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의 여왕 김하늘, 스릴러에 입맞추다

영화 '블라인드' 김하늘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1.07.1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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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하늘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로맨틱코미디의 전설!" 김하늘(33)에게 바친 장근석의 장난어린 찬사는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그녀를 믿지 마세요', '청춘만화'와 '7급 공무원'까지. 그녀는 달콤한 사랑 이야기의 가장 믿음직한 주인공이다. 그녀에겐 '전설'보단 '여왕'이 더 어울리는 직함이지만, 상관없다.

그런 그녀가 이번엔 좀 다른 도전에 나섰다. 다음달 11일 개봉하는 '블라인드'(감독 안상훈)에서 김하늘은 살인 사건의 목격자가 됐다. 그것도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사는 시각 장애인이다. 로맨스는 없다. 이번엔 로맨스 퀸이 아니라 스릴러의 퀸에 도전한다. 뭐하나 만만하지 않았던 도전, 김하늘은 기분좋은 긴장과 설렘 속에 있는 듯 했다.


-치열한 여름 극장가의 중심에 있다.

▶이런 시기가 없었다. 2월이나 봄에 개봉한 작품들이 많았다. 여름에 나온 작품을 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제 심정이라면, 너무 외롭다.(웃음) 그분들은 힘을 같이 실을 수 있는 배우들이 같이 계시는데 저는 그냥 외롭다.(웃음) 어쨌든 장르가 다르니까.

-첫 본격 스릴러물이다. 어떻게 결정했는지 궁금하다.


▶스릴러라는 장르는 더 철저하게 보는 것 같다. 그간 꽤 많은 작품을 받았는데 '블라인드'를 했던 건 스토리가 너무 탄탄해서다. 로맨틱 코미디는 웃어 넘길 수 있고 '아 뭐야'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스릴러는 뭐 하나 허술한 구석이 눈에 띄는 순간 완성도를 의심받을 수 있다. 얼마나 치밀하냐, 얼마나 탄탄하냐를 보게 되는데, 저희 작품이 그랬다.

최초의 사건 목격자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설정이 너무 신선했다. 과연 저 여자가 저 사건에 휘말려서 어떻게 풀어나갈까? 내가 저 입장이라면 어떨까? 시시하지 않았고, 이야기가 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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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하늘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그간 도전하지 않았던 연기를 펼쳤다.

▶연기적으로 재미있다고 표현할 수 없는 연기였다. '블라인드'만 생각하면 너무너무 힘들었다. 디테일이 정말 중요했다. 시선 처리도 물론이지만 감각의 디테일이랄까. 뭔가 소리가 들리게 되면 눈이 아닌 귀가 먼저 가야 한다. 그게 처음에는 생각을 해야 했는데 어느 순간에는 귀가 가더라. 그런 감각들이 곤두서는 것이 힘들었고 고통스러웠다.

마지막 촬영 때는 3일 내내 비를 맞았는데, 어쩜 1분 여유도 주지 않고 마지막날 해가 뜨는 순간 끝이 났다. 배우로서는 좋은 경험이었다. 고통 안에서도 디테일을 발견하고 또 만족했을 땐 즐거웠다.

-후천적 시각장애인인데 감각이 몹시 발달한 인물이었는데.

▶어둠의 체험을 했을 때 저를 인도했던 마스터의 손 촉감이 아직도 남아있을 정도다. 아주 셌다. 시각 외의 것에 민감하긴 하지만 물론 이 친구가 '소머즈'도 아니고 사실적으로 표현된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다.

-최근 '1박2일' 출연으로 크게 화제가 됐다. 이후 달라진 시선을 느끼나.

▶물론이다. 어떤 기자분은 '1박2일' 보고나서 걱정없이 인터뷰 왔다고 하시더라. '감사합니다' 그랬다. 그런 게 좋다. 선입견 같은 게 사라졌다고 할까?

-대체 왜일까. 그러면 오히려 '그간 날 어떻게 봤나' 하는 생각도 들 것 같다. 도도한 여배우로 나왔던 '온에어' 탓이 큰 것 같다.

▶역시 물론이다. '도대체 날 어떻게 생각하셧던 거야' 하는 생각도 든다. 그간 이미지 관리를 잘 했다고 봐야 되나.(웃음) 페이스북을 하는데 어찌나 그 이야기가 많은지. '온에어' 탓이 있긴 한 것 같다. 너무 잘 어울렸던 거지.(웃음) 그 땐 오히려 즐겼다. 스태프한테도 오승아처럼 연기하고, 매니저한테도 장난을 쳤는데 그 이미지가 남긴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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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하늘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쪼그려 앉아 세수하고 민낯을 공개했을 땐 깜짝 놀랐다. 여배우가 그래도 되나 싶어서.

▶처음에는 기왕 나간 거 가릴 게 뭐 있어 하고 마음껏 했다. 그런데 나중에는 계속 매니저한테 전화하면서 '이런거 나가도 괜찮을까' '편집해주시려나' 이러며 걱정을 했다. 세수 장면도 찍을 땐 '괜찮아요' 해놓고 예고편 보고는 깜짝 놀랐다. '헉, 어떻게 할거야' 이러면서. 내가 원래 그렇다. 할 때는 대범하게 다 찍고 지나고 나서 걱정을 한다.

-의외다. 작품에서도 사실 망가지는 걸 마다하지 않아왔지 않나.

▶제가 알고보면 겁이 많다. 대범하다가 뒤에 걱정을 한다. 물론 연기적인 건 다르다. '로드 넘버원' 때도 얼굴에 별의 별 분장을 다 했지 않나. 그래도 연기를 할 땐 캐릭터가 나고 내가 그 캐릭터라고 생각하면 아무렇지 않다. '1박2일'이야 그간 예능을 워낙 안 나가서 기분이 다르더라. 좋아좋아 재밌겠다 해 놓고 괜찮을까 걱정 많았다.

-로맨틱코미디를 홀대하는 분위기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쌓았다. 극적인 변화에 도전했는데 이번 작품으로 상 욕심은 안 나는지.

▶연기적인 욕심, 작품적인 욕심은 늘 있다. 저 캐릭터는 꼭 하고싶고, 저 영화는 꼭 나오고 싶고 하는 게 있다. 그러나 그 다음엔 욕심을 안 부린다. 내가 욕심낸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내가 선택하고, 욕심부린다고 연기적으로 인정받거나 상을 받는 건 아니다.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스릴러의 주인공이 나올수도 있고,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이 상을 받을수도 있다. 언젠가, 모든 분들이 박수칠 수 있을 때 인정받고 싶다. 상도 그렇게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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