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 "사채업자라고 다 같은 사채업자가 아니다"(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2.08.2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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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진 기자


선뜻 먼저 말을 걸기는 힘든 외모다. 짧게 자른 머리에 거뭇하게 자라있는 수염, 근육질의 몸까지 배우 마동석은 그 자체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거기에 영화에서 사채업자에 깡패, 형사 등 거친 역을 주로 맡았으니 그 무게감이 더했다.

"언제 한 번 본 적 있지 않나요?"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던 기자에게 마동석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넸다. 이벤트 현장에서 잠시 만나 대화를 나눴을 뿐인데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친근하게 건넨 한마디 말에 그동안 가지고 있던 마동석에 대한 편견은 눈 녹듯 사라졌다. 겨우 한 시간 정도의 대화만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마동석은 동네 아저씨 같이 푸근하고 편안한 사람이라는 걸 말이다.

◆'이웃사람' 그리고 안혁모

-원작웹툰의 안혁모와 싱크로율이 엄청나다는 말이 많다.


▶ 강풀이 예전부터 "형이 이걸 하면 좋겠다"고 말했던 것이 현실화됐다. 처음에는 감독님과 살인범 역할도 살짝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네가 그 살인범을 하면 도대체 안혁모를 누가 하느냐"며 "누가 널 때려잡겠냐"고 하시더라.

전반적으로 배우들 비중이 거의 비슷하게 중요하지만 김윤진이 연기한 경희와 안혁모 역이 영화를 끌고 가야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주저 없이 하기로 했다. 싱크로율도 중요하지만 일단 영화가 좀 잘 되어야지.

-영화 속 안혁모는 살인자를 응징할 엄청난 명분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미움이 더 큰 것 같다.

▶ 외삼촌하고 관계도 짜증나고 경찰서에도 자꾸 끌려가니 짜증나고, 차를 주차하는 것도 말썽이고 해서 스트레스 지수가 자꾸 올라가는데 이상한 놈이 하나 나타나서 자꾸 걸리적거리니까.

실제로 연쇄살인범을 본다면 한대 때려주고 싶고 혼내주고 싶잖나. 맨 마지막에 사람들이 좀 후련함을 느꼈으면 좋겠는데 그걸 멋있는 영웅이 하지 않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윤진이 합류한다는 소식 들었을 때 어땠나?

▶'아싸' 했다. 김윤진이 해주면 정말 좋겠다고 그랬는데 됐다고 하니 정말 좋았다. 사실 부담감이 좀 있었다. 주인공으로 내가 약한 게 걱정되고 힘을 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김윤진이 하겠다고 해서 '아이쿠 난 얹혀가야지'라고 그랬다. 근데 정작 만나지를 못했다. 경찰서를 지나가는 장면에서만 잠깐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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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진 기자


◆때리거나, 혹은 맞거나

-하정우 권상우 등 톱스타들을 참 많이도 때렸던 것 같다.

▶미안하지(웃음). 근데 배우들이 대부분 "형 차라리 세게 때려주세요"라고 얘기하니까. 그렇게 빨리 끝내는 게 좋다. 그렇다고 너무 시원하게 때리면 안되고. 예전에 운동을 해서 아직도 굳은살이 있다. 손이 돌 같기 때문에 힘 조절을 잘 해야한다.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김성균에게 맞는 역이었는데 이번에는 때리는 역이다.

▶요번에 김성균을 좀 많이 때렸다. 때린 것도 맞는 것도 액션은 항상 어렵다. 수위 조절을 많이 했다. 어떤 부분은 요 정도만 때리고, 어떤 장면은 치욕스러운 느낌이 나도록 슬리퍼로 때리기도 하고. 감독님과 계속 얘기를 했다. 그 대신 무술 합처럼 보이지 않고 최대한 리얼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관객들이 강한 이미지로만 기억해서 아쉬운 것은 없나?

▶아쉬운 것도 있지만 그건 앞으로 더 만들어 가면 되는 거니까. 나는 이미지가 깡패나 형사로 굳는 건 신경 안 쓴다. 같은 직업이라도 모두 캐릭터나 사연이 다른 사람들이다. 예전에도 깡패와 사채업자 역을 했지만 이번에는 또 다른 류의 사채업자다. 악역이지만 좋은 편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한 표를 받을 수 있는 역이기 때문에 메리트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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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진 기자


◆트레이너에서 배우까지, 늦깎이 배우의 열정

-이종격투기 선수들의 트레이너로 활발히 활동하다가 영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어느 시점에 '이제는 연기를 시작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가?

▶하고 싶은 일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한 2000년도 쯤 이었던 것 같다. LA로 이사 갔을 때 인데 영화 오디션도 보고 관계자들도 좀 만나고 하던 시기가 그때였다. 그전에도 영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그 시기를 넘기면 너무 늦어질 것 같았다. 운동을 오래하다 보니 본능적으로 '이제는 할 때가 됐다! 시작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 시작하자마자 할아버지역할을 하겠다 싶어서(웃음).

-트레이너였던 과거를 숨기고 싶어 했다던데?

▶모든 걸 걸고 배우를 하려고 하는데 운동 쪽 일을 오래하는 바람에 운동하는 사람으로 각인 되어 있어서 격투기나 운동 쪽에서 인터뷰도 많이 들어오더라. 그러다 보니 '어? 영화를 운동하다가 그냥 취미로 하나?'하는 느낌이 들게 하지 않으려고 운동하던 걸 좀 감추고 그랬다. 내가 절실하게 하는 일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은 활동을 활발히 하니까 얘기할 수 있다. 과거에 운동을 했던 게 부끄러운 것도 아니니까. 요즘은 촬영하다보면 여배우들이 '오빠, 살 어떻게 빼?'하고 물어보기도 한다.

-이제 꽤 자리를 잡은 배우가 됐다. 앞으로의 연기 인생 목표는?

▶오랫동안 좋은 작품 많이 하는 배우. 주연이든 조연이든 흥미가 있고 매력을 느끼는 작품을 해서 나를 좋아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보여 주는 게 나의 의무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하는 게 꿈이다. 그렇게 오래 좋은 작품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한국에 온 것이기 때문에 그걸 이루고 싶다.

그러려면 영화계에서 잘 버티고 살아남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더 찾고 발전하고 연구하고, 새로운 시선도 받아들이고 배워야 하고. 끝없이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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