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킥3', 연장없이 120부 종영..연장의 딜레마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02.1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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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일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 연장 없이 종영한다. 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하이킥' 시리즈의 3탄인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은 예정대로 120부 방송을 마치고 다음달 16일께 방송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3탄에 이른 '하이킥3'이 횟수를 늘리지 않고 예정대로 방송을 마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 1편과 2편 모두 화제 속에 수 회 씩을 늘려 방송됐다.

일각에서는 연장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이킥3'에 대한 내부 평가가 실망스러운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번 3번째 '하이킥'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 시청률이 20%를 돌파했던 전작에 미치지 못할 뿐 10%중반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고, 광고 판매 또한 순조롭다. MBC 관계자는 "시청률은 물론이고 배우들의 연기나 이야기의 밀도에 대한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며 "전 시리즈에 비해 폭발력이 덜할 뿐 내부의 평가도 긍정적"이라고 귀띔했다.


언제인가부터 인기 드라마의 경우 연장 논의가 나오는 게 자연스러운 방송가의 관행이 됐다. '뿌리깊은 나무', '브레인' 등 인기 드라마가 연장을 하지 않아 화제가 될 정도다. 현재 4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인기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MBC '해를 품은 달'의 경우 연장설이 힘을 얻고 있고, 월화극 정상인 MBC '빛과 그림자' 또한 10회 안팎의 연장을 논의 중이다. 종영을 앞둔 KBS '오작교 형제들' 또한 시청률 30%를 넘나드는 가운데 이미 8회를 연장했다.

드라마의 고무줄 연장편성, 혹은 멋대로 가위질 조기종영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인물이 다양하고 이야기가 여러 가지로 퍼져 있는 일일드라마, 시트콤의 경우 고무줄 늘이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MBC '몽땅 내사랑'은 호평 속에 120회에서 200회로 연장한 사례가 있고, 과거 '인어아가씨'는 6개월을 목표로 시작했다 1년까지 방송이 늘어나기도 했다.

문제는 단순한 길이가 아니다. 방송가의 수익 전략, 후속 드라마 준비 사정 등 외적인 이유로 이뤄지는 고무줄 방송은 작품의 밀도나 완성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충분한 준비 없이 극이 마구잡이로 늘어나면서 이야기가 늘어지고 인물의 관계가 꼬이고 더 꼬여가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새로운 이야기가 부족하다보니 사고나 질병, 출생의 비밀, 기억상실 같은 진부한 소재들이 등장해 회를 메우기도 하고 난데없는 회상장면이 길게 들어가 빈축을 사기도 한다.


스태프나 연기자의 처우, 물리적인 시간 부족 등 제작환경이 악화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쪽대본으로 돌아가는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회사 경영진 차원의 연장 압박이 있을 경우 더욱 그렇다.

한 드라마 프로듀서는 "드라마 한 편을 둘러싼 당사자들의 입장은 상이하기 마련"이라며 "작품마다 사람마다 연장의 득과 실이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송사는 수익이 크게 나는 작품을 오래 가져가고 싶어하겠지만 현장의 분위기, 개인의 사정은 어느 하나 같은 게 없다"며 "시청자들조차 어떤 경우엔 연장한다고 환영하고, 어떤 경우엔 연장한다고 싫어하지 않느냐. 최근엔 작품을 하는 사람들보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더 극과 극이다. 무시하고 우리 마음대로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드라마 연장은 방송가의 뿌리깊은 고민거리"라며 "연장을 한다고 다 문제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른 방송사 CP 또한 "압축해서 풀어가야 했던 이야기를 보다 친절하게 풀어낼 수도 있고 시청자들 또한 원하는 이야기를 계속 만날 수 있지 않느냐"라며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이야기의 방향이나 콘셉트를 수정해가고 또 결론에 이른다는 점은 우리 드라마의 경쟁력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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