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아니 왜 송강호랑 비교해요"(인터뷰)

영화 '카운트다운'의 정재영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1.09.0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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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진 기자 honggga@
이번엔 뭘까. 그는 늘 변화무쌍하다. 천하의 몹쓸 깡패였다가, 속을 알 수 없는 위험한 노인이었다가, 청각장애인 야구부를 이끄는 퇴물 야구선수이기도 했던 이 남자. 이번엔 제 목숨을 구하기 위해 뛰는 위험한 남자가 됐다. 영화 '카운트다운'의 정재영(41)이다.

이번 파트너는 9년 전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만났던 한국 대표 여배우 전도연. 당시 한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여배우와 호흡하는 기대주였던 정재영은 이젠 여전히 잘나가는 그 여배우보다 먼저 크레디트에 등장하는 배우가 됐다. 지난 시간 수없는 변화를 거듭하며 차곡차곡 쌓은 신뢰의 결과다. 슈트를 차려입은 멋진 모습은 찰나란다. 정재영이기에 더 궁금하다. 이번엔 뭘까.


-점점 멋져지신다. '푸른소금' 송강호씨도 그러더니.

▶그때 그때 살이 빠지거나 머리나 상태에 따라서…. 아니 근데 왜 송강호씨랑 비교를 해요. 그 형이 저보다 나이도 많고….

-양복입은 모습도 오랜만이다. 비주얼적으로 신경을 많이 쓴 건 맞는 것 같더라.


▶시나리오에서부터 나온 건 아니었다. 시나리오부터 비주얼이 좋아야 하고 스타일리시해야 했다면 저를 캐스팅 했겠나. 그나마 양복 입고 나오고 그런 정도지.

-혹시 송강호씨와 슈트 대결?

▶저 원래 슈트 잘 어울려요. 제작보고회에서도 입고…. 근데 그런 걸로 따지면 그 쪽은 돈 많은 역할이고 저는 단벌신사다. 그런 비싸 보이는 니트 안 입는다.

-채권추심원 역이다. 보통 생각하는 조폭이랑은 좀 다른 것 같다.

▶'똥파리'에 나오는 그런 영세한 조폭이 있긴 하지만, 여기서는 엄연한 회사 직원이다. 초반에만 그 설정이 나오고 나중에는 간암 말기를 선고받고 이리저리 뛰는데 그거 할 정신이 없다. (웃음)

-전도연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가 높다. 어떻게 만났나.

▶호흡이 너무 잘 맞았다. 저는 시나리오 완고가 나오기 전에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됐고, 도연이가 그 다음에 결정을 했다. 사실 상대 배우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을 안 한다. 단지 좋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을 뿐. 도연이가 한다고 해서 너무 좋았다.

-전도연과 '피도 눈물도 없이' 이후 9년만에 다시 만났다. 2번 겪어본 전도연은 어땠나.

▶연기자로 이야기하자면 더 열정적이고 더 깊고 더 넓어졌다. 사실 좀 까탈스러울만도 한데 시쳇말로 폼 잡고 그러는 게 없다. '피도 눈물도 없이' 할 때도 대한민국 제일 잘 나가는 여배우였는데 마찬가지였고, 지금도 그랬다. 처음 봤을 땐 깜짝 놀랐다.

-어떤 점이 놀라웠나.

▶상대 배우에게 전혀 부담감을 안 준다. 어떻게 해도 받아준다. '이렇게 막 해도 돼?' 할 정도지만 늘 '노 프라블럼(No problem)'이다. '요건 피해줘, 요건 하지 말아줘' 이런 거 없다. 물에 빠지든 머리가 넘어 가든 말든 상관없다. 모니터 보다가 '저렇게 나와도 되는 건가' 하는데도 얘는 안 본다. 아마 겪어봐서 아는 걸 거다. 그런 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뭐가 진짜 중요하지를 아는 진짜 예쁜 배우다.

-웃음기가 쏙 빠진 역할이다.

▶단 한번도 웃기지 않는 진지한 캐릭터다. 무미건조하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 하며 기대감을 떨어뜨리나?(웃음) 대신 힘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액션이 적당히 들어간 추격전 아닌가 하는 느낌이지만 들어가보면 깔려있는 힘이 상당하다. 새로운 영화다. 물론 보시면 그 느낌이 더 오시겠지만. 나 또한 그 묵직하고도 힘 있는 부분에 끌렸다.

-카체이싱도 직접 소화했다는데.

▶따로 훈련을 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작심하고 차에 타야 했다. 더 큰 맘 먹어야 하는 분은 밖에 계신 분이다. 다쳐도 그분들이 다치지 저는 안 다친다.(웃음) 사실 그 분들이 다 스턴트맨이다.

직접 해보니 짜릿함이 있긴 하더라. 칼 휘두르면 사람들이 나자빠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디 가서 그런 짓을 해 보겠나. 별로 세게 안 쳤는데 맞은 분이 굉장히 아파하고, 그런 짜릿함이 있다. 보통이라면 못 하는 것을, 그것도 돈 받고 하는 게 배우의 특권이라면 특권이다. 어디서 그렇게 때리고 맞고 욕해보고 또 욕을 듣고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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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진 기자 honggga@
-정재영이란 배우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가 점점 커간다.

▶부담감과 기쁨 두가지 다 있다. 기대가 적을 때는 조금만 잘 하면 충족시킬 수 있다. 신선하고 새롭다. 둘만 보여줘도 다섯으로 본다. 그런데 기대가 높을 땐 둘 보여주면 '별로네' 이렇게 된다. 무조건 그 이상 해야되는 거다. 기대에 부응해야 했다는 부담감이랄까. 큰일이다.

-영화 개봉을 앞둔 긴장감도 상당하겠다. 요즘은 워낙 반응도 즉각적이고.

▶물론이다. 하지만 그건 선보일 때뿐이고 계속 가라앉히려고 한다. 늘 돌이켜보면 작품을 선택하고 찍을 때 최선을 다하는 방법, 그것밖에 없다. 최선을 다했으니까 조금은 평온하게 기다릴 수 있는 거다. 평가가 못 미치더라도 더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거고. 너무 부담을 갖거나 너무 기대를 하면 생각하는 것과 다른 상황이 왔을 때 너무 힘들어진다. 더 멀리, 더 오래 보려고 생각하다보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다. 이 작품을 하는 이유가 뭔지, 목적이 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된다. 막 연기를 하고 싶어 시작한 바로 그 때의 마음. 그걸 물어보지 않으면 어느덧 저 어디 다른 데 가 있게 된다. 남들은 다 아는데 스스로는 왜 자기가 거기 있는지 모르게 되는 거지.

흘러가는 대로 가다보면 어디론가 흘러 갈 거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건 영화를 잘 만들면 된다. 그러면 된다. 수단이 바뀌고 속도가 달라져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트위터가 없었을 때도 잘 만든 작품은 오래오래 버텨서 살아남곤 했다. 관객이 알아보는 셈이다.

-가을영화 대전이 여름만큼 치열하다. 이번 여름영화들의 흥행성적표를 보면 배우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 같다.

▶관객이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하더라. 문제는 이번 여름에 영화들 붙는 걸 보고 다들 9월에 몰렸다. 완전 성수기가 됐다. 물론 블록버스터냐 아니냐 차이가 있지만 여름 대작이라고 하면 딱 '해운대에 쓰나미가 온대' 이런 엄청난 흥밋거리가 필요한데 그건 아니니까. 가을 영화들은 보여드려야 알 수 있는 작품들이랄까.

-차기작은 '내가 살인범이다'다.

▶최초로 형사를 하게 됐다. 늘 쫓기는 쪽이었는데 쫓아다니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웃음)

-꼭 하고픈 역이 있다면?

▶그런 거 있잖아요. 지구가 위험에 빠지면 딱 나타나서 구해주는 거. 말 그대로 히어로물. 초능력도 쓰면 더 좋다. 남자들 중에 그런 거 안 해보고픈 사람이 어디 있겠나. 나이 더 먹으면 힘들어진다. 나이도 위로 20년이야 커버할 수 있는데 아래로는 하기 힘들다. '페이스'가 쉽지 않다.(웃음)

-점점 멋져지신다.

▶그게 다 익숙해져서 그런 거다. '나는 가수다' 박정현씨만 봐도 처음에는 '노래 잘하는 가수' 이러다가 점점 보면 너무 예쁘지 않나. 요새 CF를 보면 정말 미녀가수다. 제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많이 보면 점점 예뻐 보이는 거지. 단점이 좀 보완되면서 친근하게 보인다. '카메라 샤워'라고들 하지 않나. 사실 옛날엔 '다 필요없다' 그러고 입던 옷 입고 머리도 안 하고 인터뷰 하러 나가고 그랬다. 요즘엔? 주는 대로 옷 입고, 메이크업도 좀 했다. 암 그래야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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