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우 "청순 캐릭터? '선덕여왕' 미실 부럽다"(인터뷰)

김건우 기자 / 입력 : 2009.11.2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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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지우 ⓒ이명근 기자
최지우는 올해로 연기 데뷔 15년차가 됐다.1994년 MBC 공채 탤런트 23기로 데뷔한 뒤 지우히메로 평가 받기까지 쉽지 않은 선택이 많았다. 한류 스타가 된 뒤 국내에서 만나기 힘들다는 소문과 드라마 '에어시티', 영화 '연리지'에서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최지우는 스스로 "제가 연기파 배우는 아니잖아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10일 개봉 예정인 영화 '여배우들'(감독 이재용)을 통해 여배우라는 호칭에 욕심이 난다고 전 했다.


"솔직히 연기력 논란에 대해 창피하기도 하다. 여배우라는 호칭이 괜찮을까 생각이 들면서도 욕심이 난다. 연기라는 게 하면 할 수록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한계를 느낀다. 15년차나 됐는데 내가 이것 밖에 안되는지 생각도 든다. 작아지는 순간이 많은 것 같다"

그녀는 여배우라는 것, 인기라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놓아주어야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세월도 그렇고 인기라는 게 그렇잖아요. 높이 있으면 내려올 날이 있는데. 이제 히메라는 호칭 앞에 여배우라는 말이 당당하게 붙었으면 좋겠어요. '선덕여왕'의 미실이 부러울 따름이죠."

-영화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는지 궁금한데.


▶처음에 영화 관련된 분이 최근 유행한 '분장실의 강선생님'과 같은 영화라고 했다. 배우들끼리 같이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는데 시나리오가 너무 얇았다. 겁이 덜컥 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드라마처럼 짜여진 대본을 가지고 연기를 했는데, 이 영화는 순발력과 애드리브를 요구했다. 감독님도 촬영 중에 어떤 대사가 어울리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한없이 쟁쟁한 선배님들 앞에서 작아지는 경험을 했다. 첫 촬영 후에는 잠도 못 잤다. 내가 괜히 이 작품을 했구나, 당시 주위 사람들이 반대도 했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서는 가뜩이나 성격이 소심한데 라며 걱정했다.

하지만 촬영을 하면서 용기가 났다. 첫 촬영 장면이 고현정 언니와 싸우는 신이었는데 스스로 용납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촬영을 거듭하면서 의외로 짜릿했다. 오히려 나중에는 좀 더 대사를 해볼 걸이라는 생각도 했다.

-영화 속에 지우는 얼마나 진짜 최지우와 비슷한지.

▶영화 속 모습이 전부 인간 최지우는 아니다. 실제 제 성격이 나오는 부분도 있다. 어떻게 보면 반반인 것 같다. 그런데 감독님이 저를 얌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름이 영희이거나 직업이 술집 작부 같으면 상관없는데 지우라는 이름으로 얌체 역은 좀 그랬다. 그래서 머리를 맞대고 연기했다. 평상시 지우라 면 이런 대사를 안 하겠지? 많이 조심스러웠다.

사실 속에 있는 이야기를 했더라도 빠져나갈 방패가 있다. 관객들에게 이건 영화라고 이야기하면 되지 않겠나(웃음). 촬영하면서 선배님들이 마음을 열어주셔서 편하게 촬영했다. 아직 완성본을 못 봤는데, 불안한 마음도 있다.

-최지우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했을 때 "최지우씨가 합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외였어요"라는 말을 들었다. 저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저에게 이번 영화는 용기가 필요했다.

사람들에게 제가 어떻게 비쳐지는지 몰랐었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도 네가 이런 애 인줄 몰랐었어. 너의 새로운 모습이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이 영화를 통해 얻은 게 많은 것 같은데

▶이 영화는 욕심을 내지 않았던 것 같다. 뭔가를 내려놓고 한발자국 나선다는 느낌이었다. 제목의 '여배우들'처럼, 여배우로서 한 발자국 나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 다. 이미숙 선배가 "네가 언제까지 히메야. 네가 공주야"라며 "출연하기 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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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지우 ⓒ이명근 기자


-일본에서 높은 인기를 구사하고 있다. 잊혀지는 게 두렵지 않은지.

▶인혀 진다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닐까? 그것을 너무 붙잡고 있으면 슬퍼지는 것 같다. 사람은 살면서 어느 정도 내려놔야할 부분이 있다. 세월도 그렇고 인기도 그렇고, 높이 있으면 내려올 날이 있는 거다. 과거에 이랬는데 이것들이 감히 라고 생각하면 안될 것 같다. 하지만 히메라는 호칭이 너무 좋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이제 그 앞에 여배우라는 호칭이 당당하게 붙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결국 히메라는 호칭 때문에 차기작 선택이 어려웠던 것 같은데.

▶이득 보다 손해를 보는 부분도 있었다. 한류 배우들이 작품을 선택할 때 오해를 받는 부분이 있다. 일본 팬들만 생각하고 작품을 선택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한국 팬 없이 어떻게 여배우라는 호칭을 쓰겠나.

-여배우라는 호칭에 욕심을 냈다는 것은, 15년차이지만 지금까지 다르게 생각했던 것 같은데.

▶솔직히 제가 연기파 배우 아니다. 그래서 연기라는 부분에 있어서 살짝은 창피하기도 하다. 과연 호칭이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욕심이 생긴다. 연기라는 게 하면 할 수록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15년차임에도 불구하고 한계에 부딪친다. 제가 작아지는 순간을 맛보는 것 같다. 제 이름을 갖고 해야 하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

-같이 연기한 배우 중에 생각과 달랐던 사람이 있는지.

▶저한테 민희를 제외한 다섯 명 전부 새로웠다. 이 영화는 기획 단계부터 인맥을 통해서 만들어졌던 영화다. 그래서 처음에는 제가 손해 보는 느낌이었다. 다른 분 들은 서로의 성격을 알기 때문에 대사를 맞출 수 있는데 저는 쉽지 않았다. 거기에 제가 얄미운 캐릭터였으니. 제가 얼마나 속상했겠나.

특히 현정 언니의 경우, 학창시절 현정 언니의 드라마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 그렇기 때문에 제 눈에 보인 또 다른 여배우의 모습이었다. 무척 어려웠다.

제가 쉽게 다 가갈 성격이 못돼 힘들었지만, 언니가 너무 털털하고 솔직하게 대해줬다. 또 연기적으로는 확실하게 고수라는 인상을 받았다. 내가 그래도 연기 15년 차인데 이것 밖에 안되는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언니 앞에서는 확실히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다시 태어나도 여배우이고 싶은지. 어떤 부분에서 여배우라는 점이 힘든지.

▶다시 태어나도 여자 배우이고 싶다. 여배우이기에 민감한 것은 사생활 아니겠나. 동굴에 살지 않는 이상 사생활이 100% 보장은 안 된다. 또 힘든 것은 의도되지 않게 왜곡되게 비춰지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기승전결 없이 알려지거나, 어떤 이야기인줄 모르고 앞뒤 상황이 빠진 채 알려진다. 결국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다시 숨고 싶어지고, 도마 위에 안 오르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이와 상관 없이 소심하게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여배우이기 때문에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여배우는 촬영장의 꽃이잖아요(웃음)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것 같다. 위로를 받더라도 여배우가 많이 받지 않을까요.

-배용준과 애니메이션 '겨울연가'를 작업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겨울연가'는 26개짜리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7년 전과 비슷한 부분이 많지만 회차가 지나가면서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더빙이라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연기가 더 쉬운 것 같다. .

- 배우 최지우에게 색다른 모습을 기대해도 되는지.

▶아직 안해 본 역할들이 많지 않나. 한정된 이미지가 있다는 것이 독일까 약일까를 생각했던 것 같다. 파격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지만 시간에 쫓기고 싶지는 않다. '선 덕여왕'의 미실 같은 캐릭터는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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