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의 최종 꿈은 무엇입니까?

[기자수첩]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1.09.1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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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강호동이 9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탈세로 물의를 일으킨 책임을 지고 잠정 은퇴 선언을 하고 있다. 임성균 기자
방송인 강호동이 잠정 은퇴선언으로 연예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1박2일' '강심장' '스타킹' '무릎팍도사' 등 평균 시청률을 합치면 80%가 넘는 안정된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겠다는 뜻이다. 선의로 2억원을 경쟁자에 줬다는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도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말을 하지 않는 마당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상파 메인뉴스와 종합지도 강호동 은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연예계를 넘어 사회적인 파장이 크단 소리다.


하지만 사람들은 강호동의 결단을, 진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는 듯하다.

강호동이 은퇴선언을 한 9일 오후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는 '잠정'이었다. 잠정이란 말을 모르거나 잠정 은퇴를 믿지 않겠다는 뜻이다. 잠정은퇴인 만큼 언제든 돌아올 수 있지 않겠냐는 저의가 깔렸다. 종편이 만들어지면 특급MC인 강호동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데 잠정은퇴란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사람들도 많다.

강호동은 언제 방송에 복귀할까? 6개월 뒤, 아니면 1년...


분명한 건 사표를 던졌다가 4일만에 없었던 일로 했던 김재철 MBC사장보단 복귀가 늦을 것이다. 성희롱 논란으로 국회에서 제명안이 산정됐다가 "죄 없는 자 돌을 던지라"는 동료의원의 비호 속에 30일 출석정지 처분을 받은 강용석 의원보다도 늦을 것이다.

강호동의 씨름 후배이자 15년 이상 그와 함께 한 매니저 박태현씨는 "호동이 형은 언제 복귀하겠다, 생각하고 은퇴 선언을 할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강호동도 탈세 혐의로 물의를 빚었던 재벌총수, 변호사, 사업가 등 다른 사람들처럼 모른 척 하며 살 수 있었다. 주위에서도 뜯어 말렸다.

그럼에도 강호동은 은퇴 선언을 했다. 강호동의 결심에는 일반 시민이 고발한 게 가장 컸다는 후문이다. 돈만 밝힌다며 퇴출하라는 서명운동이 인 것도 큰 충격이었다.

자기가 잘못 살았구나,란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강호동이 은퇴 선언에서 "자숙의 시간동안 세금 문제 뿐 아니라 정신없다는 핑계로 바쁘다는 핑계로 놓치고 살아온 건 없는지 초심에 취해 오만해진 건 아닌지 찬찬히 제 자신을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한 것은 그런 뜻에서 나왔다.

흔히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만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들 한다. 강호동을 검찰에 고발한 시민 A씨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 탈세라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했다. 강호동도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으로서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나 대중은 사랑하지 않는다. 좋아하고 즐기는 기호(嗜好)가 있을 뿐. 강호동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대중인가, 아닌가. 대중의 사랑이란 말은 잠정 은퇴만큼 형용 모순이다.

대중이 사랑한다 한들 사랑하면 때려도 되나. 사랑하면 욕해도 되나. 대중의 사랑은 SM인가. 22일 개봉하는 영화 '도가니'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영화에선 한 남자 선생이 13살 청각장애 소년을 때리는 장면이 나온다. "왜 내 사랑을 알아주지 않냐"며 풀스윙으로 뺨을 때리고때리고 또 때린다. 그 선생은 그 소년과 그 소년의 8살 동생을 성폭행한 당사자다. 사랑한다면 꽃으로도 때리지 말아야 한다.

이준익 감독은 올 초 '평양성'이 흥행에 실패하자 상업영화 은퇴를 선언했다. 믿고 따라준 투자자와 동료들에 면목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 뒤 몽골에 나무심기를 위해 갔다 온 뒤 독립영화를 최근 찍었다. 이준익 감독의 복귀를 바라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만 결단은 그의 몫이고 선택은 투자자들의 것이다. 그의 영화를 보는 것은 관객의 마음이다.

강호동 복귀는 그의 몫이고 선택은 방송사들의 것이다. 그를 받아들일지는 시청자의 마음이다.

넘어진 게 김에 쉬었다 간다는 말이 있다. 강호동은 2007년 기자와 인터뷰에서 "언젠가 지인들과 장학재단 같은 것을 만들고 싶은 게 꿈"이라고 했다. 이참에 그 꿈을 이루는 게 어떨까, 무릎팍도사의 최종꿈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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