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장희빈이 너무 불쌍해 내내 울었죠"(인터뷰)

MBC '동이'의 장옥정 이소연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0.10.03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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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tjdrbs23@


사극 속 숱한 장희빈이 있었지만, 그녀같은 장희빈은 없었다. MBC 월화사극 '동이'(극본 김이영·연출 이병훈 김상협)에서 이소연(28)은 당당하고도 지적인, 품위있는 장희빈을 그렸다.

마지막 순간 사약을 받게 된 장희빈이 한참 지체가 낮은 동이(한효주 분)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세자를 부탁할 때, 사약을 받은 그녀가 눈물 고인 눈으로 스스로 사발을 기울일 때, 보는 이들의 마음이 그만 먹먹해졌다. 궁녀들이 달려들어 억지로 입을 벌려 두 세 사발 사약을 들이부어야 했던 지독한 악녀은 그 곳에 없었다. 죽음에 앞서 자식을 생각하고, 지난 사랑을 돌이키는 평범한 여인이 있었을 뿐이다. 그 슬픈 죽음에 시청자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그 열띤 반응을 뒤로 하고 먼저 '동이'에서 하차한 이소연을 만났다. 커다란 눈이 생기를 가득 머금고 빛났다. 이소연은 큰 산을 넘어 여배우로서의 또다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살이 좀 빠졌다. '동이' 초창기 땐 동글동글했는데.

▶연기하면서 아무래도 살이 빠지더라고요. 3∼4kg은 빠진 것 같아요. 전번 '천사의 유혹' 할 때도 그랬고요. 촬영 끝나고 그 사이 벌써 조금 쪘어요.(웃음)


-'동이'에서 먼저 훌훌 털고 나온 소감은?

▶너무 시원하죠. 그래도 저 없이 다들 리딩을 한다니까 기분이 너무 이상한 거 있죠. 저도 가야할 것 같고, 자기들끼리 한다니 서운하기도 하고.

-희대의 악녀였던 기존의 장희빈과는 다른 장희빈을 소화했다.

▶사실 잘 모르고 시작을 했죠. 선배들과 비교에 대한 걱정보다는 기억속에 뚜렷한 악랄한 장희빈들과 다른 모습을 그린다는 게 걱정이었어요. 처음에야 멋져서 그저 좋았는데, 악녀가 되고 나니 '내가 연기하는 장희빈이 밋밋하면 어쩌지? 심심하면 어쩌지?' 고민되더라고요. 악녀가 되진 했지만 품위와 지적인 풍모는 잊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게 감독님 뜻이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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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tjdrbs23@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듯 의연하게 죽음을 맞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이 다 '장희빈 어떻게 죽나' 그거만 기대하고 게신 걸 아니까 얼마나 걱정이었는지 몰라요. 하지만 그 전 회부터 장희빈의 심리를 대본에서부터 너무 잘 그려주셨어요. 대본을 읽기만 하는데도 좋더라고요.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나와 옛일을 회상하며 숨을 거두는 게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푹 젖어서 연기를 했어요. 시청자들께서 너무 좋게 봐 주셔서 다행이에요. 그 전까지 얼마나 부담이었는지.

55부 사약받는 신도 그랬지만 제게는 전 회가 더 기억이 남아요. 사랑하는 전하는 차라리 자진을 하라고 하고, 저는 진심을 숨기고 차라리 사약을 내려달라 하고. '나를 조금이라도 아끼고 사랑하셨다면 전하도 그만큼은 아파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라고 말하는데 어찌나 슬프던지요. 사실 제가 연기하는 걸 볼 땐 저 땐 저랬네, 연기가 어땠네 하며 보게 마련인데 장희빈은 정말 시청자의 입장에서 봤던 것 같아요. 대본 보고 울고, 리딩하고 울고, 촬영하다 울고, TV 보다 또 울고. 그 여자가 너무 불쌍하더라고요.

-전작 '천사의 유혹'에서도 지독한 악녀 연기를 했다. 악역을 또 하라면?

▶다음 작품이라면 정말 못하겠어요. 스스로도 너무 힘들고요, 예민해지고 가라앉아요. 감정의 폭이 크고 예민한 신이 많으니까 스스로도 영향을 받거든요. 밝은 캐릭터를 할 땐 덩달아 저도 도움을 받아요. 배우로서도 하고 싶은 다른 게 많아요. 물론 지금까지는 좋았던 것 같고요.

-50부가 넘는 드라마를 마쳤다. 굉장히 큰 산을 넘은 기분이겠다.

▶물론이에요. 뭘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만날 '동이' 촬영만 하고 신경쓰다가 막상 끝나니까. 작품이 끝나면 배우들은 다 공허함이 생기는 것 같아요.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도. 저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어요. 다음에는 밝은 에너지를 가진 캐릭터를 하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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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tjdrbs23@


-내년이면 이소연도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다.

▶여배우가 되어가는 30대가 기대가 돼요. 지금안 잘 모르겠어요. 제가 배우라고 하기가 뭐하고, 30대가 되면 '이소연 하면 연기 잘하는 배우'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경험이 풍부해지면 표현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질 것 같고. 여자 연기자는 30대가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배우 아닌 여자 이소연으로서는 기분이 조금 다를텐데.

▶나는 뭐하는 거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너무 일만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 또 막상 일을 할 때는 너무 욕심이 나요. 쉬고 있을 땐 너무 일하고 싶고. 멋진 사랑도 해보고 싶어요. 좋은 사람만 만나면 내년이라도 결혼하고 싶어요. 괜히 하는 말이 아니에요. 예전에는 26살 되면 결혼해야지 했는데 벌써 3년을 넘겼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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