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고지전'vs'퀵', '해리포터'에 밀린 속사정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1.07.2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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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을 들인 한국형 블록버스터 두 편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눌려 힘을 못 쓰고 있다.

25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2'는 24일 26만 7721명을 동원해 누적 296만 5470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3일 개봉해 2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2'는 평일 10만명 가량을 동원하기 때문에 25일 300만명 돌파가 확실하다.


100억원이 투입된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은 해리포터 마지막편에 눌려 힘을 못 쓰고 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고지전'과 '퀵'은 이날 각각 21만 1626명과 17만 1923명을 동원해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누적 관객은 각각 81만 5344명과 62만 7372명이다. 20일 나란히 개봉한 성적으로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니지만 예년 100억원이 투입된 한국 블록버스터가 개봉 첫 주 1위를 휩쓸었던 것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추세라면 '고지전'과 '퀵'은 2주차에 100만명을 넘어 200만명을 모으는 것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130억원이 든 '고지전'은 430만명 내외, 100억원이 든 '퀵'은 330만명 내외가 손익분기점이기 때문에 꾸준히 관객을 불러 모아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28일 또 다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퍼스트 어벤져'와 한국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써니' 감독판이 개봉하는 등 기대작들이 대거 개봉하기에 '고지전'과 '퀵' 앞날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때문에 영화계에선 '고지전'과 '퀵'이 꼭 같은 날 개봉해서 혈투를 벌어야 했나라는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고지전'과 '퀵'의 대결은 쇼박스와 CJ E&M, 메이저 배급사의 대결과 '의형제' 장훈 감독과 윤제균 사단의 대결, 한국전쟁의 참혹함과 도심질주 오락영화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그럼에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잇달아 개봉하는 상황에서 좀 더 현명한 배급 경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CJ E&M 독주체제에 경쟁이 필요하긴 하지만 현재는 제살 깍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실제 CJ E&M은 '쿵푸팬더2'와 '트랜스포머3', '써니'와 '퀵' '칠광구'까지 올 여름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각 영화들이 흥행성적이 뛰어난데다 개봉일이 촉박하다보니 '퀵'과 '칠광구'가 2주 차이를 두고 개봉하는 일까지 생겼다. 거기에 '써니'가 예상 밖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감독판까지 개봉하게 됐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CJ E&M 뿐 아니라 경쟁사 영화들이 배급 전략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한 영화사 대표는 "CJ 독주체제가 올 여름 극명하게 드러난 것 같다"며 "메이저 회사의 수직계열화가 장점도 있지만 경쟁이 여의치 않은 현 상황에선 폐해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CJ E&M 이 투자와 제작,배급에 케이블을 통한 광고까지 시장 장악력이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CJ E&M측은 이 같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시장을 선도하긴 하지만 인위적인 개입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CJ E&M 홍보팀 최민수 과장은 "올 여름 성적이 좋긴 하지만 인위적으로 배급상황을 조절하려했다면 '트랜스포머3'를 줄이고 '퀵'을 대폭 늘렸을 것"이라며 "'퀵'과 '고지전'이 한국영화 반격 신호탄을 올리려 했지만 '해리포터'에 눌리다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CJ E&M은 할리우드 스튜디오 파라마운트와 배급계약이 올해로 끝났다. CJ E&M 배급성적이 워낙 좋기에 파라마운트와 재계약이 사실상 체결됐다. 여러 변수가 있긴 하지만 CJ E&M의 독점적 지위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하반기에도 '푸른소금' '마이웨이' 등 CJ E&M 기대작들이 준비 중이다.

시장을 선도하는 CJ E&M이 파이를 키울지, 아니면 제살깎이를 할지, 경쟁자들의 선전이 더욱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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