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 세기의 악녀를 꿈꾸다(인터뷰)

경주=김겨울 기자 / 입력 : 2009.05.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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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이 MBC 창사 48주년 대하사극 '선덕여왕' 여 주인공에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만해도 모두들 그가 선덕여왕 역을 맡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얼마 후, 고현정은 선덕여왕과 대적하는 '시대의 악녀' 미실 역을 맡게 됐음이 알려졌다.

진흥왕에서 진지왕, 대를 잇는 왕을 모시고 세종(독고영재), 설원랑(전노민) 등과 밀애를 즐기는 팜므파탈 매력을 지닌 시대의 악녀 미실, 우아한 냉장고 CF를 찍는 선한 눈매의 고현정이 왜 이 역을 택했을까.


마흔을 목전에 둔 이 여배우에게 호사가들은 '이요원에게 나이에 밀려 선덕이 아닌 요부 역을 맡는 것 아니냐'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고현정은 이 같은 시선에 침착하게 답했다.

"제가 선덕여왕을 맡아야 한다?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우선 감사하다. 하지만 선덕여왕 기획부터가 여러 가지가 저와는 안 맞았다고 생각하거든요. 굉장히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고 진지하게 준비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제일 잘할 수 있고 제일 잘 할 수 있는 최대공약수를 찾은 것이 아닐까. 거기에 이요원 씨가 적합하고 최고의 캐릭터라고 보거든요."

고현정은 그리고 미실 캐릭터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들려줬다. 그리고 배우로서 욕심도 드러냈다.


"미실은 단순한 악역이 아니에요. 악역이 아니라고 말한 것은 다들 저만의 사정이 있잖아요. 아들도 그렇게 버리고 뭐하고 뭐하면서 그녀가 쫓은 것은 무엇이냐. 극 중에서 보면 황후의 자리라고 하는데 이 여자는 누구도 믿지 못할 권력의 힘을 맛봤다고 해야 하나요. 누구에게 그 자리를 넘겨준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실제로 있지도 못하는 자리를 황후의 자리라는 것으로 쫓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솔직히 말하면 대작에서 색이 분명한 미실 역을 맡아서 할 수 있는 것이 저한테 이로우 작업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이 들었고요. 미실 캐릭터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 재밌어요. 굉장히 재밌고 기존에 했던 어떤 일정 리듬이 있었다면 깨면서 연기를 하고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좀 재밌는 작업이에요. 그래서 저는 미실 역을 탐을 냈던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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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자명고', KBS '천추태후'. 여성이 주인공인 사극이 천지다. '선덕여왕'이라고 다를 게 있을까.

"다른 사극이랑 다른 것이죠. 신라 시대 이야기가 처음 다루는 것이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해야할 부분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좋은 연기자들이 많이 만난 것 같다는 그 감이 와서 작품 적으로 다른 작품과 차별을 둘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여성을 내세우긴 하지만 남녀가 어울리는 이야기라 여자들만의 이야기라고 할 수 없죠. 우리 드라마는 '선덕여왕'이 타이틀이니까 선덕이 어려서부터 그 역경을 어떻게 이룰까. 한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저는 선덕 쪽으로 시선이 뺏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악착같이 애를 쓰려고요. 이요원 씨에게 도전하는 고현정의 처절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말을 하고 고현정이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리며 농인 것처럼 둘러대지만 아무도 따라 웃지 않았다. 농이 아닌 진심으로 다가오는 의미심장한 말, 오싹하다. 고현정이 이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진지하게 느껴지면 느껴질 수록 미실이 환생한 것 같다. 순 하기 순하게 생긴 그의 얼굴이 더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제가 미실이 나쁘다고 해서 나쁜 무서운 표정만 짓고 있으면 들키잖아요. 합리화 시키려고 해요. 이것 나쁜 짓이 아냐. 내 행동에 설득력을 가지고 합리화 시킨 면서 연기를 잘해서 그걸 연기력으로 이기려고 그렇게 말이죠."

시대의 요부가 장희빈, 클레오파트라가 아닌 미실의 시대로 열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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