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가수들, 이젠 자신들 노래를 할 때다

[김관명칼럼]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1.07.0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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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 열창의 후유증일까, 매 주말 황금시간대에서 계속 남의 노래만 불러서일까. '나가수' 가수 자신들의 노래가 무엇이었는지 가물가물하다.

MBC '나는 가수다' 출연 가수들은 대단하고 복 받았다. 노래 한 곡으로 청중평가단을 울릴 정도였으니 대단한 것이고, 이리저리 편곡해 5분 넘게 TV에서 자신의 노래를 마음껏 부를 수 있으니 복된 것이다. 지금은 좀 열기가 식었지만 음원차트에서 대접받는 것도 덤이라면 덤이다.


지금까지 '나가수'에 출연한 가수는 총 14명이다. 초창기 김건모 정엽 백지영을 비롯해 이소라 박정현 김범수 BMK YB 임재범 김연우 JK김동욱 옥주현 조관우 장혜진. 이들은 주로 편곡 싸움이라 할 정도로 치열했던 리메이크곡으로 진검승부를 펼쳤고, 이들의 노래는 음원차트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대표적인 경우가 김범수의 '제발'. '나가수' 출연가수들이 서로의 노래 바꿔 부른 미션에서 '비주얼 담당' 김범수가 부른 이소라 원곡의 노래다. 이 노래는 4월 멜론이 집계한 월간 음원차트에서 수많은 아이돌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김범수의 '제발'은 5월 차트에서도 9위, 6월 차트에서 25위를 차지할 정도로 롱런하고 있다.

박정현이 '내가 부르고 싶은 남의 노래' 미션을 통해 선택한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도 '제발' 못지않게 큰 인기를 끌었다. 5월 멜론 차트에서 '제발'에 이어 10위를 차지한 데 이어 6월 들어서도 27위를 차지한 것. 무엇보다 거침없이 쭉쭉 뻗는 박정현의 고음이 청자의 소름을 돋게 할 정도다.


그러나 감성적으로는 역시 임재범이 부른 '여러분'이 압권이다. 음원차트 성적은 6월 26위에 그쳤지만, 그가 무릎 꿇고 눈물까지 글썽이며 부른 '여러분'은 윤복희 원곡이라는 사실을 망각할 정도로 아주 '셌다'. 오죽했으면 청중평가단의 기립박수는 물론 집에서 TV를 보던 시청자들도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났을까.

이밖에도 김연우의 '나와 같다면'(김장훈 원곡)과 '미련'(김건모), 김범수의 '늪'(조관우 원곡)과 '님과 함께'(남진 원곡), 이소라의 '너에게로 또다시'(변진섭 원곡), 임재범의 '빈잔'(남진 원곡) 등도 원곡 가수를 잊어먹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과연 좋은 게 좋은 걸까. '제발'이 김범수의 원래 노래처럼 익숙해지고,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가 박정현의 대표곡처럼 받아들여지는 이 현실이? 과연 이 현상이 가요팬들에게도 그리고 가수 자신들에게도 복된 일일까?

잘 알려진 대로 김범수는 99년 데뷔해 '슬픔활용법' '보고싶다' '나 가거든' '오아시스' '하루' '위로' 등을 히트시킨 '7집 가수'다. 6월에 낸 정규 7집에는 '끝사랑' 'My Baby' 등이 실렸는데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6월 멜론 월간차트에서 '나가수'에서 부른 '늪'이 16위, '제발'이 25위, '네버엔딩 스토리'(부활 원곡)가 29위를 차지한 반면, 정작 신곡인 '끝사랑'은 31위에 그쳤다.

98년 '나의 하루'로 데뷔한 박정현도 지난 2009년 정규 7집을 낸 관록의 가수다. 그러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나 '소나기'(부활 원곡), '그대 내 품에'(유재하 원곡), '바보'(박효신 원곡), '내 낡은 서랍속의 바다'(이적 원곡) 같은 '나가수' 노래의 강렬한 잔영 때문에 '몽중인' '편지할께요' '아무말도, 아무것도' '꿈에' '아름다운 너를' '달' '눈물빛 글씨' '비밀' 같은 주옥같은 박정현 노래가 파묻히는 감이 없지 않다.

'나가수'의 미덕은 물론 많다. 리메이크를 통해 숨겨진 가요 명곡을 재발견하고, 이를 통해 잊혀졌던 옛 전설 같은 가수들을 부활시키고, 아이돌이나 OST에 밀린 저력 있는 가창력 가수들을 황금시간대 TV에 출연시키고,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통해 팬들에게 영양만점의 자양분을 공급한다는. 백이면 백,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멜로디와 가사가 익숙한 원곡에 기댄 리메이크가 이래저래 꼭 좋은 일일까. 아무래도 느낌 생경한 신곡으로 승부를 걸려는 다른 가수들과의 공평한 게임을 위해서도, 앞으로 자신도 새로운 창작곡을 낼 '나가수' 본인들을 위해서도, '나가수'는 이제 출연가수들의 신곡 위주로 가야한다. 리메이크가 또 하나의 창작이라면 더 할 말은 없지만, 2011년 김범수는 '제발'이 아니라 '끝사랑'으로 기억돼야 하지 않을까, '나가수' 열풍이 식은 훗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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