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이 치명적인 남자를 어찌합니까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08.22 12:15 / 조회 : 2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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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금쪽같다. 요즘 MBC 월화 드라마 '골든타임'(극본 최희라·연출 권석장 이윤정) 보는 맛에 산다. 의학 드라마는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가는 시청률 불패 장르라지만, 연출, 각본, 연기에 배우들의 매력까지. 어느 하나 아쉬운 게 없는 이 웰메이드 드라마에서 좀처럼 눈길을 뗄 수가 없다.

응급실과 외상센터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가 일단 마음을 붙드는 건 절절한 현실성 때문이다. 목에 파편이 꽂힌 여고생이 수술실을 잡지 못해 트랜스퍼 중 숨졌다는 에피소드에선 응급실을 떠돌다 숨졌다는 어느 외상 환자의 뉴스가 떠오르고, 돈 안되는 응급실 의사가 적자만 키운다며 천대받는 대목에선 밤늦게 달려간 병원에서 '응급실이 이젠 없다'는 설명을 들었던 경험이 생각난다.

'골든타임'은 응급실 의사들을 집중해 비추면서도, 호흡기를 달고 침상에 누운 환자들이 불과 한시간 전엔 거리를 활보하던 보통 사람이라는 것을, 이런 비극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이 드라마를 넋 놓고 보는 건 정반대의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카리스마 넘치는 헌신적인 의사 선생, 실수 속에 성장해가는 기특한 인턴들은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이들이 그저 사람 하나 목숨 살리겠다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안달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왠지 울컥 목이 멘다.

주인공 민우(이선균 분)가 억대 연봉의 편한 일자리를 팽개치고 교수 인혁(이성민 분)의 응급실 인턴이 된 것도 목구멍에서 치솟는 그 어떤 것 때문이었다. 뜻 모를 칼부림에 단란하던 일가족이 참변을 당하고, 악랄한 협박에 꽃다운 청춘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심란한 사회 뉴스에 이어 전파를 타는 이 뜨거운 드라마는, 그래서 날카로운 현실 반영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판타지처럼 보인다.

구구절절 대사로 설명하지 않아도 상반된 두 매력이 드라마에 묻어나는 건 빼어난 연출과 대본, 무엇보다 흡인력 있는 배우들의 연기 덕택이다. 권석장 PD와 연거푸 호흡을 맞춘 이선균, 이성민이야 말할 것도 없고, 막내뻘인 황정음 또한 회를 거듭할수록 역할에 쏙 묻어나는 모습이다. 내추럴 본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송선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알짜배기 배우들이 뭉친 다른 의사 군단 또한 두말할 것이 없다.

특히 이성민은 '더킹 투하츠'에 이은 발견이라 할 만하다. '추적자'의 손현주를 떠올리게 하는 존재감과 카리스마로 극 분위기를 주도하며 여심까지 장악하고 있다. 밤낮 없는 수술로 초췌해진 남자의 거부할 수 없는 마력에는 든든한 약혼자를 둔 은아 선생 송선미도 대책이 없다.

인혁 선생과 은아 선생의 애태우는 러브라인은 요새 '골든타임'을 숨죽여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 사명감과 열정으로 뭉친 동지에서 시작한 두 사람의 관계는 미묘한 남녀 사이의 감정까지 발전한 상태. 그러나 은아 선생은 약혼자와 캐나다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 21일 은아 선생의 약혼자가 함께한 삼자대면에서 그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약혼자와 함께 있는 은아 선생을 만난 '수술실의 피칠갑 카리스마' 인혁 선생의 황망해하는 모습이라니. 함께 있는 연인을 말없이 바라보다 뒤돌아서야 참았던 숨을 내뱉는 남자의 디테일은 쓰레기통 옆에 쭈그려 앉아 자판기 커피를 홀짝이는 장면에서 극에 달했다.

의사로서야 최고지만 이혼남에 환자에 목숨 거는 '사생활 없는 남자'는 연인으로 최악. 언감생심 인혁 선생은 말 한마디 제대로 못 꺼내는 가운데 은아 선생님의 흔들린 마음이 어디로 향할 지 시청자의 관심이 온통 쏠렸다. 인혁 선생이야 은아 선생 가족이라면 도시락 싸 따라다니며 말릴 남자지만, 드라마를 보는 내 마음도 흔들리니 이 치명적 남자를 어쩌랴.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이 매력적인 메디컬 드라마는 이제 중반을 훌쩍 넘어 본격적인 이야기 전개에 접어들었다. 당분간은 이 쫀쫀한 드라마에서, 위험하고도 치명적인 남자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라니. 그 불길하고도 행복한 예감이 드는 게 기자 뿐만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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