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난치병으로 시력을 거의 상실한 이동우의 고백에 시청자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동우는 27일 오전 방송된 KBS 2TV '박수홍 최원정의 여유만만'에 출연해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현재 거의 잃었으며, 앞으로도 시력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털어놨다.
녹화장에서 이 소식을 접한 선배 개그맨 박수홍과 최원정 아나운서는 연신 눈물을 흘렸다.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청자들은 시청자 게시판에 연이어 글을 올리며 힘든 고백을 한 이동우를 눈물로 응원했다.
이동우는 "5년 전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지금은 마음이 가벼워지고 상당부분 털어냈다고 생각한다. 실명이 된다 하더라도 내가 앞으로 할 일이 많이 있고, 희망적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우는 '망막색소변성증'에 대해 "대개는 잘 모르고 살다가 야맹증으로 증상이 온다. 그게 심각해지면 밤 운전이 힘들어지고 집안에 걸어다니기 힘들어지면 병원에 가 진단을 받는다. 저도 그런 절차를 밟았다"고 담담히 밝혔다.
그는 "안타까운 것은 아내와 결혼을 하고 신혼의 단꿈에 젖어 즐겁게 생활해야 할 때인데, 2∼3개월이 지나 아내 손을 붙잡고 병원에 갔다가 소식을 들었다. 제 자신도 충격이었지만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아내에게 미안했다"고 울음을 삼켰다.
그간 라디오 방송 등에서 활약했던 이동우는 "처음엔 눈이 안 좋으니까 대본을 크게 써달라고 했다. 그런데 진행성이다 보니까 하루하루가 다르다. 프롬프터로 의지하다 그마저도 힘들어지고 방송을 내려놔야 했다. 앞으로 더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우는 자신의 상황을 알리지 못한 데 대해 "제가 눈이 안 보이고 장애인이 됐다고 하면 방송에서 잘릴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제가 더 누를 끼치게 되는 거라 더 참았다"고 흐느꼈다.
이동우는 "실명할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패닉상태에 순식간에 빠지는 걸 경험했다. 후천적 장애인은 보통 4단계를 겪는다더라. 처음에 멍한 상태, 그 단계가 지나고 나면 거부하는 단계가 온다고 한다. 그 단계가 되면 백방으로 병원을 다닌다. 저도 물론 그랬다. 그 단계가 되면 폭발하는거다. 저도 그랬다. 삶에 대한 극단적이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4살된 딸 지우를 두고 있는 이동우는 "아이를 가져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유전된다고 생각하니 끔찍한 거다. 2년을 고민하다 아이는 하늘이 주시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낳았다. 다행히 참 건강하게 태어났다. 저와 처음 마주본 것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동우는 "앞이 안 보여서 아이를 밟은 적이 있다. 처음으로 낳은 것을 후회했다. 저도 아이를 낳고 밖에 나가고도 싶고 제 차에 태워서 공원도 가고 싶다. 사실 집안에서조차 아이에게 너무 큰 실수를 반복하다보니 후회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가 4살이 돼서 아빠가 눈이 아픈데 많이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앞으로 더 그렇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가 눈을 또렷이 보면서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듣더라. 감동이었다"고 고백했다.
이동우는 자신을 대신해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아내에게도 미안해했다. 그는 "바로 이뤄지는 게 경제적인 변화다. 수입이 뚝뚝 떨어진다. 그런 상황에서 일을 해 가정을 이끌고 있다"며 "아내 생각하면 눈물 많이 난다. 저 하나만으로 그쳤으면 좋겠는데 2년 전에는 아내가 뇌종양 수술을 받았다. 힘든 내색을 한 번도 저에게 하지 않았다. 쉬어야 되는 거 아니냐 하는데도 정신력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우는 "5년이라는 시간 짧다면 짧고 길 수도 있는 시간. 제게는 긴 시간이었다. 저로 하여금 스스로 이겨내게끔 도와주셔 두 분에게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내와 어머니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는 "어머니께 훌륭한 아들의 모습을 꼭 보여드리겠다. 사랑하는 아내에게도 마찬가지다. 제발 아프지 말고. 딸이 있어 웃는 날이 많아서 다행이다. 가끔 해선 안될 말도 했는데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아달라.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