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출신 서현진 "무용만 10년, 가수서 배우로"(인터뷰)

최보란 기자 / 입력 : 2011.04.2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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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현진 ⓒ사진=점프엔터테인먼트 제공
'달이' 서현진(26)이 미소를 지으며 대기실로 들어왔다. MBC 월화극 '짝패' 촬영장에서 만난 그녀는 극중 갖바치라는 신분답지 않게 기품과 단아한 미모가 눈길을 잡아끈다.

꼬리가 긴 눈매, 아기자기한 이목구비의 서현진은 동양적인 미인의 느낌. 낯을 잘 가린다는 그녀는 차분한 말투에도 불구, 분위기 어색하게 만들지 않는 쾌활함이 녹아있어 어딘가 정감이 갔다.


'여의적' 달이, 원래는 기생이었다?

현재 서현진이 '짝패'에서 연기하는 달이는 갖바치로, 왕실에서도 그를 찾을 정도로 능력 있는 장인이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녀는 비밀리에 활동하는 의적집단 '아래적'의 일원이라는 정체가 드러나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사실 의적 역할이라 연습할 때 많이 힘들었어요. 말도타고, 칼을 쓰는 무술 등 액션을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여자라고 안 봐주시더라고요. 연습할 때부터 남자배우들이랑 똑같이 액션 연습을 소화했어요."


그런데 막상 드라마에서는 무술 실력을 감상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의적들이 총을 사용한다는 설정 때문. "막상 촬영할 때는 총을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연습한 무술 실력을 별로 보여드릴 기회가 없어서 살짝 아쉬웠죠. 하하."

그러나 처음 서현진이 캐스팅 될 당시에는 의적이 아닌 기생 역할이었다. 처음엔 액션 연습이 아니라 판소리와 춤을 배웠다고. 걸그룹 밀크 출신으로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데다 무용을 전공했기에 연습 때도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12월께 캐스팅이 진행됐는데 그때 당시엔 시놉시스에 달이가 기생으로 돼 있었어요. 기생 역으로 알고 출연한 셈이죠. 그래서 판소리를 배우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의적으로 바뀌었으니 판소리랑 춤 연습 그만가라' 하시더군요."라고 설명했다.

"바뀌고 보니 더 좋아요. 사극에 달이처럼 여전사 캐릭터는 별로 없어요. 그런데 달이는 당돌하고 보이시한 매력이 있어 굉장히 좋죠. 제 성격과 닮은 부분이 있어 촬영할 때 더 편안하고 연기하기가 한결 수월한 것 같아요."

극 초반 귀동 역 이상윤을 향한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던 그녀가 후반이 가면서 무덤덤한 모습이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천둥(천정명 분)을 향해 마음이 기울더니 결국 아래적의 수장이 된 천둥을 걱정하며 애절한 고백으로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귀동과는 신분 차이가 있어서 커 가면서 좀 소원해졌어요. 천둥에게는 사랑도 있고 우정도 있어요. 천둥이 양반의 핏줄임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꿈을 대신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는 것 같고. 달이는 의적으로 위험한 길을 가지만, 천둥만이라도 잘 됐으면 좋겠다하는 마음이 있어요."

실제 이상형에 가까운 인물도 굳이 따지자면 천둥이라고. "이상윤씨, 천정명씨 모두 워낙 성격 둥글둥글하고 외모도 출중하셔서 어느 분이라도 감사하겠지만, 극중 캐릭터로 보면 천둥이 좋아요. 고지식할 정도로 착한 부분도 있고. 착한 사람이 좋아요. 모진 상황이 와도 대처하는 자세가 다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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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현진 ⓒ사진=점프엔터테인먼트 제공
걸그룹 밀크로 데뷔, 1집 만에 해체

사실 서현진은 벌써 데뷔 10년차에 접어든다. 그러나 배우로서는 거의 신인에 가깝다. 알고 보니 그녀는 걸그룹 밀크 출신으로, 드라마 방영 초기 그녀가 가수 활동을 했다는 사실이 화제에 올라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서현진은 학창시절 길거리 캐스팅으로 연예계에 입문했다. 당시 H.O.T, S.E.S, 보아 등을 탄생시킨 최고의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에 발탁된 그녀는 걸그룹 밀크로 2001년 데뷔해 순조롭게 발을 디뎠다.

그러나 1집 발매 후 한 멤버가 탈퇴를 하면서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한 멤버가 그룹에서 나간 뒤, 다른 멤버들도 본인의 활동에 열중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나 3~4년 지나고 나니, 다시 앨범 활동을 하기가 어려워졌죠. 그냥 자연스럽게 각자의 길을 가게 됐어요."

그러다 2005년, 서현진은 소속사로부터 뮤지컬 '사운드 오브 더 뮤직'의 출연을 제안 받게 됐다. 그녀는 "첫 뮤지컬이라 힘들기도 많이 힘들었고,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그렇지만 그 뮤지컬이 저를 연기자의 길을 걷는데 계기가 됐죠"라고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밝혔다.

"연출을 맡으신 감독님과 연기를 지도해 주시던 선생님이 굉장히 좋으셨어요. 이후에도 가끔 일로써 뵐 기회가 있었는데 참 좋았어요. 지금까지 제 길은 어찌 보면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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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현진 ⓒ사진=점프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기생활의 원동력은 '좋은 사람들'...스크린 데뷔도 '절친' 구혜선 덕

뮤지컬 이후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에 접어든 서현진. 뮤지컬로 연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무렵인 2006년엔 같은 소속사 식구인 동방신기와 '지구에서 연애 중'이라는 짤막한 미니영상을 찍기도 했다. 당시 서현진이 고등학교 교사로, 동방신기 멤버였던 박유천이 학생으로 비밀스러운 사랑을 나누는 주인공으로 호흡을 맞췄다.

동방신기 멤버들과 아직도 연락을 하느냐고 묻자 " 같은 소속사다 보니 자연스럽게 촬영을 하게 됐어요. 근데 저도 낯을 가리고 당시엔 서먹서먹해서 촬영하고 난 뒤에도 자주 연락하거나 하진 못했어요. 근데 윤호 군은 뮤지컬 '궁'에서 다시 만나게 돼서 자연스럽게 연락을 주고받게 됐죠"라고 말했다.

이후 스크린에 진출하게 된 것 역시 '사람'과의 만남이 큰 역할을 했다. 절친으로 소문난 구혜선의 제안으로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구혜선의 감독 데뷔작 '유쾌한 도우미'에 이어 첫 장편영화 '요술'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구혜선과는 사석에서 만나 친해지게 됐어요. 친구의 친구였죠. 둘이 성격이 비슷해요. 처음엔 낯을 가려 1년 반 정도까진 서로 존댓말을 했어요. 그것도 이 주에 한 번꼴일 정도로 자주 만나면서 말이죠. 그러다,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 어떤 계기로 얘기를 하게 됐는데 굉장히 잘 통하더라고요. 그 이후 말도 놓게 됐고 친해지게 됐죠."

영화 '요술' 속 주인공은 서현진을 모티브로 삼았을 정도라고. "'유쾌한 도우미'에서 제 역할이 수녀였어요. 구혜선 양이 평소에도 워낙 연출에 관심이 있어서 시리오도 많이 보여주곤 했죠. '요술' 캐릭터도 제 이미지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하더라고요. 낯도 많이 가리고 표현을 잘 안하는 처음 저를 봤을 때의 모습에서 많이 따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4년의 공백기, 평범한 대학생활에 '집중'

그룹 해체 후 뮤지컬을 시작하기 전까지 3~4년의 공백 기간이 있다. 그 기간 동안 서현진은 평범한 학창생활을 마음껏 누렸다.

"여행도 하고 학교도 다녔죠. 어렸을 때부터 무용을 해서, 학교 끝나면 늘 무용학원을 갔기 때문에 맘껏 쉬거나 친구들과 놀아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공백 기간 동안엔 평범한 대학생활을 하는 데 집중했어요."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한 서현진은 학교에서 과 친구들과 밤샘 합주를 하고 돗자리를 깔고 그대로 잠들었다. 다음날엔 그대로 일어나 세수를 하고 다시 수업을 들었다. 학교에 있는 게 너무 신나고 즐거웠다.

어렸을 때 많은 시간을 할애한 만큼, 무용에 대한 미련은 없었을까. 서현진은 웃으며 "사람에게 운명이라는 게 있는 것도 같다"라고 말문을 연 뒤 "저도 오로지 무용에 집중해 왔기에 스스로도 가수를 하겠다고 나서게 될 줄 몰랐어요. 또 가수에서 다시 연기를 하게 될 줄도 몰랐죠. 그냥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갔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거의 10년 가까이 무용을 하던 상황이었고, 주위 분들이 다른 길을 택하는 데 많이 걱정도 하셨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없어지거나 버리는 것이 하나도 없어요. 가수를 시작할 때는 무용 10년 했던 게 없어지는 줄 알았죠. 근데 뮤지컬 '궁' 하면서 다 사용하게 되더라고요. 배워오고 익힌 것은 어디서건 쓰게 되는 것 같아요"라며 오랜 시간에 걸쳐 깨달은 교훈을 털어 놨다.

가수에서 연기자로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는 서현진. 다시금 무대에 서고픈 생각도 있을까. 그녀의 노래를 다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물어봤다.

"연기에서는 아직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잘 가꿔가고 싶고요. OST나 프로젝트라던가, 뮤지컬 무대에서도 음악을 들려드릴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앨범에 대한 욕심은 없어요. 앞으로 꾸준하게 어떤 장르에서든 연기를 하고 있을 것 같아요. 보는 분들이 제 연기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주실 수 있는 만큼의 내공이 쌓였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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