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 "영원히 인형일 순 없겠죠"(인터뷰)

김지연 기자 / 입력 : 2009.08.2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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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연예계를 대표하는 인형이었죠."

어느덧 서른을 코앞에 둔 성유리(28), 그녀는 인형이자 요정이었다. 처음 데뷔했을 당시 그녀의 예쁜 외모는 모든 단점을 단박에 덮어버리는 마법의 묘약이었다. 허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흘러간다. 인형이자 요정이었던 소녀는 어느새 시간의 옷을 입은 숙녀가 됐다.


2009년 여름 수목극 1위를 달리고 있는 SBS '태양을 삼켜라'(연출 유철용·극본 최완규) 속 '억척녀'로 변신한 성유리를 만났다. 요정 같던 소녀는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태양을 삼켜라'는 제 20대 마지막 작품이에요.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 많이 했죠. 30대 여배우로 전화점이 되는 작품이니까."

기자를 만난 성유리가 처음 내뱉은 말이다. 그녀도 이제 서른이란 숫자가 주는 무게감을 체감하는 나이가 됐다.


특히 언제나 예쁜 외모로만 용서받던 철부지일 수 없다는 그녀는 '열심히 노력했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이제는 얼굴이 아닌 연기력으로 평가받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간 저의 인형 같은 부분을 좋아해 주신 분들이 많아요. 기존 팬들은 그 고정된 이미지를 좋아하셨죠. 하지만 '태양을 삼켜라' 속 수현이는 많이 달라요. 억척녀죠. 이런 변화를 싫어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제가 언제나 요정일 수 없잖아요?(웃음) 언제까지나 꽃다운 20대일 수 없으니 과감하게 단점도 드러내고 변화를 시도해야죠."

당차게 자신의 변화를 설명하는 모습에서 철부지 어린 아이는 오간데 없다. 배우라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루기 위해 매진하는 이 시대의 여성이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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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성유리는 '가수 출신 연기자'이기 때문에 매 작품마다 불거지는 연기력 논란은 피할 수 없다며 담담히 속내를 털어놨다.

"처음에는 가수 출신 연기자란 꼬리표가 싫었어요. 작품에 출연할 때마다 더 냉혹하게 평가하시는 것 같아서.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꼬리표가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가수 출신 연기자'란 꼬리표가 득이 됐죠. 이 꼬리표를 떼려고 무던히도 노력했거든요. 호호호"

요즘에야 가수 출신 연기자 혹은 연기자 출신 가수가 일반화됐지만, 성유리가 처음 연기에 도전했을 때만해도 상황은 사뭇 달랐다. 왜 한류스타로 일본에서 가수로 성공한 류시원이 국내에서는 절대 음반을 내지 않겠다고 공언했겠는가. 그만큼 타 분야 출신의 가수 변신 혹은 연기자 변신에는 보이지 않는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성유리는 자신의 성장을 높게 평가했다.

"배우로 온전히 서서 30대를 맞고 싶어요. 예전에야 어린 아이 같은 멜로 장면도 많았지만, 이제는 여인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간 커리어우먼 역은 해보지 못했는데 수현이를 통해 일적으로 성공하는 여성상도 보여드릴 거에요."

꼭 극중 캐릭터 수현이 자신의 모습인 듯 변화된 성유리를 봐 달라는 소리 없는 외침이다. 그래서 그녀는 30도가 훌쩍 넘는 무더위 속 에어컨 없이 진행되는 촬영도 미국과 아프리카를 오가며 진행된 촬영 중 겪은 고생도 고생이 아니라 했다.

"고생한다고 하시는데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를 보면 내 고생은 고생이 아니에요. 감히 힘들다고 티도 못 낼 정도죠. 그래서 힘들어도 웃음 나고, 촬영장에서 3,4일 밤을 새워도 피곤하지 않아요."

성유리는 일의 참맛을 알아가고 있었다. 미국 촬영 당시 살이 좀 쪄 '보톡스를 맞았네' '성형을 했네' 등의 구설수로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으나 "열심히 다이어트 했다"고 능수능란하게 받아칠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의 여유도 갖게 됐다.

언제까지나 인형일 수 없다는 그녀의 말처럼 성유리는 배우로 성장하고 있었다. 아직 부족하지만 30대 여배우로 새롭게 도약할 그녀의 발전상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 정도면 됐다 싶은 때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심기일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마무리 잘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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