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만남 반복' 요즘 드라마, '후크송' 따라가나

최문정 기자 / 입력 : 2009.03.3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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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아내의 유혹',KBS 2TV '꽃보다 남자',MBC '사랑해 울지마', KBS 2TV '내사랑 금지옥엽'<사진출처=SBS,KBS,MBC>


요즘 드라마도 반복의 미학(?)에 빠졌다. 가요가 반복적인 가사와 리듬의 후크 송에 빠지더니 이젠 드라마도 시청자를 낚고 반복적인 패턴의 이야기로 극을 이끌어 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헤어지고, 그러고도 모자라 또다시 그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KBS 2TV '꽃보다 남자', '내사랑 금지옥엽', MBC '사랑해 울지마' 등이 그 예로 결별과 재결합의 반복이 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제까지의 드라마는 대부분 만남과 헤어짐 이후 다시 만나 해피엔딩으로 혹은 새드엔딩으로 결말을 맺는 유형이 많았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경우도 늘며 더욱 시청자의 애를 태우기도 했지만 지나치진 않았다.

분명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을 갈등요소로 삼아 극을 이끌어가며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개연성이 밑바탕 되지 않은 채 그저 헤어짐과 만남만을 반복하는 것은 오히려 시청자의 집중을 방해한다는 평가다.

또 사랑하다가 자신들의 의지보다 주위의 반대로 마음에 없는 말을 하고 헤어지고 몇 회 지나서 또다시 사랑을 확인하고 그러고도 또 헤어지는 스토리의 연속은 "이제는 지겹다"는 비평까지 받는다.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 못지않게 드라마를 물들이고 있는 것이 바로 용서와 화해, 분노와 복수의 반복이다.

구은재가 점 하나로 민서희가 돼 살벌한 복수를 벌이면서도 신애리의 반격으로 다시금 복수심을 키우기를 반복했던 상황, 여기에 드디어 복수를 마치고 행복해지나 싶었더니 살아 돌아온 진짜 민서희와 신애리의 협공으로 또다시 바보 같고 불쌍한 여자가 돼버리는 SBS 아내의 유혹'이 이에 속한다.

용서를 할 듯 말 듯 한 상황을 반복하다가 드디어 오랜 원망의 시간을 털고 어머니를 용서했다 싶었더니 바로 다음 회에 "왜 나타나셨냐"며 일갈하던 '내사랑 금지옥엽'은 의도치 않게 인호(이태란 분)를 비난의 화살을 맞게 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청자의 불만의 불씨에 휘발유를 끼얹는 것이 바로 열린 결말이다. 확실한 결론도 없이 '판단은 시청자에게'라는 애매모호한 결말을 내는 것이다.

물론 극적으로 작품의 줄곧 이끌어왔다면 열린 결말이 극과 극으로 나뉘는 시청자의 결말에 대한 기대를 모두 감싸줄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 될 수 있다. 드라마 내내 발휘됐던 시청자의 상상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줄곧 이야기를 계속 반복해왔다거나 뚜렷하게 나뉜 출연진의 감정선이 없다면 이러한 배려는 오히려 민폐가 되고 만다. "마지막까지 질질 끌진 말아 달라", "이젠 그만 뱅뱅 맴돌고 앞으로 좀 나가라"는 시청자의 작은 기대에 멋지게 뒤통수를 치는 배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드라마의 한 출연진은 "더욱 극적인 사랑을 위한 장치가 아니겠냐"며 감쌌다. 다른 출연진은 "때론 연기를 하면서 내가 연기하는 상황이 답답해 감정이입이 힘들 때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각 드라마의 관계자는 "드라마의 감정선을 더 살리기 위한 방법이었다", "연장하려다 보니 조금 늘어진 감이 있지만 둘의 사랑을 공고하게 하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 또 "종영을 앞두고 시청자가 '꽉 닫힌 결말을 원한다'고 하더라"며 시청자의 요구를 염두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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