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진..실패를 고백하는 '1인자'에게 '박수를'

김겨울 기자 / 입력 : 2010.05.15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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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최근 가장 화제가 됐던 예능인을 꼽으라면 단연 김국진이 아닐까. 김국진은 지난 2일 KBS2TV '해피선데이'의 코너 '남자의 자격'에서 강연을 했다. 이날은 '세기의 커플' 장동건과 고소영의 결혼식이 있었던 날임에도 불구하고, '김국진의 강연'은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랭크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 같은 김국진의 선전은 그에 대한 대중들의 큰 관심을 읽게 해줬다.


김국진은 '남자의 자격'의 다른 멤버들과 함께 한 대학교 강단에 올라 '청춘에게 고함'이란 주제로 강의를 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김국진은 처음 강연 제의를 받고서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성의 있게 준비해 나갔다.

드디어 강연 날, 수없이 무대에 선 그지만 대중들과 이토록 가깝게 마주할 일은 드물기에 잔뜩 긴장했다. 하지만 차분히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이어갔다.

주제는 '롤러코스터'. 그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고 말하면서, 자신은 20년 째 내리막을 걸어왔다고 말을 꺼냈다. 그리곤 1991년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해 신인상을 거머쥐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르지만, 돌연 미국행을 선택, 괘씸죄에 들어 '연예인 영구 제명'을 선고받았던 과거를 들려줬다.


이후 2년 만에 부푼 마음으로 진행을 맡았던 '오키토키쇼'는 비참하게 조기종영하고, 내리막만 있을 듯 했지만 어느 날 '도전 추리특급' MC를 맡게 됐다. 그리고 인기를 얻어갔다.

그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 대한민국 광복 이래로 50년 동안 가장 사랑받은 연예인 1위에 꼽혔으며, 자고 일어나면 김국진의 유행어는 전 국민이 따라했고, 상이란 상은 다 휩쓸었다. 그가 바로 희대의 아이콘 김국진이었다.

하지만 다시 내리막이 왔다고. 이번에는 훨씬 큰 내리막이었다고 말했다. 손대는 모든 사업은 실패하고, 골프 프로테스트에 15년이나 낙방했다. 물론 결혼에 실패한 것도 큰 아픔이었다. 김국진은 매우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가끔은 우스개 소리를 섞어 넣기도 하면서, 우리나라 최고의 MC의 명성에 걸맞게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방청객들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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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진


그는 마지막으로 "그래도 이것 하나만은 명심하세요. 모든 롤러코스터에는 안전바가 있어요. 알게 모르게 여러분에게는 안전바가 매어져 있습니다. 주저하지 마시고 롤러코스터를 즐기시기 바라겠어요"라며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게 김국진의 저력이다. 자신이 실패한 일을 담담하게 들려줄 수 있는 진솔함, 그는 결코 훈계한답시고 계도 적이지 않았다. 강요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는 자신의 삶을 열거했을 뿐이고, 조금 더 살아 본 사람으로서 이런 삶도 있다는 것을 들려줬다. 그게 더 관객들에게 감동을 자아냈고, 그의 강연을 풀 버전으로 듣고 싶다는 요청이 빗발쳤던 이유다.

김국진의 개그는 이런 식이다. '억지로'라는 것이 없다. 설정도 없고, 상황도 없다. 그래서 그의 유행어들은 '어라?', '여보세요', '사랑해요' 등 말투에만 변화를 줄 뿐 우리가 흔히 쓰는 용어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강연에 이면에는 그의 인간성이 녹아있다. 방송가에 유명한 그의 됨됨이가 있었기에 '더욱 진심어린' 강연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시트콤 촬영 당시 밤이 늦으면 매니저와 코디에게 택시비를 주고 먼저 집에 보내고, 자신이 손수 운전하고 집으로 간 일화는 유명하다.

또 인터뷰를 하면, 후배 개그맨 중엔 유독 김국진을 존경하는 이들도 많았다. 개그맨 박휘순은 김국진 자서전 '프로는 용서받지 못한다'를 보고 꿈을 키웠다고 했다. 추대엽 역시 고민이 있을 때는 김국진 선배에게 털어놓는다고.

여전한 1인자 이경규, 다 갖춘 1인자 유재석, 힘 있는 1인자 강호동도 있지만, 대한민국에 실패를 고백하는 김국진같은 1인자가 있었으면 한다. 물론 이미 김국진은 1인자로 부활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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