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불패', 소녀들은 정말 농사를 짓고 있었다

홍천(강원)=문완식 기자 / 입력 : 2010.06.1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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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G7이에요! ⓒ홍천(강원)=문완식 기자


'쉬면서 틈틈이 하겠지'란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겨우 한 시간 남짓 일했는데 다리는 후들, 땀은 삐질삐질..'소녀'들은 정말 농사를 짓고 있었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청춘불패'(연출 김호상). 지난해 10월 첫 방송한 이 프로그램은 연예계를 주름잡고 있는 걸그룹 멤버 7명의 좌충우돌 농촌 적응기를 통해 리얼버라이어티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장난인 줄 알았던 그들의 농촌생활은 어느덧 8개월을 넘어가면서 1000평이 넘는 논에 모내기를 하고, 된장·고추장도 능숙하게(비록 도움은 받았지만) 담글 정도로 '일취월장'했다.

하지만 늘 밝은 얼굴에 즐겁게 일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정말 열심히 일할까'라는 의문이 살짝, 드는 것도 사실. 진짜 농사를 짓고 있는지 유치리 '청춘불패' 촬영장을 찾았다.

기자가 '청춘불패' 촬영장을 찾은 것은 지난 16일 오후. '청춘불패'는 강원도 홍천군 유치2리 장수마을에서 매주 수요일 촬영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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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촌' 가는 길 '청춘불패'에 등장하는 유치리는 행정구역상 강원도 홍천군 유치2리다. 현아의 모습이있던 입간판이 팬들에 의해 떼어져 희색 바탕판만 남아있다. ⓒ홍천(강원)=문완식 기자


연출자 김호상PD의 안내를 받아 찾은 '아이돌촌'은 화면에서만큼은 예쁘지 않았다. '아이돌촌'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서있던 현아가 그려진 안내입간판은 현아는 어디로 가고 하얀색 바탕판만 남아있었다.

김PD는 "현아 하차 후 극성팬들이 입간판을 떼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팬들의 사랑은 좋지만 물건을 떼어가거나 하는 것은 자제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아이돌촌'으로 올라가는 길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주변풍경과 달리 포장한지 얼마 안된 듯한 아스팔트도로가 나있었다. 홍천군 측이 '청춘불패' 촬영지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증가하자 군 예산으로 포장했다고 한다.

홍천군은 포장도로 외 '아이돌촌' 입구에 주차장을 만들고, 수준급 수세식 이동화장실까지 설치해 놨다. '청춘불패'는 더 이상 TV속 방송프로그램만은 아니었다. 홍천군의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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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의 '베이스캠프' 각종 그라피티가 그려져있다. ⓒ홍천(강원)=문완식 기자


나르샤, 효민, 구하라, 선화 그리고 새로 투입된 빅토리아, 주연, 소리 등 G(Girl)7 의 '베이스캠프'인 집은 멀리서 봐도 한눈에 띈다. 현란한 그라피티(graffiti, 스프레이페인트를 이용해 낙서처럼 그린 그림)가 인상적이다.

집 내부에는 최근 하차한 써니가 눈물로 이별한 소 푸름이가 열심히 여물을 먹고 있다. 구하라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개 왕유치는 외지인들의 방문에 심드렁한 반응을 보인다. '자급자족'이라는 현판과 '대국민 10대 약속'이 적힌 판이 '청춘불패'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한 쪽에 놓인 장독대에는 얼마 전 G7이 담근 된장, 고추장 등이 숙성되고 있었다.

오후 4시. 이날 '청춘불패'는 기자 10여 명을 초청, 김매기를 함께 하는 촬영을 진행했다. 카메라가 돌기 전까지 G7멤버들은 재잘재잘 수다로 여념이 없었다. 선화는 연신 거울을 들여다보며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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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레터는 여기에. '아이돌촌'을 방문객들이 G7에 남긴 팬레터를 넣는 곳. 제작진이 주기적으로 회수한다. ⓒ홍천(강원)=문완식 기자


'청춘불패' 2기로 새로 투입된 빅토리아(f(x))와 주연(애프터스쿨), 소리는 이날이 세 번째 녹화였지만 다소 긴장한 듯 보였다. 다만 첫 외국인 멤버 빅토리아는 뭐가 그리 신난 지 연신 싱글 벙글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카메라가 돌면 'NG'란 없다. 이때부터 멤버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카메라에 담긴다. 지미집을 비롯한 10여 대가 넘는 카메라가 이들을 따라 다닌다.

이날의 '미션'은 옥수수밭 잡초제거와 수박밭 줄기치기. '청춘불패'가 낳은 또 하나의 스타 '로드리 아저씨'가 먼저 멤버들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주고, 멤버들이 이를 따라 하는 식이다. 유치리 '주민스타'인 로드리 아저씨는 G7을 위한 경운기 로드 매니저에서 이름을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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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청춘불패 대국민약속 ⓒ홍천(강원)=문완식 기자


G7은 힘들다는 내색도 없이 열심히 일에 매달렸다. 무대 위 화려한 걸그룹들의 모습은 강원도 농촌마을에서는 온데 간 데 없었다.

선화는 "힘들지 않냐"고 묻자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계속하다보니 재밌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날 선화는 수박 줄기치기를 하다가 로드리 아저씨로부터 타박을 듣기도 했다. 로드리 아저씨는 "선화는 여름에 수박 먹을 생각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아 선화를 좌절케 했다. 선화 곁에서 알은 체하며 이것저것 가르쳐줬던 기자로서는 조용히 먼 산만을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지난 2일부터 새롭게 투입된 빅토리아, 주연, 소리도 일에 열심이긴 마찬가지. 중국 출신으로 한국말이 서투른 빅토리아는 모든 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열정'면에서는 기존 멤버 못지않았다. '가지'를 발음 못해 "가재 여기도 잘라요?"라고 로드리 아저씨에게 물어 스태프 및 멤버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빅토리아는 "신나고 재밌는데, 가장 싫은 게 '볼레'(벌레)"라고 진저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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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름이(소), 왕유치(개), G7이 담근 장, 청춘이 불패(닭) 심드렁히 누워있던 유치는 카메라를 들이밀자 포즈(?)를 취했다. ⓒ홍천(강원)=문완식 기자


도도한 이미지의 애프터스쿨의 멤버 주연도 옥수수 밭에 파묻혀 호미질에 열중했다. 주연은 "적응이 잘 되냐"고 물으니 "농촌에 와서 이렇게 일한다는 게 색다른 경험이라며 "아직은 어설프지만 조만간 익숙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기자단은 일정상 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아이돌촌' 체험을 마쳤다. 불과 1시간여 남짓이었지만 다리가 후들거리고 무릎이 시큰거렸다. 기자들을 배웅하고 G7과 김태우, 김신영은 다시 옥수수 밭으로 향했다. 멀리서 소리가 들렸다. 김신영이었다. "12시까지 할 겁니까!", G7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니요!"

그렇게 6월 강원도 농촌마을 유치리는 일곱 소녀의 땀방울을 따라 영글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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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불패' 이렇게 찍어요! ⓒ홍천(강원)=문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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