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보다 재밌다!" '선덕여왕'의 경쟁력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9.09.0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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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살 회사원 한모씨는 누구나 알아주는 미드 마니아다. 유별난 관심 덕에 남들보다 '프리즌 브레이크'를 1년 일찍 봤고, '24', '로스트', '크리미널 마인드', '멘탈리스트' 등 인기 미드를 줄줄 꿴다. 그런 그가 요즘 MBC '선덕여왕'(극본 김영현 박상연·연출 박홍균 김근홍)에 푹 빠졌다. "대본의 완성도, 속도감이나 긴장감이 여느 미드 못지않다"는 게 그의 '선덕여왕' 찬양 이유다.

각종 드라마 게시판에서도 이같은 미드 팬들이 종종 확인된다. 미드 팬들까지 끌어들인 '선덕여왕'의 힘 과연 뭘까?


드라마 팬들이 뽑는 '선덕여왕'과 다른 드라마들의 가장 큰 차별점 중 하나는 월·화 이틀 방송분을 기준으로 하나의 이야기가 완결되고 다시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주에 일식 여부를 두고 덕만(이요원 분)과 미실(고현정 분)이 머리싸움을 벌였다면, 이번 주에는 대결에서 승리한 덕만이 궁에 입성해 공주로 자리잡는 과정이 그려지는 식이다.

이는 매 회 완결성을 지닌 이야기가 짧게는 14회, 길게는 24회까지 이어지는 미드의 이야기 구조와 닮은꼴이다. 이미 30회가 넘게 방영된 '선덕여왕'은 미드보다 더 긴 호흡을 유지해야 하지만 여전히 긴장감을 잃지 않으며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더욱 상승중이다.

이처럼 드라마의 각 회가 완결성을 지니는 것은 '대장금'에서도 잘 드러났던 김영현 작가의 개성이자 강점이기도 하다. 각 방송분이 독립된 이야기로서의 재미를 갖고 있기에 초반 드라마를 보지 않았던 이들도 충분히 작품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고,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폭발력을 낼 수 있다. 물론 이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연속극으로서의 미덕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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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은 이야기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공주로 왕궁에 입성한 덕만과 자신의 권력 기반이 흔들리게 된 미실의 맞대결이 펼쳐졌던 지난 주는 그 백미였다. 미실이 '신권'을 '네가 가지라'고 하자 덕만은 '백성에게 돌려주겠다' 맞받았으며, 미실은 백성이 원하는 것은 '환상'이라고 하자, 덕만은 '희망'을 주겠다고 받아쳤다. 과학과 미신, 희망과 환상이 충돌하는 이 주제는 지역과 문화를 가리지 않는 보편적인 코드이기도 하다.

이는 '여인천하'처럼 치맛바람 싸움을 즐겨 그렸던 과거 여성 사극과 '선덕여왕'의 차별성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이에 더해 정치 사극을 즐겨 보는 남성 시청자들까지 아우르는 효과를 낳았다. '선덕여왕'을 즐겨 보는 한 50대 회사원은 "막장드라마 막장드라마 했는데, 이렇게 재미있고 의미있는 작품은 오랜만에 본다"고 호평했다.

또한 '올바른 정치'에 대한 고민을 담은 '선덕여왕'은 삼국시대라는 우리 역사를 다룬 사극이면서도, 해외 팬들에게까지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대장금'에 이은 한류 사극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선덕여왕'의 인기 행진은 그칠 줄은 모른다. 경쟁작들을 5∼7%대 시청률에 꽁꽁 묶어놓은 채 현재 40%대 인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한 '선덕여왕'의 비상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대장금'의 최고 시청률 57%가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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