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배우들, 귀국 소식에…

[김관명칼럼]한예슬이 풀어야할 3가지 난제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1.08.1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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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다. 첩첩산중이다. 촬영거부, 불참, 출국, 귀국으로 촉박하게 이어진 '한예슬사태'는 어쩌면 지금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한예슬이 17일 오후5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1박2일'의 짧은 미국행을 접고 귀국키로 한 이날 낮12시, 기자는 친한 기획사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물론 KBS '스파이명월'에 출연 중인 배우 소속사다. "귀국하면 이제 좀 분위기가 진정되겠네요?"라는 기자의 말에 기획사 대표는 펄쩍 뛰었다. "지금부터가 문제에요"라며.


"KBS에 사과하면 다 끝나는 건가요? 같이 고생하면서도 끝까지 촬영장을 지킨 다른 배우들은요? 떨어진 시청률은요? 이게 KBS에 사과하고, 제작사에 사과하면 될 일인가요? 18일 촬영장에서 배우들에게 사과를 한다는데, 글쎄요, 웃으면서 같이 촬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랬다. '스파이명월' 배우들은 이날 한예슬의 귀국 소식이 전해진 순간에도 여전히 요동치고 있었다. 주연배우가 무단으로 촬영장을 벗어나 미국으로 떠나고, 촬영이 중단되고, 드라마가 스페셜로 대체 방송되는 급박한 환경에서 전업배우들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이 기획사 대표는 "한예슬이 4일 밤을 샜으면 우리 배우는 5일 밤을 샜다. 현장에서 고생안하는 배우가 세상에 어디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태프의 정서도 험악하다. 생계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온 이들에게 주연배우의 도피는 분통을 넘어 패닉이기까지 했다. '스파이명월' 현장 스태프 28명은 16일 밤 스타뉴스를 통해 자신들의 성명서를 독점 공개했다. 성명서의 핵심문구는 이것이다. "한예슬은 매일 잦은 지각과 늦은 촬영준비로 스태프 및 다른 배우들에 대해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과연 한예슬은 이런 곱지않은 정서의 배우, 스태프와 함께 드라마를 끝까지 무사히 찍을 수 있을까.

정서만이 문제가 아니다. 출연계약을 맺은 드라마 주연배우의 무단 촬영장 이탈과 촬영 중단, 이에 따른 드라마 결방 사태로 입은 제작사와 KBS의 물질적 피해도 만만치 않다. '스파이명월' 제작사인 이김프로덕션은 이미 지난 16일 한예슬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KBS도 "특정 연기자의 돌발적 행동에 대해서는 법적인 제재가 취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이같은 '소송 불사' 운운은 한예슬의 조기 귀국을 종용키 위한 다급한 전략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11회까지 방송된 '스파이명월'이라는 드라마는 이미 '한예슬 사태'와 한차례의 스페셜 대체방송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비록 한예슬 소속사인 싸이더스HQ가 "소송은 이뤄지지 않도록 서로 협의중"이라고 밝혔지만, 막심한 물질적 피해가 과연 배우의 '사과'와 소속사와의 '협의'로 가능할지는 의문스럽다.

배우와 CF스타로서 한예슬 본인이 입은 막대한 피해도 감당, 또는 만회해야 한다. 비록 '짧게' 미국을 다녀왔지만 촬영 거부 및 도피는 이만저만한 사건이 아니다. 단지 계약을 맺은 제작사와 스태프, 함께 동고동락해야 할 배우들에게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혀서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월화 고정 시간대에 '스파이명월'을 보기로 한 수많은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저버린 건 어쨌든 저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사태에서 한예슬이 '마녀사냥' 당하는 부분도 있다. 한예슬 본인 얘기와 주장은 거의 봉쇄된 채, 제작사와 KBS, 동료배우, 스태프 등의 입장만 언론에 오르내렸다. 더욱이 자신들 아쉬울 때만 '시청자와 약속' 운운하는 KBS도 옳지 않다. 어쨌든 일방통행식의 여론몰이로 인해, '배우' 한예슬이 촬영거부에 이어 도피까지 해야 했던, 대중은 모르는 '추악한' 이면이 증발됐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힘들기로만 따져서 지금 사무실이나 현장에서 뛰쳐나가지 않을 직장인이 과연 대한민국에서 몇이나 될까. 또한 전광석화처럼 미국행을 선택한 톱스타의 마음 깊숙한 곳에 과연 '시청자'와 '대중'이 있었을까.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고'. 현재 실타래처럼 꼬인 '한예슬 사태' 해결의 출발은 이 오래되고 진부한 슬로건 밖에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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