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랄라부부', 억지 결말은 간 때문이야!!?

김수진 기자 / 입력 : 2012.11.2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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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드 입성이후 단 한 번도 편안할 날이 없던 나여옥(김정은 분)이 있다. 사사건건 시비 거는 시어머니, 이혼해 다시 집으로 들어온 까칠한 시누이(쥬니)의 모진 구박도 견뎌냈다. 큰소리 한번 낸 적 없다. 식모나 마찬가지였다. 여옥이 시월드 라이프를 견딜 수 있는 이유는 토끼 같은 아들과 분가의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벌어다 준 돈을 한 푼 두 푼 모아 여옥은 드디어 아파트를 장만했다. 시월드에서 그나마 해방되는 그날을 상상하며 이사를 앞둔 새 보금자리를 찾았다. 불행은 그때부터 시작을 예고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남편 고수남(신현준 분)은 어리고 꽃 같은 빅토리아(한채아 분)와 옷을 벗은 채 한 침대에서 뒹굴고 있었다. 기가 막히고, 숨이 막히고 결국 여옥은 발작 증세를 일으키며 쓰러지고 말았다.



여기까지는 이혼 위기에 놓인 부부의 갈등을 다루는 '부부클리닉'의 사연 같다. 아니다. 지난 10월 1일 첫 방송된 KBS 2TV 미니시리즈 '울랄라 부부'(극본 최순식·연출 이정섭 전우성)이야기다.

'울랄라 부부'는 첫 방송에서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자 시선 끌기에 성공했다. 남편 신현준(고수남 역)의 외도를 알게 된 김정은(여옥 역)이 이혼을 선언하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초반부 전개되며 몰입도도 높였다. 에피소드도 재밌었다. 남편과 아내의 영혼이 뒤바뀐다는 설정은, 시청자들 입장에서 학습을 마친 익숙한 코드였기에 거부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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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과 신현준은 뒤바뀐 성(姓)으로 야기될 수 있는 갖가지 상황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전문가들답게 신현준과 김정은은 주어진 코믹코드를 극대화 시켰고, 슬픔도 배가 시켰다.

지난 27일 총 18부작으로 제작된 '울랄라 부부'가 종영됐다. 결말을 이들 부부의 해피엔딩. 우여곡절을 겪으면 이혼을 한 이들이 다시 결혼을 하면서 끝났다. 설마 했던 결말이 현실이 됐다. 남편의 불륜현장을 눈으로 목격한 여옥이 결국 남편을 용서했다. 이 결말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켜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야기한 해피엔딩이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여옥이 첫 사랑이자 자신에게 헌신하는 장현우(한재석 분)의 프러포즈를 외면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오로지 단 하나의 이유다. '간' 때문이다. 결말에 대해 시청자들의 의견이 부분한 원흉도 결국 '간' 때문이다.

이 드라마 말미에 등장한 장치는 여옥이 간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며 죽게 된다는 설정. 고수남과 장현우 모두 나여옥을 위해 적합성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고수남이 간을 이식해 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시청자는 이때부터 초초해지기 시작했다. 고수남이 간을 기증하고, 버림받은 여옥이 이혼을 요구하며 온갖 핍박을 한 고수남에게 돌아 갈까봐서. 결국 여옥은 수남에게 돌아갔다.

이를 공감하지 못할 시청자가 분명 있을 것임을 알기에 제작진은 월하노인의 대사를 통해 이해를 도왔다. "아무리 귀한 인연이래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 아무리 소중한 부부의 연이라도 서로 사랑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엔 악연으로 끝나거야 . 악연은 다음 생에 또 고달파지는데, 인간들은 그것을 모른다"고 말이다. 나여옥과 고수남은 사랑하기에 인연을 또 다시 만들었다는 결론이다.

장현우와 나여옥은 사랑하지 않은 것일까. 만약 나여옥이 자신에게 간을 이식해준 사람이 전남편이라는 사실을 몰랐더라도 돌아갔을까.

장현우는 나여옥을 사랑하기 때문에 고수남이 간을 이식해준 사람이라는 걸 알렸다.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발생할지라도 나여옥에게 간을 이식해준 사람이 전 남편이라는 사실은 알려야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기에. '가지말라. 내 곁에 있어달라'는 머릿속 말을 입으로 내뱉지 않고 여옥을 보냈다. 그녀의 행복을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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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마음은 나여옥도 마찬가지였다. 전남편이 간을 내어준 사실을 몰랐다면 그에게 돌아가지 않았을지 모른다. 장현우의 프러포즈를 거절하고, 뒤돌아 걸으며 소리 없는 눈물을 철철 흘리는 그 모습은 사랑이 아니라면 가능할까 싶다.

노력했지만 악연이 되어버린 부부의 연을 다시 이어주는 결말보다는 새로이 찾아온 사랑에 응원을 보내주는 현실적인 결론이 시청자의 공감대를 더 형성했을 것이다.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아내의 자격'(극본 정성주·연출 안판석)이 화제와 인기를 모으며 불륜미화 드라마로 평가되지 않고, 현실반영 드라마로 호평 받았던 이유도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서였다.

사실 나여옥의 선택이 장현우냐, 고수남이냐에 대해 제작진 역시 고민을 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시청자의 바람대로 장현우와 나여옥의 행복을 그리는 엔딩도 염두에 있었다는 설명이다. 만약 그랬다면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말이라는 일부의 평가는 받지 않았을지 모른다. 결국 '울랄라부부'는 아줌마 판타지에 충실하지도 못하고 시청자 공감대를 형성하지도 않은 채, 18부작으로 잘 만들어진 해피엔딩 '부부클리닉'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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