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환 "언젠가 형과 같은 작품 출연하고파"(인터뷰)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1.02.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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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일 기자 eddie@
"형의 조언요? 연기에 있어선 제가 조언을 해 줄 수 있게 돼야죠!"

신예 박유환(20)은 지금 어느 때 보다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아니, 자신감에 차 있어야 한다. 첫 연기에 대한 설렘 속 그는 마침내 MBC 주말극 '반짝반짝 빛나는'을 통해 '박유천 동생'이 아닌 '배우 박유환'으로 대중 앞에 섰다. 인생에서 가장 떨리는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뷔작인 '반짝반짝 빛나는'이 지난 주말 첫 방송을 했다. 박유환은 가족들과 함께 시청할 계획이었지만, 부끄러워 차마 가족들이 있는 거실에 나가지 못하고 자신의 방에서 혼자 드라마를 봤다.

"막상 제 연기를 보려니 너무 쑥스러웠어요.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하나요?(웃음) 드라마 끝나니까 유천 형이 방에 들어와서 '삼촌! 삼촌!'이라고 부르면서 놀렸죠. 그래도 부모님과 형 모두 잘 했다고 격려해 줬어요."

박유환은 극에서 조카 한정원(김현주 분)과 김상원(김형범 분)보다 한참 어린 삼촌 한서우 역할로 출연하고 있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 온 박유환은 극중 캐릭터를 위해 어르신들이나 쓸 법한 말투를 구사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띄어쓰기를 공부할 무렵 미국에 건너가 꼭 10년을 머물렀다.


"고등학교를 마친 뒤 가족이 다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그것이 햇수로 4년째 됐어요. 처음엔 한국말도 어렵고 한국어로 타자를 칠 줄도 몰랐어요. 방송을 보니까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무척 감사했어요. 그렇지만 제가 미국에서 오래 살다왔기 때문에 발음이나 행동이 어색한 감이 없지 않아요."

첫 작품 '반짝반짝 빛나는' 출연에 대해 그는 "운이 좋았어요. 연기 공부와 연습을 하던 중 오디션을 보게 됐는데, 마침 캐릭터가 저랑 굉장히 비슷했어요. 해외에서 오래 생활했고, 내성적이고 낯을 가리지만 실제 성격은 밝다는 점도요. 서우는 가족들 앞에서는 굉장히 어른스럽지만 과외교사 앞에서는 18살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데, 이런 이중적인 면이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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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일 기자 eddie@
연기의 세계에 눈을 뜬 박유환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 촬영 현장에서 느껴지는 열띤 분위기에 푹 빠져 있는 듯 보였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형 박유천이 가수인데도 그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한다. 어떻게 연기에 먼저 관심을 갖게 됐을까.

"어렸을 때부터 드라마나 시트콤을 보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러면서 연기라는 것에 관심을 가졌어요. 시트콤을 보면서 많이 웃었는데, 나도 남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나마 하게 됐죠. 드라마 '올인', '가을 동화'도 재미있게 봤어요. 그런데 꼭 형이랑 같이 봐야 했어요. 한국 드라마는 비디오로 대여해서 봐야 했는데, 혼자 보면 테이프를 다시 감아야 하고 중간에 어디까지 봤는지 모르게 되니까. 밤에 혼자 보다가 들키면 형이 못 보게 말리다가 결국 잠을 안자고 같이 보곤 했죠."

특히 미국에 있을 때 '논스톱' 시리즈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는데, '반짝반짝 빛나는'에 시트콤에 출연했던 정태우 씨가 나와서 무척 신기했다고. 그는 "아직 같이 촬영하는 장면이 없어서 말씀을 못 드렸는데, 나중에 뵈면 꼭 그 얘길 하고 싶어요"라며 기대에 찬 모소를 지어 보였다.

정태우 말고도 미국에서 본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만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아직은 많이 못 만났는데, 한 번은 이 때문에 형들 장난에 속은 적이 있죠. 제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고 이후 한가인씨 팬이 됐어요. 한국에 온지 얼마 안됐을 때 형들이 '저기 한가인 있다'라고 저를 부르는 거예요. 너무 떨려서 차마 못 보겠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장난이었어요. 나중에 진짜로 꼭 뵙고 싶어요."

얼마 전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는 형 박유천이 참석해 화제가 됐다. 형과 5살 차이가 나는 유환은 집안의 막내로 가족들에게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오랜 연예계 생활을 해 온 형이 그에게는 큰 힘이다. 형과 관련된 질문을 꺼내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박유천의 얘기가 나오자 그는 신나게 말을 이어갔다.

박유환은 "형이 열심히 할 생각이 있고 확실히 마음을 먹었다면 달려가라고 힘을 줬어요. 제가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하니까 '연예계는 힘드니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진심으로 조언을 해 줬죠. 형이 하는 것을 봐 왔기 때문에 힘든 것도 알지만, 정말 하고 싶었어요. 제가 결심을 이야기하자, 열심히 해 보라고 응원을 많이 해 줬어요."

그의 기억 속에 형은 어릴 때부터 음악에 남다른 애정이 있었다. "저는 음악보다는 드라마를 즐겨봤는데, 형은 매주 CD를 한 장씩 살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죠. 그냥 사는 것뿐 아니라, 하나하나 닦고 장르별로 정리하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부터 가수를 꿈꿨던 게 아닐까 싶어요."

이어 "집에 있을 때는 그냥 형인데 무대에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멋있어요. 그런 형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까 첨엔 '나도 하겠다' 싶었는데, 직접 해보니까 정말 힘들더라고요. 제가 연기에 대해 아직은 잘 모르지만 형이 '성균관 스캔들'에서 이선준이라는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잘 소화한 것 같아요. 집에 와서도 '어머니, 소자 왔습니다'처럼 사극 말투로 말해서 많이 웃었죠"라고 말했다.

그는 "박유천의 동생이라는 것이 부담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오히려 형에게 고맙죠. 너무 친한 형제이고, 그저 형한테 자랑스러운 동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서 형을 뿌듯하게 해 주고 싶어요. 만약 형이랑 한 작품에 출연하는 기회가 있다면 꼭 한 번 해 보고 싶어요. 형제 역할도 좋고, 라이벌도 좋고. 형이랑 하면 뭐든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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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일 기자 eddie@
연기를 처음 시작한 것도 형의 연기 수업에 따라가면서부터다. "형이 '성균관 스캔들'에 출연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연기 공부를 시작했어요. 수업을 들을 때 따라가서 지켜보니까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저도 다른 사람의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어 보였죠. 제가 경험해 보지 않은 것을 경험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산다는 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인데 연기는 그게 가능하다는 것이 연기의 매력인 것 같아요."

연기에 먼저 도전했던 형이 어떤 조언을 해 줬느냐는 질문에 박유환은 "조금 있으면 제가 연기 조언을 해 수 있게 돼 야죠"라고 웃으며 말한 뒤 "연기에 대한 것보다도 '네가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고, 다들 선배님과 선생님들이니까 예의 있게 행동하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라고, 형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답했다.

다시 연기 이야기로 돌아와 그는 "해보고 싶은 역할이요? 다 해보고 싶어요. 바보 연기도 좋고 망가지는 역할도 상관없죠. 형처럼 사극도 좋고요"라며 의욕을 드러냈다. 이제 막 연예계에 발을 디딘 박유환은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고 배우는 것이 즐겁다. 그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마냥 기대에 부푼 것만은 아니다. 그 역시 앞으로 닥칠 많은 역경을 예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형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그였다. "아직 감정 연기도 제대로 못해봤고, 처음이라 앞으로 어려움이 닥치겠지요. '자신감 있게 후회 없이 하자' 결심하고 촬영장에 가지만 막상 찍고 나면 아쉬움이 남아요. 그래도 지금은 뭐든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으로 연기에 임하고 있어요."

"제가 맡은 역할을 최대한 보여 줄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연기를 하는 동안은 박유환이 아닌 캐릭터로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박유환이다'보다는 '한서우다'라는 말을 듣고 싶죠. 앞으로 더욱 열심히, 최선을 다 하는 더 멋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드라마, 연극, 영화, 시트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보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어요. 그간 제가 작품을 통해 감정을 느껴왔다면, 이젠 연기를 통해 저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게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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