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노숙자..설자리 잃은 개그맨들의 '선택'

하유진 기자 / 입력 : 2011.06.0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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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그리던 개그맨이 됐다. 웃기고 싶은 열정도, 웃길 소재도 충만하다. 그런데 무대가 없다. 방송되는 건 둘째 치고 아예 프로그램이 없다. 2011년 대한민국 개그계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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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준ⓒ사진=tvN 제공



◆ 김홍준, 폐결핵 완치 후 복귀했으나 '웃찾사' 폐지… '코갓탤'로 재도전

김홍준은 지난 2003년 SBS 개그 콘테스트를 통해 개그맨이 됐다. 18세라는 최연소 데뷔로 눈길을 끌었다. SBS 공개코미디 프로그램 '웃찾사'의 인기코너 '1학년 3반', '왕의 남자' 등으로 얼굴을 알렸다.

하지만 한창 활동할 시기에 그는 폐결핵으로 방송을 잠시 쉴 수밖에 없었다. 약물치료 등을 통해 완치한 후 2년만에 다시 복귀했지만 그새 '웃찾사'는 폐지되고 없었다. 다른 개그 프로그램도 전무했다. 휴대폰 판매 일로 생계를 유지하던 그는 끝내 개그맨의 꿈을 접을 수 없었다.


그리고 케이블채널 tvN '코리아 갓 탤런트'라는 오디션으로 돌아왔다. 다시 만난 그는 개그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연습을 하느라 어깨에 피멍이 든 김홍준은 "'코리아 갓 탤런트'로 다시 시작하고 싶다"라며 기대를 전했다.

심사위원 장진 감독은 "이렇게 알차게 짜여진 개그 코너를 본 건 오랜만인 것 같다"라며 그의 개그에 호평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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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숙자, 개그프로 폐지 후 계란빵 노점상 장사

김구라, 황봉알과 함께 인터넷 방송을 했던 노숙자도 상황은 마찬가지.

그는 지난 1994년 SBS 개그맨 공채 시험에 합격했다. 하지만 IMF로 인해 개그 프로그램이 잇달아 종영되면서 실직자가 돼 계란빵 노점상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선배 김구라의 제안으로 인터넷 방송을 시작, 거침없는 독설과 농도 짙은 욕설로 사랑을 받던 중 김구라가 KBS 라디오에 DJ로 발탁돼 프로그램에 하차하면서 다시 잊혀졌다.

그는 오랜 공백기를 깨고 지난 4월부터 다시 인터넷 방송을 재개, 전단 돌리기, 돌잔치 사회 등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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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사진=류승희 인턴기자


◆ 김영희, 경인방송-MBC 거쳐 3번 만에 무대 서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두분토론', '봉숭아학당'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김영희는 경인방송 공채 개그맨 1기 시험에 합격해 개그맨이 됐다. 하지만 경인방송엔 개그프로그램이 없어 방황하던 차 MBC를 거쳐 KBS에 왔다. 무려 3번의 개그맨 시험을 치르고서야 무대에 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MBC 18기 공채에 합격 후, '하땅사'에서 손뼉 치는 역할을 신물 나게 했다"라며 "KBS 공채 개그맨 시험 공고가 나자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다시 시험을 봤고 인생 역전이 이뤄졌다"라고 전했다.

설 자리를 잃은 개그맨들이 선택 아닌 '선택'을 하고 있다. 그들이 안방극장에 다시 설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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