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예능, '막말시대' 가고 '공감시대'

문완식 기자 / 입력 : 2009.12.0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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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천하무적야구단', '남녀탐구생활', '일요일일요일 밤에-헌터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마음을 훔쳐라.

TV예능프로그램들이 변하고 있다. '막말'과 '폭로'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유혹했던 예능프로그램들이 시청자 '마음' 잡기에 나선 것. 변화의 조짐은 TV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남자의 자격', '천하무적 야구단'..눈물의 리얼예능

'1박2일', '무한도전', '패밀리가 떴다'로 대표되는 리얼버라이어티는 실제 같은 출연진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연예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에 시청자들이 호기심을 가진 것.

하지만 그러한 '리얼'도 자주 보면 질리는 법. 익숙해진 '리얼'은 재미를 통해 꾸준한 시청률은 올리고 있지만 '감동'을 느끼기에는 이제 너무 멀리 와 있다.


이런 가운데 '남자의 자격'과 '천하무적 야구단'은 리얼버라이어티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경규 김태원 김성민 김국진 등 어수룩한 남성들의 좌충우돌 도전기를 그리고 있는 '남자의 자격'은, 회사원 되기, 대학생 되기, 전투기 타기, 마라톤 도전 등 쉽지 않은 미션도전을 통해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브라운관을 타고 흐르는 그들의 눈물에 시청자들도 진한 감동을 느끼며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천하무적 야구단' 역시 또 다른 리얼예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결코 야구에 소질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이들이 '야구 대회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여전히 목표에 도전 중이다.

결코 쉽지 않은 목표 도전 과정에서 멤버들 간의 불화나 선발선수리스트에 오르지 못한 자괴감 등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실패 거듭 '일밤', '공감'으로 부활 노려

한때 일요 예능의 왕좌에 있다 3%라는 '애국가 시청률'로 내려앉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공감시대'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올 한해만 해도 수만은 코너를 통해 부활을 노렸던 '일밤'은 그러나 시청자들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며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때 나타난 게 김영희PD. 과거 '양심냉장고', '느낌표' 등을 통해 많은 감동을 안긴 경험이 있는 그는 이번에도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일밤' 부활의 기치를 내걸고 있다.

지난 6일 첫 선을 보인 '일밤'은 아프리카 잠비아의 우물 파기에 나선 자선 프로젝트 '단비', 퇴근길의 아버지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우리 아버지', 생태계를 파괴하는 멧돼지와의 전쟁을 선포한 '헌터스'를 통해 '공감'이라는 시대의 변화를 충실히 따랐는 평가를 받고 있다.

◆케이블 '19금'을 벗다

과거 케이블은 성인 대상 '19금'의 잔치였다. 물론 지금도 일부 예외가 있긴 하지만 케이블 역시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엠넷의 '슈퍼스타K'와 tvN의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 케이블의 전성기를 이끄는데 일조했거나 일조하고 있는 이들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시청자들의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간파했다는 것.

'슈퍼스타K'는 일반 시청자들과 같은 도전자들이 가수의 꿈을 이루는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우승자 서인국의 "상금으로 어머니께 김치찌개 가게를 차려드리겠다"는 많은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남녀탐구생활'은 우리 주변의 일상 소재들도 충분히 예능소재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경우다. 시청자들은 정형돈 정가은의 모습을 통해 "딱 내 얘기네"라는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와 '100%싱크로율'을 자랑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막말시대'의 종언은 프로그램 내부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니다. 실제 KBS의 경우 최근 자체 가이드라인을 통해 출연자들의 '막말'에 제재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 방송사 예능관계자는 "'막말'과 '폭로'에 이제는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끼기보다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며 "예능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도 '공감'을 통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변하의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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