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세 감독 '미스터K' 하차에 얽힌 몇가지 오해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4.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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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 감독이 연출을 맡았던 영화 '미스터K'에서 하차하기로 하면서 이 문제가 영화계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각자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일각에선 대기업이 감독의 창작력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는 반면 100억 영화를 준비하면서 최소한 감독과 제작자가 합의한 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사태는 오해가 오해를 불러오면서 불거졌다. 선의로 뭉쳐 의기투합했던 사람들이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다.


이명세 감독과 제작사 JK필름이 손을 잡은 건 2010년 11월께였다. 이명세 감독은 2007년 영화 'M' 이후 오랜 동안 차기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일본에서 준비했던 미야모토 무사시 영화와 의욕을 갖고 추진했던 '영자야, 내 동생아' 제작이 여의치 않은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이명세 감독과 JK필름은 손잡고 '미스터K'를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알려진 것과는 달리 '미스터K'는 이명세 감독이 초안을 쓴 프로젝트가 아니다. 박수진 작가가 JK필름과 원안을 계약했고, 이명세 감독과 JK필름에서 각색했다. 프로젝트 자체가 JK필름에서 준비한 것이었다.

JK필름이 이명세 감독에 연출을 의뢰하며 설경구 문소리 등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CJ E&M과 투자논의를 했다. 이명세 감독은 2010년 JK필름 송년회에 윤제균 감독과 자리를 나란히 하며 의기투합했다.


'미스터K'가 CJ E&M에서 GLC(그린라이트커밋. 신호등에서 파란불이 커지면 통과하듯 투자가 확정되는 것을 일컫는 용어)가 통과된 건 2011년 12월이다.

'미스터K'는 비밀요원이 아내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국가의 운명이 걸린 대형사건 해결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한국판 '트루 라이즈'에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같은 이명세표 액션과 코미디 감각이 담기도록 만든다고 합의했다. 순제작비 72억원에 P&A 비용을 포함하면 1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진행된다. 당초 기획보다 제작비가 적게 책정돼 태국 로케이션 장면을 세트로 바꾸는 등 프리 프로덕션이 세밀하게 진행됐다.

3월 12일부터 3월 17일까지 태국에서 6회차 촬영이 진행됐다. 귀국한 뒤 국내에서 남양주 세트장 등에서 5회차 촬영이 더 이뤄졌다.

사단은 4월4일 발생했다. 이명세 감독이 태국 촬영분량을 비롯한 현장편집본을 제작사에 보냈다. JK필름은 현장편집본이 시나리오에 한 장 분량을 채운 대사들이 사라진 채 영상으로만 찍히는 등 당초 기획했던 것과는 다른 것을 발견했다. 이후 투자사 CJ E&M과 촬영방향을 재논의를 해야겠다는 의견을 교환했다.

알려진 것처럼 대기업이 감독의 현장 촬영분을 그 때 그 때마다 보고 제약을 가한 것은 아니다.

제작사는 5일 이명세 감독 스태프에게 촬영 방향을 다시 논의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8일부터 안동에서 지방 촬영이 계속되기 때문에 그 전에 논의를 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명세 감독은 촬영 방향을 논의하자는 제작사의 연락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결국 6일 제작사에서 이명세 감독에게 편집본에 대한 의견을 담은 이메일을 발송했다. 이명세 감독은 이에 대해 제작사와 의견을 교환하지 않고 바로 이날 촬영현장에 변호사를 불렀다.

제작사가 감독에게 영화 진행에 대해 논의를 하자는 것을, 이명세 감독은 감독 권한에 대한 월권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결국 7일부터 촬영이 전면 중단됐다. 오해가 오해를 낳기 시작했다.

이명세 감독과 JK필름은 제대로 된 대화조차 하지 못한 채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명세 감독은 지인들에게 울분을 토했고, JK필름은 촬영재개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런 가운데 창작자와 자본의 싸움이란 프레임이 외부에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명세 감독과 제작사는 직접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3자를 통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오해를 풀 수 있는 진지한 대화 자리가 계속 마련되지 못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스터K' 촬영 중단 소식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기 시작했다. 영화제작가협회와 감독조합 등에서도 사태해결을 위해 양측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

오해는 점차 쌓이고 촬영이 중단된 채 날짜는 속절없이 흘러갔다. 통상 영화 촬영을 하루 중단하면 3000만원 가량을 손해보는 것으로 계산한다. 스태프 인건비와 기자재, 세트 대여료 등을 고려한다. 이미 '미스터K'는 출연료와 인건비, 해외 촬영, 세트비 등으로 31억원이 투입된 상태였다.

결국 JK필름은 이명세 감독과 영화 재개를 위해 합의점을 모색했고, 이명세 감독은 21일 스태프를 통해 하차하겠다는 뜻을 알려왔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산적한 상태다. 끝내 오해는 서로 풀지 못했다.

이명세 감독의 '미스터K' 하차는 본질적으로 감독과 제작사의 문제다. 창작자와 자본의 문제도 물론 있지만 현재 산업영화 제작 시스템에선 이런 프레임으론 문제를 정확히 볼 수도 해결할 수도 없다.

이명세 감독은 분명 한국영화가 자랑하는 거장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M' 등을 통해 빼어난 영상으로 이야기를 전달했다. 그런 이명세 감독이지만 현재 영화제작 시스템에선 5년 동안 차기작을 찍지 못했다. 시스템을 전복시키지 못한다면 시스템에서 창작의 묘를 발휘하거나, 다른 시스템을 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었다.

이명세 감독의 '미스터K' 하차는 여러모로 한국영화에 씁쓸함을 안기고 있다.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더욱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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