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아' 김선혁 "교수 꿈 포기하고 연기한 이유"(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0.05.2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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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혁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실로 '엄친아'가 넘쳐 나는 연예계다. 좋은 학벌, 좋은 집안을 배경으로 한 연예인들은 의례 이 '엄친아'라는 단어가 이름 앞에 붙는다. 이제 갓 연기에 입문한 김선혁도 '엄친아'다. 서울대 박사 출신 아버지에, 어머니는 유명 요리연구가이다. 김선혁 본인도 서울대 대학원에서 해양학 교수를 꿈꾸며 바다를 연구하다 '불현듯' 연기라는 바다로 진로를 돌렸다.

KBS 2TV 아침극 '엄마도 예쁘다'에서 김빈우와 애틋한 사랑 연기로 눈길을 끌고 있는 김선혁을 만났다. 일부 시청자가 지적하듯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김선혁의 눈은 빨갛게 충혈 돼 있었다. 오전 5시에 일어나 다음날 새벽까지 촬영이 이어지는 게 다반사란다. 하지만 미소가 만면에 가득했다. 극중 진지한 이미지의 홍우진과 비교해 실제 김선혁은 훨씬 더 유쾌한 인물이었다.


-프로필을 보니 서울대 대학원 해양학 석사과정 중퇴라고 나오던데, 공부하다가 연기에 뛰어든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얘기 하자면 복잡한데요. 저 사실 예전에도 잠깐 연예인을 꿈꾼 적이 있어요. 96년 대학교 1학년 때 클럽에 갔다 우연히 당시 소방차 매니저 하시던 분 눈에 띄어 '웁스'라는 댄스그룹 데뷔를 준비했었죠.

그러다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포기하고 군대(해병대)에 다녀온 뒤 교수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학부(인하대 해양학과) 졸업하고 미국에 유학가려고 올란도에서 어학연수 겸 머물다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공부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 거죠.


2003년 초 말 그대로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떠난 김선혁은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양손에 붕대를 감고 집에 멍하니 머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에게 한국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렸다. 아버지가 종양이 생겨 급하게 수술을 하게 된 것. 귀국하라는 형의 말에 김선혁은 꿈도 펴보지 못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석사는 한국에서, 박사는 미국에서 하자고 생각을 바꿨어요. 다행히 아버지 수술이 잘되시고 다시 준비를 해서 2003년 가을학기에 해양물리 전공으로 서울대 대학원에 들어갔습니다."

교수 꿈을 꾸던 그에게 그 때 갑작스런 '일'이 또 한 번 생긴다. 이 부분에서 그는 눈빛이 밝게 빛났다.

"그렇게 6개월 정도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한 신심(信心)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된 거에요. 제게 전도하는 그 친구의 모습에서, 어떤 종교적인 것보다 자신의 신념에 대한 '확신'을 본 거에요. 막연히 '교수나 해야지'하고 지내던 제게는 그 확신이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김선혁의 말대로라면 이후 김선혁은 종교생활을 하다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 그는 기도하다 환상을 보게 됐고,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비전'에서 그는 연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27살의 나이에 '연기'라는 바다로 '연구과제'를 돌렸다. "제 마지막 길이자 결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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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혁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김선혁은 이후 4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2007년 31살의 나이에 드라마 '식객'의 강상기 역으로 데뷔한다.

-경력도 없는데 첫 데뷔치고는 비중이 큰 역할이다.

▶오디션에 갔는데 경력이 없잖아요. 감독님(최종수)이 '뭘 오디션을 보냐'고 하시면서 잔소리만 30분을 하시더라고요. '불효하지 말고 집에 가라'고 하셨어요. 겨우 어떻게 해서 운전하는 역할을 주시더라고요. 대사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대본을 갖고 오라고 하시면서 한 번 해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마침 대본이 강상기가 성찬(김래원)에게 화내는 장면이었어요. 조감독한테 대사를 하라고 하셨는데 감독님한테 화내는 '연기'를 해버렸죠. 당시 제 감정이 고스란히 감독님한테 전달된 거예요. 하하. 놀라시더라고요. 그랬더니 '한 번 더해보라'고 하시더니 보고나서는 '기다리라'고 하셨어요. 며칠 뒤 됐다고 연락이 왔죠.

캐스팅 완료 후 대본 리딩에 간 김선혁은 일종의 '이방인' 느낌을 받는다. 이제 갓 데뷔한 신인이 '이름 있는 역할'을 맡은 것도 그렇고, 연극영화전공자가 대부분인 출연진 속에서 연기로 유명한 대학이 아닌 곳에서 해양학을 전공한 그는 '특이한 존재'로 비쳐졌다.

"많이 힘든 시기였어요.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다는 데서 오는 '자격지심'같은 것도 컸고요. '구력'이 붙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에요. 지금도 고민하고 있어요. 그런 '자격지심'이 절 더 노력하게 만드는 것도 있습니다. '선혁아 넌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저를 채찍질하고 있습니다."

-'식객'이후 '별순검 시즌2'나 '잘했군 잘했어' 그리고 이번 '엄마도 예쁘다'까지 극중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네요. 짧은 기간에 발전이 큽니다.

▶제 강점이 밝은 건데 배역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이번 '엄마도 예쁘다'에서도 밝은 역할을 맡게 돼 좋아요. 한편으로는 욕심과 함께 책임감도 커져요.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죠. 하지만 분명 성장하고는 있습니다.

-그럼 이제 교수에 대한 꿈은 완전히 접은 건가요.

▶완전히 접었습니다. 아쉬움은 없어요. 오직 '배우'만이 제 목표에만 있을 뿐이에요. 제 이름을 들었을 때 '아!'하는 소리가 나오게 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로버트 드니로 같은 선 굵은 배우가 꿈이에요.

가수가 되길 반대했던 부모님은 이제 그의 가장 큰 지원군이다. 아들이 나오는 드라마를 하루 세 번씩 보고, 1회부터 다시보기 하는 어머니(요리연구가 이선애)는 매일 새벽 5시 집을 나서는 아들을 위해 도시락과 김치 등 갖은 반찬을 한 아름 싸주며 늦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 아들을 응원하고 있다.

"어머니 요리 솜씨는 정말 예술이죠. 김치 맛은 정말 일품이에요. 저도 일품 연기로 당당히 '배우 김선혁'으로 서고 싶어요."

그렇게 배우의 바다에 뛰어든 그의 눈빛이 더욱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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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혁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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