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K팝' 위에 날았던 '싸이'..新한류 시작됐다

[기자수첩]

박영웅 기자 / 입력 : 2012.09.2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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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사진=홍봉진 기자


"몰래카메라 같은 현실입니다. 하하"

월드스타가 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단 3개월 만에 싸이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스타가 됐다. CNN에서 빌보드까지, 팝의 본고장에서 훨훨 날았다.


국내 가수들은 물론 아시아의 여러 가수들이 팝시장을 두드렸지만 굳게 닫혀있었던 문은 의외로 쉽게 열렸다. 중독적인 댄스곡에 언어의 장벽을 허문 '유머코드'가 장착되자 뮤직비디오는 날개를 달았고, 전 세계는 '싸이스타일'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프로그램 '엘렌쇼', 'SNL(Saturday Night Live)'는 물론, MTV시상식 레드카펫도 밟았다. 또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본 조비가 싸이와 만났다며 트위터에 자랑하기도 했다. 게다가 한국어 노래로 빌보드 싱글차트 11위란 대기록도 세웠다.

싸이는 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들을 두고 "누군가가 내게 몰래카메라를 찍는 것 같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대중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약 20일간의 미국 프로모션을 마치고 귀국한 그가 25일 오후 3시 서울 삼성동 라마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에서 이뤄낸 성과와 생생한 소감을 전했다.

싸이는 스스로 미국에서 성공요인을 '유머코드'로 꼽았다. 육중한 몸매에 기름진 머리를 한 싸이가 말춤을 추자 전 세계 유튜브는 들썩였다. 그는 "복잡하게 생각하면서 분석한 적은 없지만 분명한 건 웃겨서 통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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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사진=홍봉진 기자


싸이의 이번 해외진출은 기존 K팝 가수들과 접근법 자체가 달랐다. 유튜브를 통해 먼저 확산된 관심이 흐름이 그를 해외로 이끌었고, '강제 해외진출'이란 우스개 소리도 나왔다. 가만히 있었는데 해외에서 먼저 관심을 가진 셈이다.

"네티즌들의 말처럼 '강제진출'이란 말이 딱 인 것 같았어요. 해외진출이라든지 뭔가 의도한 바 없던 것이기 때문에 더 놀라운 결과였죠. 웃겨서 성공했단 자체가 웃기지만 납득이 됐죠. 너무 심각하지 않아서 오히려 신선하단 말씀을 해주시던데요."

분명 싸이의 성공사례는 K팝에 대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다. 그간 싸이는 국내에서 먼저 독창적인 캐릭터를 구축하며 활동해 왔다. 아무나 쉽게 넘볼 수 없던 '엽기 캐릭터'를 선보이면서 오히려 가요계 붐이 일었고, 거침없는 단어를 선택한 음악과 과감한 댄스, 여기에 독특한 유머코드를 배합해 히트를 쳤다.

전 세계 많은 젊은이들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주목하는 이유도 같다. 우선 미국인들에게 한국어 가사가 갖는 매력이 통했다기 보다 코믹한 캐릭터의 반전 유머 코드가 가진 B급 정서가 신드롬을 일으켰다.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말춤'을 추며 우스꽝스런 제스처를 취하자 재미는 배가 됐다.

싸이는 한국인으로서 최고의 성과를 내고 싶다고 했다. 미국인이 아니기에 동양인만이 가진 매력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고집에 한국어 가사로 된 '강남스타일'은 노랫말에 대한 공감 없이도 30여 개국 아이튠즈 정상을 차지했다.

그는 "오는 11월 말 내로 미국 새 싱글 또는 새로운 싱글이 포함된 앨범 등을 계획 중"이라고 미국 계획을 밝혔다. 이례적으로 유니버설 쪽에서 한국어로 노래를 내는 것이 어떠냐고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제가 하는 한국말 랩이 맛깔 난다고 하던데요. 이젠 한국적인 것이 통하게 됐죠. 언어가 가진 매력입니다."

"요즘 꿈만 같다"던 그는 빌보드 정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보다 좋은 꿈은 없을 것 같다"는 싸이는 무엇보다 한국어 노래로 발표된 곡이 사랑받은 데 대해 큰 자부심을 느꼈다. 미국 시장의 벽을 두드린 기존 한국 가수와는 분명 다른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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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사진=홍봉진 기자


싸이의 경우를 보더라도 K팝은 새 활로를 찾았다. 국내외로 분주한 아이돌이 크게 늘어나면서 무분별한 해외진출로 역풍의 기미도 보였지만, 싸이는 한계에 부딪힌 현실을 쉽게 풀어냈다. "웃긴 게 통했다"는 단순한 그의 소감 그대로다.

'K팝'은 한 나라의 문화를 대표하는 콘텐츠인 만큼 제작자들의 책임감도 동반돼야 한다. K팝 열풍에 편승하기 보다는, 자부심을 갖고 양질의 콘텐츠 개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아이돌 뿐 아니라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는 장을 마련해야 할 때다.

싸이는 사실 '웃기는 가수'로 먼저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데뷔 10년 이상의 실력파 싱어송라이터이자 퍼포머란 사실도 알려지면서 해외는 '싸이 스타일'을 주목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나는 뭘 좀 아는 놈' 싸이의 꿈이 깨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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