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故육영수 영화, 그리고 공유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7.1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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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기자


12월 대선을 앞두고 두 편의 극명하게 비교되는 영화가 극장에 걸린다.

바로 '26년'과 '퍼스트 레이디-그녀에게'이다. 강풀의 동명웹툰을 원작으로 한 '26년'은 광주민주화 운동 피해자 가족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 암살에 나선다는 내용을 담은 영화. 외압 논란 속에 제작이 중단됐다가 4년만에 다시 재개, 11월말 개봉을 목표로 촬영에 돌입했다.


'퍼스트 레이디-그녀에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으로 1974년 광복절 행사 도중 암살당해 4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고 육영수 여사의 이야기를 담는다. 역시 12월 개봉 예정이다.

'26년'과 '퍼스트 레이디-그녀에게'는 기획의도와 제작과정이 극명하게 차이를 보인다.

'26년'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만들었던 제작사 청어람이 2008년 '29년'이란 제목으로 제작에 돌입했다. 하지만 제작 직전 돌연 투자자가 투자를 취소해 배경을 놓고 각종 외압설이 나돌았다.


당시 투자를 맡기로 했던 KT가 석연찮은 이유로 촬영 일주일 전 투자 불가를 선언 한 것. 모든 준비를 완료했던 제작사와 스태프, 배우들은 눈물을 머금고 후일을 기약했다.

그 뒤 무산될 뻔 했던 '26년'은 청어람이 꾸준히 제작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올해 본격적인 제작을 추진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대기업들은 '26년' 투자를 기피했다. 이에 청어람은 대기업 자본 대신 정치인펀드처럼 개인 투자자를 모으는 방식으로 정면돌파에 나서기로 했다.

결국 청어람은 이후 캐스팅 및 투자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면서 제작에 돌입하기로 결정해 마침내 햇살을 보게 됐다. 진구와 한혜진, 2AM의 임슬옹, 그리고 장광이 출연한다.

'퍼스트 레이디-그녀에게'는 드라마제작사 드라마뱅크가 제작한다. 한은정이 고 육영수 여사를, 감우성이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기한다. '퍼스트 레이디-그녀에게'는 많은 것이 알려지진 않았다. 제작사가 영화제작사가 아닌데다 투자배급사도 CJ, 롯데, 쇼박스 등 주류 투자배급사도 아니다. 다만 소문은 무성하다. 또 다른 의미로 외압이 있었다는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드라마뱅크 주기석 대표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12월 개봉을 목표로 시너스가 배급한다"고 밝혔다. 시너스는 중앙일보 계열인 IS플러스가 인수한 회사다. 주 대표는 "영화와 관련해 너무 많은 문의가 들어온다"며 말을 아꼈다.

분명한 건 두 영화 모두 12월 대선을 앞두고 개봉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26년'은 영화에 사람들이 관심이 가장 뜨거울 시점으로 대선 전을 택했으며, '퍼스트 레이디-그녀에게'는 유력한 대권후보가 육영수 여사의 딸인 박근혜 새누리당 전 대표이기 때문이다.

의도야 어떻든 영화 만듦새가 훌륭하다면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5.18 민주화운동을 그린 '화려한 휴가'도 우려 속에 출발했지만 700만명을 동원했다. 다만 대선을 앞두고 이처럼 선명한 색깔의 영화 두 편이 나란히 개봉한다는 건 전례 없던 일이라 영화계 안팎의 주목을 받을 건 분명하다.

우려되는 건 두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쏟아지는 목소리들이다.

'26년'과 '퍼스트 레이디-그녀에게'를 놓고 벌써부터 많은 말들이 오간다. 정치성향에 따라 '26년'을 추켜세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저주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다. '퍼스트 레이디-그녀에게'에 참여한 배우들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박수갈채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

어떤 영화든 캐스팅이 쉽지는 않지만 두 영화 모두 캐스팅은 어려웠다. '26년'은 출연하기로 했던 배우가 돌연 발을 빼기도 했으며, 출연배우들 주위에선 농담반 진담반으로 밤길 조심하라는 소리들을 하고 있다.

한은정과 감우성은 '퍼스트 레이디-그녀에게'를 한다는 사실만으로 네티즌 사이에 뜨거운 감자가 됐다.

배우가 영화에 출연할 때는 목적이 분명한 법이다. 책임도 뒤따른다. 그 목적과 책임을 넘어선 이야기들로 배우를 재단하는 건 섣부르다.

최근 공유가 7년 전 한 잡지와 나눈 인터뷰가 누군가에 의해 인터넷에 떠돌면서 새삼 화제를 모았다.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았다고 한 데 대해 말들이 무성했다.

7년 전 인터뷰를 새삼 문제 삼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7년 후인 지금은 또 어떨지도 모르지 않나. 당시 공유 인터뷰가 서면으로 진행됐던 것이고 답들이 섞여있었다는 구차한 이야기를 하기보단 '도가니'와 관련된 일화를 소개하고 싶다.

기자는 공유가 갓 데뷔했던 시절부터 인연이 있었다. 10여년 동안 알고 지냈던 사이라 '도가니'를 하기 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기자는 '도가니'를 하지 말라고 권했다. 공유가 제대하고 첫 작품인 '김종욱 찾기'가 그다지 호응을 못 받았기에 다음 작품으론 위험한 선택이 아니냐고 했더랬다.

그 뒤 기자는 '도가니' 기자시사회 이후 열린 간담회에서 공유에게 "'도가니' 출연을 반대했던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공유는 주위의 만류에도 '도가니'를 기획부터 참여해 결과물을 냈다. 용감한 선택이었고, 도전이었다. '도가니'는 상업적인 성공을 넘어 사회적인 파장까지 일으켰다.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배우들도 있고, 직접적인 사회참여를 하는 배우도 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공유는 작품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공유가 '도가니'를 선택한 것 또한 '26년'이나 '퍼스트 레이디'처럼 선택의 문제였다. 돌을 던져야 하는 상대가 잘못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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