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결산]'시' '하하하', 칸에서 韓영화 위상 과시①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 입력 : 2010.05.24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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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시'의 이창동 감독과 윤정희. 경쟁부문에 초청된 '하녀'의 전도연,임상수 감독, 윤여정,이정재.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수상한 '하하하'의 홍상수 감독, 예지원,유준상.


한국영화의 힘을 보여준 칸영화제였다.

제63회 칸국제영화제가 태국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전생을 볼 수 있는 분미삼촌'에 황금종려상을 안기며 23일 막을 내렸다.


한국영화는 이번 영화제에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수상,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이후 5번째 본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의 힘은 주목할만한 시선에서도 입증됐다.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가 한국영화사상 처음으로 주목할만한 시선상 대상을 수상했다. 홍상수 감독으로선 1998년 '강원도의 힘'으로 처음 칸을 찾은 이래 6번째 초청 끝에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한국영화는 예년보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칸영화제에 활력을 안겼다. '칸의 여왕' 전도연이 출연한 '하녀'는 영화제 초반 상영돼 세계 언론의 시선을 끌었다.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신인감독에 수여하는 황금카메라상에 유력한 후보로 꼽힐 만큼 조명받았다.


수상의 영예를 안은 '시'와 '하하하'는 말할 것도 없었다.

올해 경쟁부문에 초청된 영화들의 경향은 종교, 경제, 사회적인 문제로 갈등을 겪는 개인의 아이러니였다. 또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이 삶을 성찰하는 드라마가 한축을 이뤘다.

지난해 '안티크라이스트'를 비롯한 경쟁작들이 피와 섹스가 난무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삶을 성찰하는 드라마가 주류를 이룬 터라 논쟁이 이는 화제작이나 문제작은 눈에 띄지 않았다.

때문에 죄의식과 도덕을 성찰한 '시'와 장르적인 쾌감을 안긴 '하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그리고 홍상수 영화의 또 다른 세계 '하하하'는 칸을 찾은 세계 영화 관계자들에 깊은 인상을 안겼다.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자비에 보브와 감독의 '신들과 인간들의'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에 맞선 알제리 수도사들이 믿음을 견실하게 지키는 이야기다.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차드의 마하마트 살레 하룬 감독의 '스크리밍 맨'은 호텔 수영장에서 일하는 60대 전직 수영 챔피언이 호텔이 중국인에 넘어가면서 직업을 아들에게 넘겨줘야 하는 처지가 되자 아들을 전쟁에 보내는 이야기를 담았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다니엘 루체티 감독의 '아워 라이프'도 건설 노동자가 젊은 이민자와 그의 아버지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아시아 영화에 대한 조명은 이번 영화제 특성 중 하나이다. 아시아 영화가 황금종려상은 수상한 것은 1997년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우나기'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체리향기'가 공동수상한 이래 13년만이다. '시' 역시 각본상을 수상, 아시아영화에 대해 환기했다.

올해 칸영화제는 혼란과 우려 속에 시작됐다.

우선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에서 뿜어져 나온 화산재가 유럽 남부로 확산되면서 항공기 운항이 줄줄이 중단돼 주요 일정에 차질이 우려됐다. 개막 직전 폭풍이 해변을 덮쳐 구조물들이 부셔지는 등 혼란을 겪기도 했다.

정치적인 갈등도 영화제에 어두움을 드리웠다.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출품된 '드라퀼라'가 이탈리아를 모독했다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경쟁 부문에 초청된 라시드 부샤렙 감독의 '아웃사이드 더 로우'는 프랑스 극우파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했다.

이 영화는 프랑스 경찰이 1942년 알제리인 2만여명을 학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칸영화제측은 극우파들이 시위를 벌일 것을 우려, 보안검색을 강화하기도 했다. 니키타 미할코프 감독의 '위선의 태양2' 역시 정치적인 논쟁에 휘말렸다. 현지 언론은 '위선의 태양2'가 "스탈린에 대한 찬양"이라며 "경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년 째 이어온 세계경제 위기도 영화제에 그늘을 더했다. 경쟁작이 19편으로 예년보다 줄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예술영화 제작이 그 만큼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한동안 칸에서 주목받던 미국영화가 올해는 '퍼니게임' 한편만 경쟁에 초청된 것도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2008년 금융위기가 2년이 지나 실물경제로 나타나면서 미국영화산업에도 타격을 줬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세계 예술영화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영화가 칸영화제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 역시 영화산업이 위축됐으며 예술영화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그럼에도 세계 예술영화를 선도할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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