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우 "가족이란 울타리 지키기 위해 연기해"(인터뷰)

김건우 기자 / 입력 : 2010.05.19 08:22
  • 글자크기조절
image
김승우 ⓒ 이명근 기자 qwe123@


배우 김승우는 2010년 그가 맡은 토크쇼 프로그램의 제목대로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해 KBS2TV 드라마 '아이리스'와 토크쇼 '승승장구'로 TV에서 인기몰이를 한 그는 6월17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113억 대작 '포화속으로'에도 출연했다.

'포화속으로'는 김승우의 20년 연기인생 중 첫 번째 전쟁영화이며, 오랜만에 남성 카리스마로 돌아온 작품이다. 그는 극중 71명 학도병을 구하기 위해 포항으로 향하는 국군장교 강석대 역을 맡았다.


"최근 들어 올해가 마지막이구나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었다. 2년간 쉬었던 것은 물리적으로 나이를 먹기도 했지만, 나를 선택하는 제작자가 적기도 했다. 이러다가 다시는 연기를 못하는 게 아닌가 불안감이 들었다."

이런 그를 지켜준 것은 가족이었다고. 자신을 바라보는 아내 김남주와 두 아이가 있기에 스스로 자존감을 만들 수 있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키고 싶어서라도 책임감을 가지고 연기를 하게 된다." 이제 김승우는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아이리스'에 이어 '포화속으로'에서도 남성미 강한 캐릭터다.


▶강석대는 전쟁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애국심 넘치는 캐릭터다. 전쟁영화에 꼭 한번 출연해보고 싶었다. 또 이제는 한국전쟁을 한번쯤 되짚어 볼 때가 아닌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톰 행크스 같은 인물이다.

-남성미 강한 캐릭터는 스크린에서 무척 오랜만이다. 관객들이 '연애,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영운 같은 인물로 김승우를 기억한다.

▶이제는 보여주지 않았던 연기에 대한 욕심들이 생긴다. 모험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앞서 보여줬던 '아이리스'가 그런 허기를 채워준 작품이다. 항상 '연애,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나 '해변의 여인'을 통해 보여줬던 부드러운 연기를 하다가 남성미 넘치는 인물로 관객들에게 인정을 받는다면 그것이 새롭지 않을까 여겼다. 도전에 대한 욕심에서 뮤지컬 '드림걸즈'도 했던 거다.

무엇보다 가정이 있고, 40살이 되기 전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른 캐릭터도 연기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20년 가까이 늘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인식되긴 했지만 늘 하던 연기만 보여준다는 인식도 있지 않았나.

-함께 출연한 차승원 권상우 탑(최승현) 중에 가장 맏형이다. 남자 4명이서 영화를 찍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대학교 4학년의 복학생 느낌이었다. 제가 군대 다녀온 4학년 복학생, 최승현은 이제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그 앞에서 학교생활 좀 했다고 '깝쭉' 거리는 2학년 권상우, 든든한 3학년 차승원이 있었다.

여자 후배는 없었지만 우리는 워낙 공무원 같이 저녁 6시면 퇴근하는 생활을 했다. 항상 소주잔을 저녁에 기울이며 연기, 영화 이야기부터 인생 이야기까지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대를 얻었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포항시가지 전투와 낙동강 전투다. 임팩트를 줘야한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웠을 텐데.

▶영화의 폭발음과 굉음이 숙소에서 저를 괴롭히던 시기가 있었다. 방에만 있어도 그 같은 소리가 들렸다. 아마 승현이나 상우 같은 경우는 더했을 것 같다. 촬영장에 나가는 게 두렵고 공포가 엄습했다. 실제 한국전쟁 때는 더하지 않았겠나. 그렇게 지켜낸 나라 앞에 앉아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고맙다.

image
김승우 ⓒ 이명근 기자 qwe123@


-최근 김승우는 연기나 사생활이나 호평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말도 안 되는 소문들이 돌기도 했지만, 이제는 화목한 가정의 아버지, 남편으로 인식된다. 안티가 없어진 것을 스스로 느끼는지.

▶(웃으며) 안티는 많이 없어진 것 같다. 난 항상 내일을 열심히 했던 사람인데 대중들과 멀어졌던 시기가 있던 것 같다. 지금도 내 자신을 기특하게 생각하는 것은 배우로서 열정이 식지 않았다는 점이다. 20년 전 '장군의 아들' 때나 새로운 영화를 들어갈 때나 기분이 다르지 않다. 대중들과 멀어지는 시기는 이제 그만해야 되지 않나 생각이 든다.

-그것은 김남주씨와 결혼 뒤에 자녀가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화목한 가정의 모습에 안티들이 사라진 것 같다.

▶맞는 말이다. 가정은 단순히 아내와 둘이서 결혼을 했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아이가 있으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생긴다. 이에 책임감이 생기고 어깨가 무거워진다. 연기를 하는 이유도 그 울타리를 지키고 싶어서 책임감을 갖고 연기를 하게 된다. 쉽게 생각하고 지나쳤던 부분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런 점에서 2년간 연기를 쉬었을 때는 큰 부담이었을 것 같다.

▶'아이리스'를 하기 전 2년간 쉬었다. 영화계가 전체적으로 안 좋을 때이기도 했지만 물리적으로 나이도 먹지 않았나? 이러다가 연기를 못하는 게 아닌가라는 부담감도 있었다.

- 하지만 특별히 부업도 안 하지 않나? 연기자에게 연기를 쉬는 고통도 있지만 금전적인 어려움도 생길 법 싶은데.

▶신께서 이미 연기를 하면 박수와 사랑을 받는 좋은 기능을 주셨는데 또 다른 기능을 주셨을까 생각한다. 연기 외에 비즈니스를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사업을 하면 눈빛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연기는 기다림의 예술이라 하지 않나. 그 시기를 기다렸다.

-어떻게 보면 지금 진행하는 토크쇼 '승승장구'도 외도가 아닌지.

▶배우로서 배워가는 부분들이 있다. 카메라 안에서 어쩌면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매회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아니라 작품이라 생각한다. 내가 죽었을 때 묘비명에 새겨질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깊은 관찰로 내 시야가 넓어지는 역할이 됐다.

-독특했던 것은 과거의 토크쇼들과 달리 화려한 출연진이 아니었다는 부분이다. 자연스럽게 발전하는 것 같은데.

▶제안이 왔을 때 게스트 섭외까지 해야 한다면 안 하겠다고 했다. 자생력을 키워가는 과정이다. 가령 박중훈 형도 제가 섭외한 것이 아니다. 전 섭외가 됐다고 하면 그 뒤에 전화를 하는 정도다. '승승장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김승우는 충무로의 마당발이란 말도 있는데.

▶그 이미지를 어떻게 하면 바꿀지가 고민이다. 정말 사실과 다른 부분이다. 휴대폰에 저장돼 있는 사람이 85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한 사람을 깊게 사귀는 스타일이다.

-두 아이의 아버지다.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은지.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다. 아직 두 아이는 아직 아버지가 연기자인지 잘 모른다. 그것은 철저하게 영상매체와 분리시켜놨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가급적 우리를 연기자로 인식 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연기자 직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잃는 부분들이 있지 않나? 6살인 첫째는 주위 친구들이 너희 아빠가 '아이리스' 나오고 엄마가 '내조의 여왕' 나왔다는 말에 아내와 제가 연기자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연기자의 자녀들은 어렸을 때 배우가 되는 길을 접할 기회가 많지만, 우리 아이들은 본인이 자아가 형성된 뒤 선택을 하게 할 생각이다. 문화 예술을 하면 도움은 될 것이다.

-차기작은 어떤 작품인지.

▶김승우 연기 인생에서 가장 악역 형사다. 나쁘게 변하는 게 아니라 원래 악역인 캐릭터다. 주위에서 김승우 인생에 악역은 없을 것 같다고 했지만 그 이미지를 깨려 한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