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아이리스'가 남긴 것①

김명은 기자 / 입력 : 2009.12.1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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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동일 기자


올 초 드라마 '아이리스'가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무렵. 방송가에서는 '아이리스'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기류가 없지 않았다.

200억여원에 달하는 제작비와 아시아와 유럽을 넘나드는 해외 로케이션, 이병헌 김태희 정준호 김승우 김소연 탑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중무장했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설을 입증하지 않겠냐는 질투어린 시선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이리스'는 괴물이었고, 2009년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지금 안방극장 최고의 화제작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종영 2회를 앞둔 KBS 2TV 블록버스터 첩보액션 '아이리스'가 방영되기까지의 상황과 드라마가 남긴 의미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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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리스' 방송화면 캡처



편성부터 삐거덕..기우였나?

'아이리스'는 방송사 편성을 확정짓기 전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주연배우들을 캐스팅하고 촬영 일정에 돌입했다.

제작사는 지난 5월 초 이병헌, 김태희를 비롯해 주연배우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제작발표회를 열었으나 당시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아이리스'의 KBS 편성을 놓고 설왕설래하기도 했다.

'아이리스' 제작사가 KBS와 편성을 조율 중인 가운데 대규모 제작발표회가 개최되면서 혼란을 일으켰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제작사는 이후 한동안 드라마 홍보문에 '방송사 미정'이라는 문구를 집어넣기도 했다.

'아이리스'는 결국 MBC '선덕여왕'과의 맞대결을 피하기 위해 월화극이 아닌 수목극으로 시간대를 변경했다는 시선 속에 편성을 최종 확정지었다.

그러나 '아이리스'는 첫 방송을 앞두고 제작사와 방영사인 KBS 측이 계약 조건을 두고 의견 대립을 보이며 결방 위기 사태를 맞는 등 초반부터 삐걱대는 모습을 보였다.

혹시 일이 잘못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지난 10월 14일 첫 방송된 '아이리스'는 첫회에서 24.5%(TNS미디어코리아 집계)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흥행 돌풍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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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동일 기자


드라마史 다시 쓴 광대한 스케일

'아이리스'는 여러 면에서 스케일이 다른 드라마로 통하고 있다.

우선 수익구조가 그동안의 TV 드라마와는 조금 다른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방송사가 편성권을 무기로 외주제작사에 헐값의 제작비를 지원하면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관행이 일부 있었고, '아이리스' 제작사 또한 초반 이 문제로 KBS와 충돌이 빚었으나 제작사가 과거에 비해 세일즈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이 눈에 띈다.

'아이리스' 제작사는 대행사를 지정해 수익과 관련한 부분을 사실상 일임하고 향후 해외시장을 겨냥해 아이리스를 영화로도 제작할 예정이다.

'아이리스'가 무엇보다 주목 받을 수 있었던데에는 국내 드라마사를 다시 쓸 만큼의 광대한 스케일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과 헝가리를 비롯해 해외 로케이션을 통한 숨 막히는 액션신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그동안 전례가 없던 서울 광화문 광장 촬영을 성사시키는 등 '아이리스'는 규모면에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압도했다.

또 첩보물이라는 결코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가 안방극장에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선례를 남겼을 뿐 아니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중장년층으로부터도 관심을 이끌어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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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성균 기자


수목극 징크스 깼다! 최고의 소득

'아이리스'가 수목극으로 편성됐다는 소식에 방송가 안팎에서는 MBC '선덕여왕'과의 맞대결을 부담스러워한 결과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올 한 해 방영된 수목극의 흥행 성적이 저조했다는 점을 들어 '아이리스'의 피해가기 전략이 제대로 통할 것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로선 '아이리스'가 거둔 성과 가운데 가장 큰 의미를 갖는 것이 바로 방송3사의 수목극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는데 있다.

잘 된 드라마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시청률을 보인 수목극 분야에서 40%에 육박하는 기록을 나타낸 것은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로 인해 '포스트 아이리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각 방송사들의 치열한 경쟁도 볼 만한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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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태원엔터테인먼트


끊임없는 구설수..아쉬움도 남아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에 웃음지었던 '아이리스'도 아쉬운 점은 있다.

'아이리스'는 국내 드라마 장르에서 아직 미개척 분야로 인식되고 있는 첩보물로 첩보원들의 숨막히는 액션과 배신 그리고 로맨스를 다뤘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미드나 일드의 형식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는가 하면 '아이리스'가 영화 '본아이덴티티'와 미드 '24'와 비슷해 '표절'이냐, '벤치마킹'이냐를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아이리스' 관계자는 "국내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거대한 음모가 숨어 있는 첩보물을 그리고 있어 그와 같은 비교는 피해갈 수 없다고 본다"며 "그렇지만 그와 같은 지적도 결국 관심의 표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아이리스'는 저작권 분쟁, 대본 표절 소송, 광화문 광장 촬영으로 인한 일부 여론의 악화와 주연배우 이병헌의 피소, 연기자의 인터뷰 중 말실수 등 악재가 속출했다.

특히 최근 주연배우 이병헌이 전 여자친구와의 스캔들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어 드라마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아이리스' 관계자는 "스토리는 처음부터 기본 골격이 갖춰져 있어 크게 부족하다고 생각되지 않지만 뒤로 가면서 시간에 쫓겨 촬영과 후반 작업에 좀 더 신경을 쓸 수 없었던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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