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치명적인 섹시 뱀파이어 연기하고 싶어"⑤

[여성영화인 릴레이 인터뷰] 2012韓영화, 우먼파워 빛났다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12.1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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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photoguy@


2012년 한국영화는 1억 관객을 돌파하고, 천만 영화가 두 편 나왔으며, 베니스 황금사자상 수상 등 눈부신 성과를 냈다. 이런 한국영화 약진에는 여성 영화인들의 활약이 큰 몫을 차지했다. 제작자부터 감독, 배우까지 올해 여성 영화인들은 다양한 색깔의 영화들이 관객과 행복하게 만나도록 했다.

스타뉴스는 2012년 한국영화 결산으로 올해를 빛낸 여성영화인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 '도둑들'로 한국영화 흥행 1위를 차지한 케이퍼필름의 안수현 대표, 첫사랑 열풍을 일으킨 '건축학개론' 제작자 명필름 심재명 대표,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20대에서 30대로 끌어올린 '내 아내의 모든 것'을 만든 영화사집 이유진 대표, 환상멜로를 국내에 안착시킨 '늑대소년' 김수진 비단길 대표, 여성을 통해 시대적 아픔을 은유한 '화차'를 연출한 변영주 감독, 상반기와 하반기 관객을 사로잡은 배우 배수지와 박보영이 그 주인공들이다.



2010년 드라마 '드림하이'로 처음 연기자로 신고식을 치른 지 2년, 수지는 스크린을 수놓는 매력적인 여배우로 성장했다. 올해 초 수지가 이제훈, 한가인, 엄태웅과 함께 호흡을 맞춘 영화 '건축학개론'은 410만 관객의 감성을 일깨웠다.

하반기 '늑대소년'의 박보영이 '첫사랑의 아이콘'이었다면 상반기는 단연 수지였다. 대학 시절의 여주인공 서연으로 등장, 풋풋하고 사랑스럽게 90년대의 한 페이지를 그려낸 수지는 잊을 수 없는 '첫사랑 그녀'가 됐다. 아이돌의 스크린 잔혹사가 드디어 깨지는 순간이었으며,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 수지가 드디어 배우 배수지로 자리잡는 순간이었다.

그 2012년을 마감하는 이 때, 내년이면 진짜 스무살이 되는 수지는 겸손하게 지난 1년을 되새겼다. 그 목소리에는 발랄한 19살 아가씨의 생기가, 10대다운 솔직함이 가득했다.


"제가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깼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그냥 저는 주어진 몫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해요. 너무너무 부족했어요. 그런데 다만 너무 좋은 기회가 찾아온 거죠. 좋은 작품 만나고, 좋은 감독님 만나고, 운도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데뷔작인 영화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 한 해를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배우의 단계에 가까이 간 것 같고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수지가 지금 돌아보기에도 1996년 대학 새내기의 감성을 표현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시라면 1994년생 수지가 겨우 말을 하며 한창 재롱을 떨 때였으니까. 삐삐는 물론 CD플레이어도 익숙하지 않았던 수지는 기댈 곳이 많지 않았다.

"사실 저는 서연이 이야기에 감동이랄까, 저도 이제 스무살이 되지만 그런 건 딱히 없었거든요. 굉장히 공감이 가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감독임이랑 많이 대화를 하면서 물어봤어요. 그건 감독님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제가 의견을 내고 그런 건 따로 없었어요. 그냥 따라가려고 했어요."

겸손, 또 겸손으로 가득한 이야기지만, 정작 그녀를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의 반응은 조금 다르다.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은 수지에 대해 "정말 열심히 하는 배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수로 두고 간 수지의 콘티에 얼마나 빼곡하게 메모가 남겨져 적혀 있던지 스태프가 다 놀랐을 정도였단다. 분단위로 스케줄을 소화하는 아이돌 생활을 하면서 그만한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이 쉬웠을 리 없다.

"아니에요. 연기가 처음이고 노력을 많이 해야 하니까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았거든요.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아서 그걸 다 적어놨었어요. 1990년대 이야기다보니까 이해가 잘 되지 않은 것들도 많았거든요. 또 이건 이렇게 해야지 생각했던 것도 안 잊으려고 적어둔 거예요. 원래 꼼꼼하냐고요? 헤헤, 저 '꼼꼼'이랑은 정말 거리가 먼 성격인데. 저도 좀 꼼꼼해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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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photoguy@


영화 홍보에, 드라마 '빅'으로 브라운관 나들이도 했다가, 미쓰에이로도 활동하며 해외를 오가는 와중에도 좋아하는 영화들은 챙겨 봤다. 수지의 영화 취향은 한국 영화와 외국 영화를 가리지 않지만, 블록버스터는 썩 당기지 않는다고.

"'26년'도 좋았고 '부러진 화살'도 무척 잘 봤어요. 재미있게 본 건 '오펀:천사의 비밀'이었고요. 연기도 다 너무 잘하고 내용도 너무 강렬하고, 막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제 취향이 일반적인 소녀 취향은 아닌 것 같다고요? 맞아요. 장르 안 가리고 다 봐요. 그런데 '트랜스포머' 같은 블록버스터는 별로 안 좋아하는가 봐요. 하나도 안 봤거든요."

톡톡 튀는 취향답게 앞으로 연기해 보고 싶은 캐릭터도 허를 찌른다. "지금은 나이도 어리고 지금 나이에서만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많이 해봐야 하는 게 맞지만"이라는 긴~ 설명 뒤에 나온 답은 "뱀파이어처럼 섹시하고 치명적인 캐릭터"였다. 감정 진폭이 크고 강렬한 역할들이 좋단다.

"되게 섹시하고 치명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지금이야 그렇지만 나중에는 그런 역할, 섹시하고 예쁜 뱀파이어나 거부할 수 없는 킬러 뱀파이어 같은 걸 해보고 싶어요. 그게 아니라면 아주 슬픈 작품에서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을 연기해보고도 싶어요."

수지의 꿈은 원래 가수였다. 그래서 가수 오디션에 참여했고, 눈에 띄어 걸그룹 멤버로 활약하게 됐다. 덜컥 학원드라마 여주인공에 발탁되며 시작된 연기자의 일은 걸그룹 활동 가운데 주어진 덤과 같았다. "주어진 일은 다 잘 하고 싶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욕심많은 수지에게 연기와 노래를 함께 하는 것이 쉬운 일은 결코 아니었다. "어디가 몸이 다치든 안좋든 제가 상관 안하고 참는 게 버릇"이 됐다는 무던한 수지도 "체력이 좋은 건 모르겠고 정신력으로 버티는 것 같다"고 털어놓을 만큼. 하지만 그래도 좋을만큼 연기는 매력적이고 욕심이 난단다. 그녀의 다음, 또 그 다음 작품을 마음놓고 기다려도 괜찮을 것 같다.

"정말로 운좋게 연기를 하면서 사랑을 받게 됐는데, 두 가지를 병행하면서 잘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하나 잘 하는 것도 힘든데, 바쁜 스케줄에 두 가지를 하다보니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동시에 하는 게 가장 스트레스였던 것 같고요. 그걸 잘 견디면서 해가는 게 제 몫인 것 같아요. 부작용도 있어요. 영화 드라마 볼 때 거기에 빠져들어야 하는데 '저거 찍느라 힘들었겠다', 저건 정말 오래 찍었겠다', '연기 정말 잘한다' 그런 생각밖에 안 드는 거 있죠.

연기는 점점 더 욕심이 나요. 매력있구요. 연기를 할수록, 제 모습을 모니터 할수록 더 자꾸 욕심이 나요. 열심히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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