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 '과속스캔들'에 400만명 날개 달아줬다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8.12.2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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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스캔들'이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계속 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 50만 관객을 모은 데 이어 4주차 주말에 45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지난 3일 개봉한 이래 26일만에 400만 관객을 동원했다.

'과속스캔들'의 거침없는 질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신인 감독에 스타성 없는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제작사조차도 200만명이 목표였다. 한 달 남짓한 시간에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로 거듭난 데는 관객의 입소문이 가장 큰 몫을 차지했다.


올 상반기에 '추격자'가 입소문 덕을 톡톡히 봤다면 하반기에는 '과속스캔들'이 있다는 평을 들을 만큼 입소문은 이 영화에 큰 힘이 됐다. '과속스캔들' 측은 입소문이 이 영화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판단, 처음부터 일반 관객 대상 마케팅에 주력했다.

개봉 전 전국 각지에서 5만명 일반 시사회를 실시했으며, 특히 지방 시사회에 힘을 기울였다.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지방 배급에 강점이 있을 뿐더러 연말연시 지방 관객들이 즐길 수 있을 만한 코미디 영화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입소문 마케팅을 실시하는 것은 다른 영화들도 마찬가지지만 '과속스캔들'은 상대적으로 그 덕을 톡톡히 봤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 10점 만점에 9점 대 평점을 받았을 뿐더러 자발적인 홍보꾼들이 생겨났다. 개봉 초반 '인터넷 알바' 논란도 있었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이 '재밌다'는 글들을 꾸준히 달면서 이내 볼만한 영화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톱스타가 없었던 점, 큰 제작비가 들지 않았던 점, 신인 감독이라는 점 등 '과속스캔들'의 약점은 오히려 장점으로 바뀌었다. 이런 약점들은 한국형 블록버스터에 반감을 갖은 한국영화 안티들까지 흡수하는 요소가 됐다. 너무 힘을 주지 않아서 좋았다는 평이 많은 것은 그 반증이다.

입소문은 적절한 시(時)와 만나면서 '과속스캔들'의 승천에 여의주 역할을 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시점에 해피엔딩으로 갈음하는 코미디 영화는 환영을 받기 십상이다. 때마침 등장한 잘 만든 코미디 영화 '과속스캔들'은 극장에서 시름을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11월말과 12월 중순을 놓고 개봉 시기를 저울질하다 이달 3일로 최종결정을 내린 것도 결과적으로 좋은 판단이었다. 당초 제작사 및 투자사는 12월 외화 라인업이 좋으니 11월말에 개봉하자는 입장이었고 강형철 감독은 영화 완성도를 위해 12월 중순 개봉하자는 입장이었다.

결과적으로 '과속스캔들'은 '미인도'의 파고를 피했으며, 할리우드 대작에 앞서 개봉해 입소문으로 관객을 끌어들일 발판을 마련했다. '오스트레일리아' '트와일라잇' '벼랑 위의 포뇨'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지구가 멈추는 날' 등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친 것 역시 입소문의 힘이 컸다.

또한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이 아이를 낳는다는 발칙한 설정의 코미디를 오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풀어낸 것은 이 영화를 가족영화로 재포장할 수 있게 만들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과속스캔들'이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 모은 것은 모처럼 극장으로 나들이를 나온 가족관객들이 선택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TV 드라마의 독한 설정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과속스캔들'의 설정은 그다지 독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 영화가 12세 관람가인 것도 그 때문이다.

"500만 관객은 하늘이 만든다"는 영화계 속설처럼 '과속스캔들'의 흥행에는 시와 운, 콘텐츠가 적절히 균형을 이뤘다. 현재 '과속스캔들'은 1월 초 5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며 닮은 꼴로 비교되는 '미녀는 괴로워'의 662만명까지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제작사 토일렛픽쳐스 관계자는 "이미 관객들이 이 영화를 가족영화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쌍화점'이 성인관객을 흡수해도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면서 "롱런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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