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감독 "장동건 옴므파탈 하고 싶어했다"(인터뷰)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5.2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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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허진호 감독과 '위험한 관계' 주인공 장백지가 프랑스 칸 해변에서 나란히 서있다.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허진호 감독이 칸을 찾았다. 제65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위험한 관계'가 초청된 것.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해변에서 만난 허진호 감독은 "원작이 있는 소설을 그것도 수차례 영화화한 한 작품을 새로 만든다는 게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위험한 관계'는 서로 사랑하면서도 사랑을 게임처럼 생각하는 두 남녀가 정숙한 한 여인을 유혹하자는 게임을 벌이면서 점차 파멸로 치닷는 이야기. 18세기 말 프랑스의 쇼데를르 드 라클로의 서간체 소설로 수차례 영화화됐다. 한국에서는 지난 2003년 배용준 전도연 주연의 '스캔들'로 리메이크됐다.

허진호 감독이 193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메가폰을 잡은 이번 프로젝트는 장동건과 함께 중국 톱스타 장쯔이와 장백지가 출연, 한국과 중국에서 화제를 샀다.


허진호 감독은 24일 현지에서 상영된 '위험한 관계'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지만 아직 마무리 작업이 안됐다며 아쉬워했다. 영화주인공 장백지와 칸을 찾은 허진호 감독을 만났다.

-중국에서 영화를 준비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호우시절'을 같이 했던 중국회사가 '위험한 관계'를 1930년대를 배경으로 중국 상하이를 무대로 만들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왔다. 이 소설이 이미 한국과 미국에서도 만들어졌고 워낙 좋아했던 영화들이라 다시 만든다는 게 쉽지 않았다. 시대극을 해본 적도 없고. 그런데 원작이 너무 재미있더라. 심리묘사도 깊고. 내가 만들었던 영화들이 멜로라 익숙한 부분도 있고. 언어문제도 있긴 하지만 익히 다뤘던 감정들이라 한 번 해보자고 생각했다.

-기존에 만들어졌던 영화들과 어떻게 차별을 두려했나.

▶'호우시절'은 32일 동안 31회차를 찍었다. 소품 같은 영화였고. 영어대사였다. 이번에는 3500만불(약 400억원) 가량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영화라 스타일을 바꿔보면 어떨까란 생각을 가졌다. 중국에서는 예술영화를 문예영화라고 하는데 제작자에서 이번엔 문예영화 말고 좀 더 상업적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규모도 있고, 다른 스타일에 처음 해보는 시대극이라 여러가지를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 '스캔들'을 만들었던 이재용 감독에게 문의를 하기도 했다. 이재용 감독이 시대를 가져오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이야기가 생긴다고 하더라.

-예전에는 클로즈업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인물들의 감정을 잡으려 클로즈업을 많이 사용했는데. 그건 배우들의 연기에도 만족한다는 뜻일테고.

▶배우들의 연기에는 무척 만족한다. 클로즈업을 많이 쓴 건 이번에는 심리적인 느낌, 주인공들의 관계가 중요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핸드헬즈 기법으로 클로즈업을 사용해 서로간의 불안한 감정을 담으려 했다. 약간 다큐적인 느낌으로 찍었다. 아직 CG가 300여 컷이 안 들어갔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미진한 부분이 있다.

-장쯔이와 장백지, 두 사람의 역할이 각각 '스캔들'에선 전도연과 이미숙 역할인데.

▶장쯔이가 먼저 시나리오를 보고 그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책상서랍 속의 동화'처럼 초기작에서 했던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장백지는 자기 스스로도 영화 속 역할처럼 화려하지만 외로운 부분이 많다고 토로하더라. 어릴 적에는 다 가진 줄 알았는데 많이 외롭더라는 그런 사적인 이야기까지 하면서 역할에 큰 관심을 가졌다.

-장동건과는 어떻게 작업했나.

▶제작사에서 한국배우가 남자주인공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동건과 작업을 해보고 싶었고. 장동건이 시나리오를 안 읽은 상태에서 나쁜남자, 그러니깐 옴므파탈 역을 하고 싶다더라. 변화를 주고 싶은 그런 욕망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중국 대사를 꼭 다 안해도 된다고 했는데 촬영 첫날부터 모든 대사를 완벽하게 외워왔더라. 정말 대단했다. 대사를 현장에서 바뀌기도 하는데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외워야 하는데 잘 해내더라. 천재 아니냐고 했다.

-1930년 상하이란데 '위험한 관계'에 어떤 다른 의미를 줬나.

▶당시 상하이는 서구 세력들의 조계가 있었고 경제적으로 번영을 이뤘지만 빈구격차가 컸다. 부자들이 퇴폐한 문화가 있었고. 그게 원작 속 프랑스 혁명 직전이었던 배경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상하이 역시 1931년 중일 전쟁이 일어나면서 몰락하기도 하고.

-세 배우의 균형이 중요했을텐데.

▶그렇다. 세 명의 관계와 균현이 굉장히 중요했다. 캐릭터들이 선과 악으로 나눈다면 각자가 매력적이게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현장에선 스태프들이 장쯔이가 좋냐, 장백지가 좋냐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둘의 비교가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으니깐.

-최근 한국영화인들이 중국진출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데.

▶중국영화 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 큰 예산 영화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고. 그러다보니 한국감독과 스태프가 많이 진출하고 있고, 그들도 한국영화인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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