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남' 문채원 "갇혀 있는 나를 꺼냈다"(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1.10.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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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채원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배우 문채원(25)은 묵묵한 배우다.

2007년 SBS '달려라 고등어'로 데뷔해 2008년 SBS '바람의 화원', 2009년 SBS '찬란한 유산', KBS 2TV '아가씨를 부탁해', 2010년 MBC '로드 넘버원', SBS '괜찮아 아빠, 딸'까지 내년 1~2작품을 하며 연기자로서 탄탄이 내공을 다졌다.


문채원은 아직 다 여물지 않은 열매다. 연기력 논란에서도 아직은 자유롭지 않다. 최근 종영한 KBS 2TV '공주의 남자'도 그랬다. 극 초반 밝은 모습이 세령 캐릭터에 대해 시청자들은 갑론을박 말이 많았다. 하지만 문채원은 세간의 평보다는 자신을 믿고 묵묵히 나아갔다. 지적을 스스로 고쳐나갔다. 그리고 '차세대 사극퀸'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세령이를 갓 벗은 문채원을 만났다.

문채원은 "시놉시스가 너무 튼튼하고 재밌었다"라며 "작품이 탄탄해서 잘 될 것 같은 긍정적인 감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촬영 자체가 재밌었다. 한 작품 내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좋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번에 그간 막연하게만 알고만 있던 책임이라는 것이 생겼다"라며 "연기는 잘하면 잘하는 대로, 좋은 면 좋은 대로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귀하고 마음을 열고 받아 들였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니 좋은 일만 생기는 것 같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공주의 남자'와 동시에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사극 연기를 펼쳤던 문채원은 "두 작품 모두 그간의 사극과는 달리 적극적인 캐릭터라 하게 됐다"라며 "'공주의 남자'의 세령이는 '바람의 화원'의 기생 캐릭터와는 분명 달랐고, 그게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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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채원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창조적 캐릭터 세령 마음에 들어..연기 논란은 현장서 극복했다"

'공주의 남자'는 눈 먼 승유(박시후 분)와 세령이 말을 타고 들판을 달리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굳이 눈을 멀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문채원은 나름의 해석을 했다.

"극적 장치로는 좋았던 것 같아요. 수양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승유가 눈이 멀지 않았다면 그 복수심을 내려놓을 수 없었을 거예요. 눈이 멀면서 마음을 되찾잖아요. 이 장면을 대본에서 보고 영화 '가을의 전설'이 생각났어요(웃음). '공주의 남자'도 그런 느낌으로 엔딩을 맺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문채원은 "비극적인 것으로 끝났어도 그 나름의 임팩트는 있었을 것이지만 드라마는 대리 만족이니까 극중 주인공이 사랑을 이루는 게 한결 나은 것 같다"고 했다.

드라마 초반 연기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드라마 4회부터 인터넷을 안했어요. 사실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어요. 세간의 평가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현장에서 깨지고 거기에서 배우고 하는 게 현실적으로 현명하다고 생각했죠."

'공주의 남자'에서 승유와 세령은 역사에는 나오지 않는 캐릭터다. 김종서와 수양대군 후손들의 사랑은 민담집 '금계필담'에서 따왔다. 승유와 세령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했다.

"창조적 인물이라 재밌을 것 같아 세령을 연기하게 됐어요. 실존인물과 달리 창조적인 캐릭터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고 봐요. 너무 여성스러운 캐릭터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아요. 세령이는 만들어진 인물이기에 호기심을 자극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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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채원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박시후씨와 대본대로 하자고 했다..목 졸리는 장면에서 숨 막힐 뻔"

문채원은 "극 초반 연기 논란은 캐릭터에 대한 계산상의 착오도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극 초반에 캐릭터 계산을 잘못한 것은 있었다"라며 "초반에 호기심 많은 세경이를 밝게만 그리려다 사극과는 동 떨어진 캐릭터라는 얘기를 들으니 아쉬웠다. 캐릭터 설정을 잘 못한 게 있었고, 이를 바로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세령이랑 아이가 주목을 받기를 원했어요. 튀어 보이기를 원했었는데 말 그대로 튀어보였던 거죠. 어른들이 사극이란 눌러서 가는 맛이 있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알겠더라고요. 겸허하게 잘못을 받아들이고 바로 잡으려고 노력했어요.

문채원은 "극 전개가 빨랐는데 내 스스로 잘 못 잡아서 빠른 전개에 맞춰가는 게 힘들구나란 생각을 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준비를 철저히 해야 드라마를 보시면서 빠져들 수 있지 모험을 해서는 안되구나' 생각했다. 드라마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를 좀 더 철저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승유 역 박시후와 호흡에 대해서는 "극중 목 조르는 장면이 있는데 박시후씨가 감정 몰입을 하다 보니 예상보다 세게 졸라 놀랐다"라며 "이번 드라마에서 박시후씨와 얘기하기를 무조건 실제대로 가자고 했다. 목 조르는 장면에서 목 가운데를 눌러 기침할 뻔 했지만 꾹 참고 촬영을 마쳤다. 마치고 나서 '오빠, 좀 더 조르지 그랬어?'라고 웃으며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극중 승유가 상처 입은 세령이 등에 입맞춤하는 장면에 대해 "대본대로 하자고 했다"라며 "대본을 믿고 가면 그게 어쨌든 제일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공주의 남자' 끝내며 갇혀있던 나를 꺼냈다"

그러면 실제 문채원은 사랑하는 이를 위해 가족을 등질 수 있을까.

"이런 드라마적 상황은 없겠지만, 사랑에 빠지면 안보이고 안 들리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는 가족을 속상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일생에 한두 번 사랑할 텐데 마음 아프게 할 것 같아요."

문채원은 지난 17일 열린 대종상 시상식에서 '최종병기 활'로 신인여자연기상을 수상했다. '공주의 남자'는 올해 KBS에서 가장 인기를 끈 작품. KBS 연기대상을 생각 안할 수 없다.

"좋은 쪽으로 봐주시면 좋죠. 저는 '공주의 남자'가 무사히 끝난 것과 제 스스로의 변화를 시청자들이 알아주셨으면 만족해요. 제 연기에 변화가 있었다고 느끼시는 건 그만큼 전에 제 연기에 부족함이 많았다는 뜻이겠죠. 올해 KBS에서 '공주의 남자'가 잘 됐으니 저희 출연한 배우들 중에서 수상하는 배우가 있다면 정말 축하해줄 거예요."

다음 작품에서 문채원은 또 어떻게 다가올까.

"갑작스런 변신은 생각 안 해요. 제가 조금 유하게 생겼잖아요. 연기도 그런 것을 지향해요. 그냥 차근차근 했으면 좋겠어요."

문채원은 "'아빠, 딸'을 하기 전에 1년을 쉬면서 제 스스로 '문채원'에 대해 많이 돌아봤다고 생각했는데 연기를 하면 그게 아니었다"라며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그 부족한 걸 깨닫는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 '공주의 남자'를 끝내며 갇혀있던 내 안의 나를 꺼냈다는 느낌이다. 다음 작품으로 또 시청자들을 찾아뵙는 것보다 또 나와 잘하는 게 이제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채원은 그렇게 자신만의 길을 예정했다. 묵묵한 문채원의 또 다른 걸음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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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채원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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