. 베트남 전쟁과 정치적 부패로 억압되어 있던 미국인들에게 이 영화는 알 수 없는 유혹이었고, 음지에 숨어 있는 외설적 영화하기보다는 새로운 시대의 성인영화였다. 이른바 ‘포르노 시크’(porno chic), 즉 ‘세련된 포르노’로 불리었던 '목구멍 깊숙이'의 관객들은 도시의 부랑자나 마초적인 육체 노동자들이 아니었다. 커플들에게 이 영화는 당대의 유행이었고, 지식인들도 이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을 찾았다. 그리고 린다 러블레이스라는 여성의 꾸밈없는 모습에 매료되었다.

영화 내용은 간단하다. 린다(린다 러블레이스)에겐 고민이 있다. 삽입 성교로는 도저히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것. 난교 파티에서 두세 명의 남자와 관계를 맺어도, 그녀는 밍숭맹숭할 뿐이다. 병원에 가 정밀(?) 검사를 받은 린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의 클리토리스는 질 내부가 아니라 ‘목구멍 깊숙이’ 있었던 것. 의사(해리 림스)는 깊숙한 ‘오럴 섹스’를 치료법으로 내놓고, 린다는 드디어 오르가슴을 맛본다. 이후 그녀는 병원의 ‘스페셜 간호사’가 되어 왕진을 다니면서 성 장애가 있는 남자들을 ‘입으로’ 치료해준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린다의 오럴 섹스 연기는 대단하다. 아무리 큰 페니스도 그녀의 입 속으로 사라졌고, 러블레이스의 백치미는 성녀와 창녀가 혼합된 듯한 묘한 이미지로 어필했다. 남편이자 매니저인 척 트레이너라는 남자에게 방중술을 배웠던 러블레이스는 이 영화 이후 포르노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스타덤은 그녀에게 독이었다. 이후 자신의 캐릭터를 반복하며 몇 편의 포르노를 찍었던 그녀는 마약에 손을 대면서 망가지기 시작했고, 네 번의 자서전을 냈지만 그 내용은 매번 엇갈렸다. 이혼과 결혼을 반복했지만 행복하지 못했던 그녀는, 중년의 나이가 되었을 땐 ‘안티 포르노’ 운동을 펼치는 페미니스트가 되었다. 그리고 2002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린다 러블레이스는 결코 글래머도 아니었고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도 아니었다. 어쩌면 그녀는 시대가 낳은 사생아 같은 존재였다. 혼란에 휩싸였던 미국 사회를 ‘목구멍 깊숙이’ 삼켰던 여인 린다 러블레이스. 그녀의 삶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딥스로트'를 권한다.

<김형석 월간스크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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