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호 "송장군으로 불릴 때 가장 행복했다"(인터뷰)

김겨울 기자 / 입력 : 2010.03.25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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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호ⓒ유동일기자


꼭 1년 만이다. 오지호를 취재한 지가.

지난해 3월 MBC '내조의 여왕'으로 출연했을 때 그와 첫 만남을 가졌다. 캠핑카 인터뷰를 함께 했던 그는 온달수다웠다. "배고프지 않냐"며 단골 식당의 칼국수를 같이 먹자고 하는가 하면, 답하기 곤란한 질문에도 흔쾌히 웃는 그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우연찮게 KBS2TV '추노'에 캐스팅된 후에 만난 적이 있었다. 수염을 기르기 시작한 그의 턱은 지저분했다. "미남 얼굴이 이래서 쓰나"란 기자의 말에 "그런데 송태하가 노비로 시작하거든. 노비가 깔끔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나"라며 고민하던 그였다.

당시 그는 "잘 되겠지? 내가 원래 기복이 심하잖아"라며 "그런데 사람들이 내가 사극에 안 어울릴 것이라고 해서 말이야"라며 걱정 반 기대 반이 섞여있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기뻐했다. '추노'의 송태하를 맡은 것에 대해. 그리고 간간히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그가 점차 송태하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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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호ⓒ유동일기자



드디어 '추노'의 첫 방송이 하고, 그는 사람들의 반응에 기뻐했다. 그리곤 "앞으로 보여줄게 더 많다"며 "기대해 달라"고 흥분된 목소리로 전했다.

5회 만에 30% 시청률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들은 오지호는 "너무 좋다. 현장 분위기도 좋고 나도 힘이 난다"며 "춥지만 시청자 반응이 좋으니 힘든 줄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리곤 요즘 송태하에 미쳐 산다고 말했다. "내가 생각해도 멋진 남자다. 송태하는 남자다. 우직한 면도 있고 오직 나라를 위해서만 돌진하는 그런 사람이다. 온달수나 철수가 연기로 만든 캐릭터라면, 송태하는 나를 좀 더 닮은 캐릭터라 오히려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고 했다.

전화 저편에서 들리는 목소리였지만 그는 이미 송태하로 몰입해있었다. 그리곤 한참을 앞으로의 대본에 대한 기대와 송태하가 가진 멋진 모습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지에 대해 고민했다.

"이제부터가 중요한데, 소현세자를 데리고 우리와 뜻이 통하는 세력을 합해 반란을 일으키는 사건들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내 감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말이야."

"내가 중심을 잡고 있어야 대길(장혁 분)이나 혜원(이다해 분)도 함께 소현세자를 구하고 나라를 세우는 일을 하는데 말이야." 그는 자신의 연기 뿐 아니라 다른 배우와의 관계도 고민하고 있었다.

이미 첫 회부터 캐릭터가 강하게 잡힌 대길에 비해 송 장군도 좀 더 튀어야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말에 그는 "아냐. 내 캐릭터가 사는 것보다 조화를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한 거야"라고 가르쳤다.

'내조의 여왕'에서 김남주와 윤상현에게, '환상의 커플'에서 한예슬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역을 양보했던 그였기에 그의 말에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그게 그의 연기 철학이었다.

그리고 '추노'의 마지막 방송을 2회 앞둔 24일 서울 청담동 모처에서 다시 만났다. 더북더북 기르던 수염이 파릇하게 깎아지고, 머리도 정돈된 모습이었다. 거기에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 "잘 어울리네"란 기자의 말에 쑥스러운 표정이다. "아직 익숙하지가 않네. 원래는 이런 차림을 좋아하는데."

"이제 깨달았어. 송태하는 그냥 보통 남자였어. 계급장이 없으니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보통 남자."

그의 말에는 덤덤함이 묻어났다. 송태하에게 연민도 느낀다고 했다. 송태하를 연기하면서 답답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리고 아쉽기보다는 속이 시원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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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호ⓒ유동일기자


"사실 처음에 조선 최고의 무사 역이라잖아. 그래서 기대를 많이 했지. 송태하가 나타나서 대길이랑 손을 잡고 조선을 바꾸는 거야. 물론 역사니까 모든 스토리를 바꾸긴 어렵겠지. 그래도 송태하잖아.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송태하였어."

'추노'가 끝으로 갈수록 그의 마음은 허해졌다고 말했다. 믿었던 무리에게 배신당하고, 사랑하는 여자도 자신이 아닌 대길의 여자였고, 양반으로 살아서 당연하게 믿었던 계급제도가 자신의 발목을 잡고, 충직하게 무사로만 살던 그에게 마음의 동요가 일었다고.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송태하가 자신의 부인과 아들을 지키지 못해 울분 하는 장면이야. 그때 송태하는 알았지. 자기가 전쟁에서 나라를 구하면 뭐하나. 자기 부인과 아들도 지키지 못하는데 말이지."

"그래서 언년이를 만나고 그 여자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거야. 새 세상을 꿈꾸는 것보다 한 여인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지."

그는 바빠서 게시판을 볼 여유는 없었다. 하지만 간간히 보면 팬들은 왜 송 장군이 나라를 위해 싸워도 모자랄 판에 '민폐' 언년이를 데리고 다니는 일에 몰두하는지 불만이 많았다. 그는 여기에 대한 답을 "송태하는 그냥 보통 남자"였고, "영웅이 아니라 실망했지만, 그렇기에 더 애잔하다"고 말했다.

그리곤 "그런 송 장군으로 불릴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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